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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거위와 보낸 일 년
콘라트 로렌츠 지음, 유영미 옮김 / 한문화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콘라트 로렌츠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집에 굴러다니던 책 중에 [솔로몬 왕의 반지]라는 책이 있었는데,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흠뻑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권위가 주는 거리감은 이 사람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이 사람이 쓴 학술서를 읽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에서, 로렌츠의 말투는 다정하고 친절하다.
예전에 읽었던 [솔로몬 왕의 반지]에서 가장 재미 있었던 것은 갈가마귀를 다룬 부분이었다. 로렌츠는 이런 저런 동물들을 두루 연구했지만 새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로렌츠가 은퇴 후 오스트리아로 돌아와서 야생 거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며 본 바와 느낀 바를 담담히 풀어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사진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귀여운 거위들이 책의 구석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로렌츠와 같이 연구하는 연구자가 찍었다는 이 사진들은 로렌츠의 글만큼이나 힘을 가지고 있다(그러니 마땅히 저자의 이름 옆에 이름을 올렸어야 했다). 특히 마지막에 세 펼침면이 연속해서 나오는, 잠에 빠져 들어가는 거위의 사진들은 사진 자체로 훌륭하면서도 책의 마무리를 더할나위없이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