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작고 사소한 물건도 의미가 담기면 神物이 된다.
외가 재종오라버니에게는 그런 神物이 있는데, 바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준 호두
두알이다. 이 호두 두알은 오라버니가 어디를 가나 들고 다니며 만져서 반질 반질 윤이 났다.
처음엔 애틋한 마음이 담겨서 들고 다녔지만 오랜 세월로 사람에 대한 기억이 바래진
뒤에도 습관처럼 지니고 다녀서 없으면 손이 허전하다 하였다. 그 호두는 집안의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신성한 물건이 되어, 눈에 띄지 않으면 심지어는 새언니조차도 불안스레 호두의
행방을 찾곤 하였다. 오라버니가 이제 예순이 넘었으니, 그 호두와 한 세월도 족히 40년이 되었다.
오라버니는 호두를 통해서 오래도록 사람 하나를 간직했다.
그런 것들이 삶의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