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평상시에 역사는 너무도 고요해서 이야깃거리에 불과하다가 예고없이 갑자기 개인의 삶으로 밀려와 치유할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개인이 역사에 휘둘리고 역사가 개인에 휘둘리던 시대를 지나온 386세대들은 이 책을 그냥 쉽게 읽진 못할 것이다. 그 시대를 지탱했던 가치들이 무용한 것으로 용도폐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날 그 가치를 선택했던 책임이나 후유증으로부터는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세대에게 이 책은 한 권의 위로서이다.

표면적으로는 20년에 걸친 남녀의 사랑을 줄거리로 하고 있지만. 문화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이 역사에 맞서 혹은 순응해 살아남기위해서 나름의 선택을 해야했고, 그 후 뒤바뀐 역사의 반전-문화혁명의 용도폐기- 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선택을 다시금 강요 받아야하는 지식인의 비애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 손유에와 호젠후를 내세워 마르크스이념을 실현하는 방법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주된 중심은 인간이어야함을 얘기하면서 마르크스와 휴머니즘이 상치되지 않음을 암시한다.

작가 개인으로서도 이런 내용을 글로 써 출판하기까지 중국의 개혁 개방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변혁을 기다려야 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자그마한 일상의 자유가 새삼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나완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역사가 고맙기도하고. 사색을 요하는 책이다

 
#6명의 주요 인물들이 가각 저마다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는 관점을 그들의 입을 빌어 기술해 보기로 한다. 역사가 개인사에게 어떠한 상처를 남기는 가에 따라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달라짐을 드러냄으로서 다이 호우잉은  문화혁명을 고발하고 싶었을 것이다.
 
1. 자오 젠호안: 역사란 실로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언제나 밤의 어둠을 틈타 불의의 습격
                     을 가해온다. 내 머리는 이미 백발이다.
2. 손 유에: 역사와 현실은 하나의 배를 공유하고 있어서 어느 누구도 떼어 낼 수가 없다.
                난 이제 진저리가 난다!
3.호 젠후: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는 까닭은 그것을 미래로 건네 주기 위해서다. 나는  지금
              미래를 향하여 걸어가고 있다. 길은 아직 멀지만.
4.슈 홍종: 역사란 '뒤엎고' '뒤엎혀진다'는 단 두 마디가 전부다. 과거에는 내가 다른 사람 
              을 뒤엎었고, 지금은 내가 다른 사람한테 뒤엎혀졌다. 그 뿐이다.
5. 손 한: 역사란 내게 있어서는 이 찢어진 사진 같은 거야. 싫긴하지만 잊을 수 없어.
              역사는 왜 내 어깨에 무거운 짐부터 지우는가?
6. 시 류: 역사는 지금까지도 나를 붙들고 놓아 주지 않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불초자식을
             들이밀 줄이야. 참으로 진저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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