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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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 전'편집'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건과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한다. 이 같은 ‘편집의 방법론’을 통틀어 나는 ‘에디톨로지’라고 명명한다. - < 에디톨로지(SE), 김정운 > 중에서

'에디톨로지', 뭔가 엄청난 게 있어 보이는 제목이지만 핵심 키워드는 편집이다. 책 전반에 걸친 이야기는 기승 전'편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편집으로 이루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세상에 영향을 주고 싶다면 편집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나'답게 살기 위해서도 편집이 필요하다. 이건 여기서 다루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패스~!

부제인 '창조는 편집이다.'가 책의 핵심이다. 인간은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없다. 오직 기존의 것들을 기반으로 편집을 통해 새로워 보이는 것을 만들 뿐이다. 그러니 뭔가 낯설고 기발한 것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것을 알수록 유리하다.


'암기'에서 '검색'으로

과거에는 여러 가지 기술적, 사회적 제약으로 '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이었다. 누구나 맘대로 기술과 문자와 문서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정보 자체가 권력이 아닌 세상이다. 정보 독점은 이제 불가능하다. 세상의 권력은 정보를 엮어내는 편집자들의 몫이다. - < 에디톨로지(SE), 김정운 > 중에서

지금은 과거 소수에게 권력을 쥐여주던 귀한 지식과 정보들이 1년 365일 온종일 사이버 공간에 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민 대다수가 문자를 읽을 줄 알며 책이나 문서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제 지식과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어릴 적까지만 해도 지식이 많은 사람은 대접받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부터 찾았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뭔가가 궁금하다? 손에 쥔 폰으로 검색하면 그만이다. 이미 데이터는 넘쳐난다. 앞으로 많이 암기하고 있는 거로 경쟁하다간 쪽박찰 일만 남는다. 인간의 뇌가 암기로 인터넷과 AI랑 경쟁이 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정보가 부족한 세상이 아니다. 정보는 넘쳐난다. 정보와 정보를 엮어 어떠한 지식을 편집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세상이다. - < 에디톨로지(SE), 김정운 > 중에서


모든 개인은 예비 창조주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살아가며 접하는 모든 자극(데이터)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할 수 있다'라고 하자.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시대에도 많은 이들이 남이 한 편집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의문은 의미를 부여하려는 행위다. 의문이 생기는 순간 그림의 자극들은 ‘정보’의 수준으로 올라온다. 의문을 가져야 ‘지식’ 구성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질문 없는 삶이 가장 한심한 거다. 도무지 알고 싶은 게 없으니 그 어떤 의미 부여도 안 되는 까닭이다. - < 에디톨로지(SE), 김정운 > 중에서

문제는 편집이야

이렇게 좋은 시대가 있을까 싶다. 과거와 비교해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쉽기만 한가? 저렴하기까지 하다. 가장 가까운 예로 음악이나 영화의 경우를 보자. 과거 특정 음반이나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들여야 했던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저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확실히 과거엔 '구하는 것'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나만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 편집이 문제다.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 - < 에디톨로지(SE), 김정운 > 중에서

누구나 편집을 통해 자신만의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시대다. 이 좋은 시절을 살아가면서 고작 나만의 음악 리스트만 세상에 내놓고 갈 것인가? 소비뿐만 아니라 창조(생산)에서도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떤가?

마무으리

저자도 책에서 밝히지만 다 읽을 필요 없다. 개인적으로 챕터3은 진짜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편집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분들께는 비추다. 그런 내용 거의 없다. 그냥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다 편집의 결과물이라는 내용만 들어있으니 실용적인 정보가 아닌 관련 지식에만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별 다섯 개 만점에 넷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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