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친구인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었다.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이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서사 구조가 나름 인상적이다. 시종일관 결말이 궁금하긴 했지만 스토리 자체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작품에서 제주 방언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바로바로 이해하기 어려워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물론,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작가의 과거 작품인 <소년이 온다>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년이 온다> 역시 5.18을 적나라하게,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지만, 그럼에도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비극을 온전히 체감하게 해 읽는 내내 마치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을 전달한다.
그에 비해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대적으로 후반에 가서야 그런 점들이 부각된다. 개인적으로는 후반에 몰아서 터지는 것보다 <소년이 온다>처럼 작품 전체에 걸쳐 무겁게 그 사건이 자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진 것 같다.
물론 한강 작가의 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