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의 <루쉰전>의 서문을 읽다가 선생이 서문에서 번역해 인용한 '루쉰의 유언'중에 오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선생은 루쉰같은 위대한 사람은 당연히 남을 용서하는 사람과 사귀라고 유언을 했을 것이라는 논리적 전제에 사로잡히셔서 문장의 내용을 간과하여, 잘못 번역하는 실수를 하신 것 같다.
단 한 줄의 작은 오역이지만 '루쉰의 유언'이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글인 바람에, 그리고 신영복 선생이 독자를 많이 가진 분이라서, 불행히도 선생의 오역이 인터넷에서 너무 많이 떠돌고 말았다. 그래서 바로잡고자 포스트를 올린다.
장문의 번역에는 오역이 없을 수 없다는 점에서, 번역하는 일은 참, 힘든 작업이다.
참고로 루쉰유언의 원문을 올린다.
鲁迅遗嘱
鲁迅未留下正式遗嘱,只是在逝世前一个月写的杂文《且介亭杂文附集·死》中提到在病重时曾经想过要立遗嘱,但也没有写下来,在文章中回想起了几条,原文如下:
“当时好像很想定了一些,都是写给亲属的,其中有的是: 一,不得因为丧事,收受任何人的一文钱。——但老朋友的,不在此例。 二,赶快收敛,埋掉,拉倒。 三,不要做任何关于纪念的事情。 四,忘记我,管自己生活。——倘不,那就真是胡涂虫。 五,孩子长大,倘无才能,可寻点小事情过活,万不可去做空头文学家或美术家。 六,别人应许给你的事物,不可当真。 七,损着别人的牙眼,却反对报复,主张宽容的人,万勿和他接近。
此外自然还有,现在忘记了。只还记得在发热时,又曾想到欧洲人临死时,往往有一种仪式,是请别人宽恕,自己也宽恕了别人。我的怨敌可谓多矣,倘有新式的人问起我来,怎么回答呢?我想了一想,决定的是:让他们怨恨去,我也一个都不宽恕。
但这仪式并未举行,遗嘱也没有写,……” |
------------------------------------------------
주요오역이 7항에 있으므로 바로잡는다.
오역: 7.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하고는 가까이 하지 말고, 복수를 반대하고 인내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라.
교정: 七,损着别人的牙眼,却反对报复,主张宽容的人,万勿和他接近。
이문장은 자신이 잘못한 일에 사과는 커녕 관용의 덕을 내세워 타인의 관용을
강요하는 그런 염치없는 사람과는사귀지 말라는 뜻이다.
즉 바르게 번역하면 " 7.남의 이와 눈을 상하게 해놓고, 오히려 보복에 반대한다면서 관용을 주장하는 그런 따위의 사람들에겐 절대 접근하지 마라" 이다. 뜻이 윗번역과 전혀 다르다.
--------------------------------------------------------------------------
* 참고로 루쉰의 유언을 번역해 올린다.
1. 장례식을 위해 누구의 돈이든지 단 한푼도 받지마라. 단, 친구는 예외다.
2. 즉시 입관하여 묻어버려라.
3. 어떤 기념행사도 하지 마라.
4. 나를 잊고 자기 생활을 돌보아라. 그러지 않으면 정말 어리석다.
5. 아이들은 커서 재능이 없다면, 조그만 직업을 택해 살도록 하라. 절대로 실속 없는 문학자나 미술가가 되지 말도록 하라.
6. 타인의 약속을 믿지 마라.
7. 남의 이와 눈을 상하게 해놓고도 보복에 반대한다면서 관용을 주장하는 그런 사람을 절대 가까이 하지 마라
이 밖에도 또 있지만 잊어버렸다. 열이 몹시 심할 때, 유럽 사람들은 임종시에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너그럽게 용서해주길 바라고 자기도 다른 사람들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의식을 행한다. 나는 원한을 산 사람들이 많은데, 신식 인물들이 내게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끝에 나는 결심했다.
그들이 나를 증오하도록 내버려두어라. 나 역시 하나도 용서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