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아이스 그리폰 북스 7
스티븐 백스터 지음, 김훈 옮김 / 시공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1855년 크림 전쟁이 한창인 세바스토폴에서 엄청난 일이 터진다. 러시아군과 대치중이던 영국군은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안티아이스'라는 이상한 물질을 이용한 폭탄을 터뜨린다. 그러나 이 폭탄은 생각보다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터진 지점에서 5-6km 떨어져 있던 아군에게까지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고 만다.

세월이 지나고 1870년. 영국은 신소재인 안티아이스를 이용해 놀랄만한 기술의 진보를 보았다(영국'만'이 그러한데, 이는 안티아이스가 영국의 식민지에서 영국이 발견해낸 물질이기 때문이다). 외줄선로를 타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철도와 거대한 육상운항선 그리고 비행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 놀라운 발명품들의 뒤에는 조사이어 트래블러라는 천재 과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1855년의 참사에서도 폭탄을 만들어낸 사람으로 그 이후에는 실생활에 이로운 실용품들만을 만드는 데 힘써왔다.

그리고 국제정세는 이 놀라운 물질의 개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즉,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갈등으로 인한 불안한 상황 말이다. 이러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에는 그다지 관심 없는 철부지 젊으니 네드 비커스와 희대의 천재과학자 트래블러, 그리고 신문기자 홀든 세 사람은 트래블러가 발명한 비행선 '파에톤'에 갖힌 채 우주를 유영하게 된다. 소설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우주여행에 관한 부분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2만리]를 연상케 한다(그러나 쥘 베른의 소설이 가진 것만한 매력은 없다).

짐작하겠지만 '안티아이스'라는 물질은 핵의 메타포다. 안티아이스는 외계에서 떨어진 물질로 남극지방에만 일부 존재한다. 이것이 남극에만 있는 이유는 온도가 높아지면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 온도를 영하 이하로 유지해야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아주 소량을 사용해도 커다란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안티아이스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를 널리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발명해낸 과학자가 트래블러다.

원자폭탄을 발명,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파괴시킨 후 죄책감에 빠진 오펜하이머처럼 트래블러 역시 안티아이스 폭탄의 참사를 직접 목격한 후 인명을 살상하는 용도로는 안티아이스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일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적인 상황이 전개되자 정치가들은 다시 한번 안티아이스 폭탄을 사용하려 하고, 이번에는 트래블러의 도움 따위는 필요치 않다. 결국 트래블러는 안티아이스를 모두 소진시키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 소설은 꽤 재미있지만 썩 추천할만 하지는 않다. 결국 하려는 얘기가 '핵'과 같은 가공할 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무대를 꼭 19세기로 잡아야 했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대체소설로서의 존재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나 할까.

책의 편집 디자인은 꽤 마음에 든다. 표지도, 각 챕터 사이의 구분 페이지도 예쁘다. 다만, 시공 그리폰 북스가 요즘에는 하드커버로 출판되는 것 같은데, 예쁘긴 하지만 들고다니면서 보기엔 썩 좋지 않은 책 형태라는 점이 단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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