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100배 행복하게 키우기
클레어 베상 지음, 박슬라 옮김 / 보누스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에 관한 이런저런 책을 구해 읽었다. ‘이런저런’이라고 해봐야, 고양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만한 실용서는 거의 나와 있는 게 없어서 결국 두 권을 찾았을 뿐이었다. 한권은 창해ABC북(시공 디스커버리 비스무레한 시리즈물) 중 하나이고 하나는 개와 고양이를 한꺼번에 다룬 책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좋은 책이 출판됐다.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유용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고양이 사진은 표지에 단 한 장 있을 뿐이지만 사진 없다는 건 그리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할 만한 충실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100배 행복하게 키우기]의 저자는 <영국 고양이 자문 사무국 the Feline Advisory Bureau>의 위원장이라 한다(별 단체도 다 있다!). 그렇지만 이런 공식적인(?) 직함보다 책 속에서 자신이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면서 직접 겪은 경험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 더 호감이 간다.

동물의 행동에 대한 책 중에서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 왕의 반지] 이후 가장 재미 있게 읽은 책이었다. 게다가 내 고양이가 그래서 이렇게 행동했구나 라는 식의 깨우침(?)을 주는 부분도 있고, 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도 있고, 아무튼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책의 원제는 The Cat Wisperer: The Secrete of How to Talk to Your Cat이다. 호스위스퍼러(horse wisperer)에서 따온 것일텐데, 강압적인 복종보다는 고양이의 행태를 이해하고 그에 준해 대해야 한다는,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언급한 [솔로몬 왕의 반지]에서 콘라트 로렌츠는 솔로몬 왕은 동물과 얘기할 수 있는 특별한 반지를 가졌을 때에만 동물과 얘기할 수 있었지만 자신은 동물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뿌듯함을 드러내며 서술한 바 있었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교감을 나누는 것. 실은 이것이 바로 나와 다른 종의 친구를 옆에 두는 이유일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혹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 나 같은 경우, 이 책은 두고두고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호들갑떨지 않는 담담한 문체도 마음에 든다. 번역도 꽤 잘된 듯.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간에 통용되고 있는 ‘전문용어들’ - 예를 들어, 꾹꾹이, 우다다 등 - 을 살려서 번역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일반독자들을 고려한다면 무리한 부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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