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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板橋曉別》李商隱
回望高城落曉河,長亭窗戶壓微波。
水仙欲上鯉魚去,一夜芙蓉紅淚多。
고개돌려 바라보았지.
저멀리 높은 성엔 새벽 은하수.
길다란 누각의 창문 아래 일렁이는 잔물결.
잉어를 타고 떠나려는 수선때문에
밤새도록 부용이 붉은 눈물 흘리네.
(tr b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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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한시구절은 시경에 이미 나온 구절이기도 하고 당대 시인 이상은의 <새벽 판교에서의 이별 板橋曉別>에서 따온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은은 이 시를 조나라 사람 금고가 신선술을 익혀 잉어를 타고 물속에서 산 고사와 위나라 문제의 비 설령운이 부모와 이별하면서 흘린 '붉은 눈물'의 고사에서 따왔습니다. 수선은 나그네를 뜻했다 합니다. 판교는 널판지로 된 다리이지요.
이시를 원용해 장아이링(張愛玲)의 첫 남편 후란청胡兰成은 자신 诗에 비슷한 구절“水仙已乘鲤鱼去,一夜芙蓉红泪多”을 넣습니다. 장아이링을 보내는 마음을 시에 담은 거지요. (후란청은 '색계'에도 나오는 상하이 일본괴뢰정부의 고관입니다. 양가위가 분한 첩보대장 노릇을 했어요. 그런 남편을 두었기에 장아이링이 당시를 떠들석하게 했던 사건의 내막을 소설화 했지요.)
후란청의 시와 저 사진의 구절은 앞귀절이 약간 다르지요. '수선이 잉어를 타고 이미 떠났네'란
뜻이니 말입니다.근래에 들어 소설가 장웨란[張悅然]은 동명의 소설 <水仙已乘鯉魚去>(수선을 타고 간 잉어)를 내놓습니다.
어쨌든 이 시는 슬픈 이별시입니다. 수선과 잉어는 중국시에서 어울리는 한쌍입니다. 수선은 잉어를 타고 멀리 떠나고 싶어합니다. 고대시에서 '멀리 간다'는 것은 출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좋은 동반을 만나 떠나는 친구를 두고 부용, 즉 연꽃은 밤새도록 눈이 발갛게 붓도록 눈물을 흘리지요. 하지만 수선은 잠시 돌아보고 맙니다. 먼 길 떠나는 설레임이 커서요.
이별의 슬픔에 '붉은 눈물이 두 눈에 가득 괸 부용이란 처녀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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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leon, 중국 이름으론 馬良이란 세계적인 사진작가의 작품에도 이 시를 모티브로 한 것이 있습니다.
http://www.maleonn.com/?p=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