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진주만
마이클 베이 감독, 마코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눈부신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경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가른다.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스 짐머의 OST를 안 들어 본 사람은 없다는 그 유명한 테마곡이 함께 흐른다. 들어도 들어도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 마음이 절로 차분해지는 곡이다.

실전이 필요해

파일럿을 꿈꾸던 두 사고뭉치 꼬마 레이프(벤 애플렉)와 대니(조쉬 하트넷)는 늠름한 미 공군의 장교가 되어있다. 45,000달러짜리 비행기로 홀짝 비행을 할 정도로 대담함과 실력을 갖춘 재원이지만... 비행 훈련 경력 2년 차인 건 안 비밀이다.

둘 중 특히 레이프의 비행 실력이 더 뛰어난가 보다. 독일의 공습을 막느라 여념이 없을 영국 공군에서 레이프에게 지원을 요청할 정도면 말이다. 당연히 실전 경험이 간절했던 그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영국의 지원 요청을 수락한다.

당연히 대니는 서로 떨어지는 게 싫다. 게다가 이제 막 사랑을 꽃피운 에블린은? 결국 절친과 연인을 남겨두고 영국으로 간 레이프,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는데...

사랑이 필요해

이런 유의 영화나 TV 시리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클리셰인 간호 장교들과의 썸씽. 하지만 신체 검사장에서 그들(레이프와 에블린의 동료들)의 이어짐이 뻔하지 않고 코믹하게 그려져서 좋았다. 기차가 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장면부터 이어지는 신체검사 시퀀스와 건물 앞 벤치에서의 달콤살벌한(?) 키스 신은 몇 번을 다시 돌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누리는 행복한 장면들에 같이 즐거워하다 곧 그들 앞에 닥칠 딥빡치는 사건을 생각하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엄습해 온다.

수술이 필요해

마이클 베이 감독 연출작인 <진주만>(2001)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다룬 작품이다. 러닝타임이 177분으로 상당히 길지만 다행히(?) 체감시간은 2시간 반 정도로 참고 볼만하다.

작품과 따로 노는 듯한 '진주만의 흑인 영웅 도리스 밀러' 분량을 쳐내고, 진주만 공습 때 두 주인공이 전투기로 반격하는 부분도 과감히 덜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분량을 줄인 만큼 주연 3인방의 삼각관계 이벤트에 좀 더 설득력 있게 살을 붙여주거나 가능하면 아예 수술을 하는 거다. 거기다 진주만 공습보다 마지막 두리틀 공습에 힘을 더 줬다면 좀 더 나았을 거라 생각한다.

비교적 긴 시간임에도 지루함 없이 보긴 했지만... 자연스럽지 않았던 대니와 에블린의 관계 진전,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단지 대니를 죽이기 위해 가져다 쓴 듯 느껴지는 두리틀 공습 시퀀스는 뭔가 하다 만 듯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전쟁이 필요해?

앞서도 말했지만, 진주만 공습에다 준 힘 좀 빼서 도리 틀 공습에다 보탰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아무튼 요 두 부분이 아쉽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 좋았고 공습 장면도 나름 실감 나게 잘 연출했다. 영웅 놀이 자제하고 전쟁의 폭력성과 비참함에 포커스를 둔 점도 마음에 든다.

벤 애플렉과 케이트 베킨세일은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보는 내내 샘나서 죽는 줄.ㅋ 케이트는 친숙한 얼굴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언더월드>의 셀렌이었음.ㅎ 그건 그렇고 벤은 뱀파이언가? 왜 안 늙지??? ㅡ.ㅡ^

일본이 필요해?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일본인들의 사고는 정말 이해 불가다. 아무리 미국이 원유 공급을 차단해서 막다른 골목에 섰다기로서니 거기서 내린다는 판단이 기습, 그것도 미국을.ㅎ 가만 보면 이런 유의 극단적 자학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최근 백신 회사들의 상술이 맘에 안 든다며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판단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원수 같은 상대라지만 그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피해가 눈에 훤히 보임에도 행동에 옮기는 것이 과연 현명한 행동인지 아닌지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마무리가 필요해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별 넷. 대니와 에블린의 관계가 급격히 후끈해질 즈음부터 집중이 흐트러졌다. 미국에 있어 워낙 중요한 소재다 보니 이것저것 다 담으려다가 되려 이것저것 다 애매해진 게 아닐까. 이 작품도 나쁘지 않지만 진주만 공습 관련 영화를 굳이 보고 싶다면 2019년 작품인 <미드웨이>를 추천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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