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댄스 (비디오+ 일한완역대본) - 일어자막
애플리스외국어 편집부 엮음 / 스크린에듀케이션(애플리스외국어)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쳇바퀴 돌 듯 영혼 없이 살아가던 중년 가장 스기야마(야쿠쇼 코지). 겉 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가정의 가장 같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정작 행복이나 만족이 있을 공간 따윈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는 퇴근길, 전철을 타고 있던 그의 눈에 한 댄스 교습소 창가에 서있는 여인이 보이는데...

극의 처음 분위기는 중년 가장과 댄스 강사 간의 뻔하디 뻔한 불륜 물인 듯 연출되지만 이내 관객은 그것이 기우(?) 임을 안다. 이 작품이 맘에 드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불륜이라는 카드를 극 초반에 찢어 버린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이건 당연한 선택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엔 불륜의 'ㅂ'자도 없기 때문이다.

스기야마가 지하철에서 처음 마이(쿠사카리 타미요)를 발견한 장면을 보면 지하철 문 유리에 스기야마 본인의 모습이 비친다. 이 장면에서 그는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외면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스기야마의 모습(지하철 유리창)을 통과해 보여지는 마이(=댄스), 그 장면은 스기야마가 마이에게 끌리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기야마가 자신이 온전히 원하는 것을 실로 간만에(또는 난생처음) 알게 된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단순한 스토리에 담담한 연출 그리고 소소한 웃음이 있는 영화다. 쳇바퀴 돌듯 매일 '해야만 하는 일'에 눌려 살아가는 전국의 스기야마들에게 이 작품 자체가 잠시나마 일탈이 되어준다. 물론 그들이 이 영화를 본 후 자기만의 댄스를 찾았기를 희망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일상에서 찾아보기 쉬운 친숙한 모습들이다.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어도 그것을 함께 즐길 좋은 사람들이 곁에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때론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존재 유무는 내 삶의 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매번 느끼지만 아오키를 연기한 다케나카 나오토는 진짜 천상 배우다. 이 작품에서 만약 아오키 캐릭터가 없었다면? 그가 아오키를 연기하지 않았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90년대 영화라 시대 보정이 좀 필요하지만 핵심 메시지는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 중인 분들께 추천드린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 덕분에 사교댄스에 대한 선입견을 바꿨다. 보기 전 : 사교댄스 = 불륜, 후 : 사교댄스 = 흥, 열정. 여전히 사교댄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지신 분들께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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