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일본의 정치현장, 그 ‘숙의의 공간’이 얼마나 갑갑하기에 이 사람은 트위터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국정감사, 국회 의사생중계 모두 공개되고 있으며, 대선 토론이 tv에서 방송되는 날에는 트위터가 일종의 아즈마적 ‘역동적 피드백 모니터’역할을 하는(게다가 트위터 반응을 실시간으로 받아쓰다시피 하는 웹언론 때문에 더더욱) 한국은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일본에 비하면 상당히 아즈마가 말하는 세상에 가까울 것인데, 지난 18대 대선에서 우리가 목도한 것은 인터넷 정서는 곧 민의가 될 수 없으며, 그 인터넷 정서조차 결코 아즈마가 쉽게 ‘대중의 집단적 무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균질한 것이 아니라는 뼈아픈 사실 뿐이지 않았는가. 심지어 아즈마는, 대중의 무의식적 욕망 덩어리인 이 데이터베이스 - 각종 SNS에 산재하는 관심의 표지들 - 가 숙의의 현장(정책결정의 현장, 지식인과 관료, 정치인의 현장)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참고되는 현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므로, 설령 포퓰리즘이라 할지라도 촉진되어야 한다고까지 하는데, 이런 무책임한 소리를 하기 위해 루소까지 동원되어야 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이 책은 결국 내겐, 트위터에 과몰입한 한 일본 비평가가 호들갑으로 묶어낸 일본의 정치무관심 해소책, 으로 남게 되었다.
한국이라면, 디테일은 다를 수 있어도 결국 숙의의 민주주의에 해당하는 것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기반으로 한 기존 정당 체계라면,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 것이 넷상 민심일텐데, 이것이 서로를 참조한다 함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넷상 민심은 이미 각종 여론조사와 인터넷 사용인구 스스로에 의해서 반영이 되고 있고, 이것이 무매개적으로 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숙의’의 필터를 거쳐야 한다는 아즈마의 주장은 결국 “기업과, 국회와, 에.. 잘 협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해보겠습니다. 소통도 하고요…”란 소리나 다를 것이 없어질 뿐.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다룬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면, 아즈마가 다른 데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일반의지 2.0> 에서는 끝까지 <숙의>를 버리지 않고 책 후반까지 질질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뒷부분을 보지 않은 양, 니코동 데이터(정보공학)에 근거한 정치가 얼마나 파격적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끝까지 보면 생각보다 훨씬 어중간하다. 아즈마 히로키는 평소 SNS에서 하는 것 보면 안 그럴 것 같은데, 책에서는 미적거리며 신중하려고 해서 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