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끝에서 만나
안지숙 지음 / 문이당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자신의 욕망을 찾아 그것을 살라: 안지숙의 <<우주 끝에서 만나>>

<<우주 끝에서 만나>>. 기발하면서도 철학적인 주제를 소설에 가벼운 필치로 녹여내는 기발한 소설가 안지숙샘의 신작 소설이다. 저자의 자기소개를 읽어보면 왜 내가 '기발한'이란 단어를 끄집어냈는지를 이해하실 것이다.

소설의 메시지는 '타인의 욕망을 살지 말라'는 것이다. 타자의 욕망을 살면 나의 삶 뿐만 아니라 그 타자의 삶을 왜곡시키고 망친다. 그래서 타인의 욕망을 사는 사람은 위험하다.
그가 나의 친구이거나 가족이거나 연인일 때는 위험하다. 더 위험한 것은 그가 나 자신일 때다. 소설은 그 위험을 카인과 아벨, 데미안과 싱클레어,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를 떠올리는 두 친구의 우정과 사랑의 왜곡과 애증, 배신을 통해서 보여준다.

이 소설에 매료되었던 지점은 이 메시지가 통상적인 '자신의 욕망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를 넘어서서, '욕망이 없는 사람', 사적 욕망이 없이 이타적 욕망 심지어는 '선'의 욕망으로만 가득찬 사람도 위험하다는 것을 통찰한 것이었다.

"원재를 믿지만 나는 그의 선의까지 믿을 수는 없었다. 선의는 동정과 멸시와 자부심이 섞이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동 같은 거였다. 나는 선의 뒤에 가려진 욕망이 어떻게 스스로를 속이는지 알고 있었다. 선의 자체가 욕망인 사람의 선의는 자신의 욕망에 무심하여 자신에게든 상대에게든 상처를 주게 돼 있었다."

"세상의 모든 원칙이 선의와 악의를 함께 담고 있다는 것을 안 것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악의는 더 큰 악에 무너지면서 어쩔 수 없이 집어 들게 되는 방책 같은 게 아니었다. 악의는 선의에 그어지는 균열이었다. 원재에 앞서 그것을 내게 가르쳐준 사람은 목사였던 내 아버지였다."

읽으면서 가장 큰 폭군은 금욕주의자라던 츠바이크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적인 것을 즐겁고 풍부하게 함께 맛보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도 비인간적"이 되니까.

소설 작법면에서도 이 소설은 주목할 점이 있었다. 게임의 구조와 소설의 구조를 중첩시켜 인간의 욕망에 대한 탐색을 심층적으로 전개시킨 것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였다. 가상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 사랑과 미움, 선과 악이 교차하고 뒤섞이면서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변증법적으로 단계를 올려가며 구원(에덴)에 이르는, 복잡다기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심리적 기법을
사용했다. 후반부에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돌고 도는 환처럼 있었다.

소설의 제목이 뜻하는 '우주의 끝'은 어딜까. 타인의 욕망인
'보편'의 에덴을 뚫고 나의 에덴을 소설의 주인공 현도가 발견해나가는 과정에 동승해보기를 권한다.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소설은 언제나 심리 스릴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