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고양이가 원하는 고양이 기르기
조사키 테츠 지음, 김영주 옮김 / 동학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일본은 애묘인이 많은 나라이니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이 풍부하다는 것도 호감도를 높여주었다.

일단, 책은 꽤 재미있는 편이다.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도 많다. 하지만 여기 쓰여 있는 것들을 다 따르기에는 불안감이 생긴다. 저자는 수의사가 아니고, 고양이를 연구하는 동물학자도 아닌 전문작가다. 저자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포인트기도 하다. 말하자면, '경험으로 알아본' 고양이 잘 키우기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양이 동호회에만 가입해도 고양이를 네 마리 정도 키워온 사람은 꽤 많다. 그 사람들의 경험이 이 사람보다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얻은 정보와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목욕시킬 때 고양이 샴푸 대신 사람 샴푸를 쓰는 게 좋다는 의견은 좀 놀랍다. PH 정도만 다를 뿐이지 다른 면에서는 사람 것보다 나쁘다는데, 충분히 납득할만한 근거를 찾기 힘들었다. 고양이 샴푸를 써야 한다는 얘기는 고양이 물품 제조업체의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믿기 힘들었다.

또 한가지, 고양이가 어릴 때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지만 커서는 사람 우유를 줘도 괜찮다는 얘기도 지금까지 들어온 이야기와는 너무 달랐다. 괜찮은지 확인해보기 위해 사람 우유를 줘볼 생각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정보를 유용했다라고 말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장 인도적인 암고양이 피임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챕터는, 제목만 그럴싸하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저자가 얘기하는 인도적인 피임법이란 호르몬제를 투여해서 임신한 것 같은 상태를 만드는 '임플란트 피임법'이다. 약제를 실리콘 속에 넣어 등쪽을 약간 절개해 넣는 것이다. 어차피 수술이 필요한 방법인 데다가 1년에 한번씩 새것으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게다가 인공적으로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수고양이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암컷이 중성화 수술을 하니까 남성성을 일부러 억제할 필요는 없다는 식이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저자가 중년의 남성이기 때문인지, 간간히 책 여기저기서 성차별적이거나 아저씨 같은 발언들이 등장하는 것 또한 약간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일본 책이기 때문에 일본의 고양이 사료나 캔 등의 이름이나 가격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것이 썩 한국의 실정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편집자가 한국의 경우는 얼마 정도다 라는 식의 편집자주를 붙여놓긴 했지만 충분한 편은 아니다.

반면 장점도 있다. 특히 고양이가 아픈 경우에의 대처법을 쓴 부분이 아주 좋았다. 이 사람은 수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모양이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도 키우는 고양이가 아플 때마다 당황해서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간단한 치료법이나 대처법을 설명한 부분은 꽤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백신과 각종 검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설명해놓은 부분도 좋다. 수의사가 권하면 뭔지도 모른 채 아픈 고양이가 낫기만을 바라며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썩 개운한 마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양이는 계속 아프고, 청구서는 엄청날 때 화가 났던 경험은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정도가 아닌가.

또 약간 복잡하긴 하지만 고양이 털색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유전자 결정요인에 따라 설명해놓은 장도 흥미롭다. 숫컷은 삼색고양이가 될수 없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몰랐던 사람이라면 재미있을 것이다. 시판되는 사료의 문제점이나 만들어지는 방법 등을 소개해놓은 것도 꽤 흥미로웠다.

요는,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는 데 왕도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의 경험과 책이나 주변사람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방식을 만드는 것 밖에는 안심하고 100% 따를 수 있는 법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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