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말하는 대로
미이케 타카시 감독, 후쿠시 소타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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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오징어 게임>이 이 영화를 표절했다라고 '주장(난 동의 안 함)'하길래 궁금해서 본 작품.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건 개봉 당시에도 알았지만, 이쪽 장르에선 유명한 감독에다 좋아하는 배우까지 나왔지만 결국 내 취향이 아니라 보지는 않았다. 당시 볼 만한 작품도 널렸었고.

문제는 용두사미

지극히 일본스러운(?) 작품이다. 참신하나 유치하고 오버스러운... 문제는 용두사미다. 참신함마저 초중반까지다. 이후부턴 배가 산으로 가는 수준을 넘어 비행기가 바닷속으로 잠수한다. 혹자의 리뷰 중에 중반부터 원작(만화 인 듯)과 달라진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미드 <왕좌의 게임> 꼴이 난 것 같다.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B급 장르의 문법과 앞서 언급한 일본스러움을 빌어 표현한다. 일본스러움이 나쁜 게 아니다. 분명 그 만의 매력이 있고, 그게 있으니 일본에서 매년 돈은 벌고, 돈을 버니까 계속 만드는 거니깐. 매년 일본 대중이 작품을 즐기고 제작자도 돈을 버는 데 뭐가 문제인가.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데.

왜 오징어 게임 만큼 대박나지 못했나

난 일본의 비슷한 작품들이 왜 <오징어 게임>같이 세계적으로 먹히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의 창궐과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같은 시기적인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일본 영화 특유의 지극히 만화적인 설정과 오버스러운 연기가 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설정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그냥 어느 날 어떤 상황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 신이 하시는 일이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설정이다. 신이 이렇게 하고자 한다는 데 무슨 토를 달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오버스러운 연기다. 난 이게 앞의 설정 문제보다 몇 배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설정의 경우 오류만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보면 된다. 하지만 연기는 평소 일본 애니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받아들이기 쉽지가 않다. 참고로 난 어릴 적부터 일본 애니와 만화를 즐기며 자랐다. 악감정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대책 없는 실사화에는 개인적으로 악감정이 있다. 아니 많다. 처음 몇 작품들은 엄청난 기대를 품었지만 이젠 그런 거 0.0001g도 없다.

스타일은 존중되어야 마땅, 하지만....

물론 이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일본의 스타일일 뿐이다. 일본의 대중이 그걸 오랜 시간 바라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국내에서 꾸준히 소비해주고 있기에 그렇게 정착된 거다. 작품 내 특정 배우들이 다른 작품에선 정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걸 보면 오버스러운 연기가 배우들 자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특정 몇몇은 그런걸 감안하더라도 연기가 심하게 별로긴 하지만….

일본은 아니메의 왕국이라 그런가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기보다 애니를 실사화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애니의 실사화라 하면 디즈니 스타일을 떠올린다. 물론 <라이온킹>처럼 너무너무너무 사실적이라서 망한(?) 케이스도 있지만 <알라딘>이나 <미녀와 야수> 등등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성공적인 작업들이라 생각한다.

일본식 애니 실사화의 아쉬운 점

일본의 실사화는 연출, 연기 모두 애니스럽게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인물과 배경의 모습만 실제인 거다. 이게 나쁘냐고? 그럴 리가... 그냥 그런 형식이 일본 국내에선 수요가 많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볼 때는 소수의 취향이란 거다. 여기서 전 세계적이라는 건 평소 영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말 그대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 일본에선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보며 자국 언어로 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세계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영화 산업 관계자로서는 둘 중 하나다. 현재 유행 중인 전 세계 대중의 기호에 맞추던가. 아니면 일본스러움이 세계의 트렌드가 되는 날까지 지금의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던가.

마무으리

모든 트렌드는 돌고 돌며 대중은 항상 새로움을 갈구하기에 당장 일본판 애니 실사 영화들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인기를 충분히 누릴 가능성도 있다. 물론 내 생애 그런 날이 아예 안 올 수도 있겠지만... 그 시기는 오직 신 만이 알 것이다. 별점 다섯 개 만점에 셋 반.

※ 이 글은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실사 영화만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니 '니가 원작의 심오함을 몰라서 그렇다~'류의 반응은 정중하게 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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