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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벤구르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윤영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평점 :
<<체벤구르>>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이 책과 온전히 함께하기 위해서 박노자의 서문도 역자의 해설도 모두 생략한 상태다. 앞으로 내게 있어 인간의 실존적 존재양식에 대한 단 한 권이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면, 인간의 사회적 존재양식에 대한 단 한 권이 이 책이 될 것이다. 이러저러한 초점에 맞추어서 분해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것은 차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어 본다(부디 많이 팔려서, 좋은 해설서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냉담한 태양 아래 펼쳐진 스텝에서 장구한 역사 내내 되풀이되는 비관과 낙관의 맨얼굴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사람과 사물과 제도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부끄러움과 슬픔 속에서 기쁨을 찾으며, 수문을 건설하는 눈 앞의 작은 이념에 전념함으로써 그것이 전체 이념에 봉사하기를 바라던 주인공 사샤 드바노프의 모습에 작가 플라토노프의 모습이 겹쳐져 더욱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출간에 애써주신 분들께 거듭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