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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놀면서 사는 것 - 지치지 않고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 70가지 방법
와다 히데키 지음, 김현영 옮김 / 센시오 / 2019년 12월
평점 :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의 책 <내 꿈은 놀면서 사는 것>(센시오, 2019). 부제는 '지치지 않고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 70가지 방법'이다. 70편의 글이 있긴 한데 이게 다 각각 방법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부제를 읽지 않고 보면 자기계발서라기 보다 그냥 저자의 생각을 담는 70가지 '에세이'같다(한 편 당 약 2~3페이지).
일상에 인공지능이 스며든 오늘날에 '편안함'을 거부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에 뒤떨어진 태세다. 충분히 편해질 수 있는데 굳이 힘든 삶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 22p
저자의 주장은 단순하다. 일을 할 때 쓸모있는 노력을 하자는 것. 효율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더이상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비효율을 집어 던지자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인공지능 시대에 AI와 싸우는 미련한 짓을 하지말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업무 시간에 주어진 일만 처리하면 적당히 먹고 살 수 있었다. 물론 과도한 스트레스와 잔업은 필수(?)지만 그럭저럭 은퇴할 때까지 같은 분야에 비슷한 일을 반복해서 처리하기만 하면, 따박따박 월급 받아가며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또래 세대가 사회로 진출하기 시작한 때부터 노동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의 아이들이 사회로 진출 할 즈음에 평생직장, 철밥통, 월급루팡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통용이 될까? 아마 가능성이 낮을것이라 본다. 평생직장은 이미 진즉에 빚바랜 사진첩에 들어가셨고 공무원을 뜻하는 철밥통이란 말도 후에는 그 의미가 흐릿해지리라 희망(?)한다. 희망하는 이유는 공무원의 혜택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크게 줄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얘기하자면 엄청 길어지니 그건 다음에 하는걸로~
편해질 방법을 궁리하자는 말은 결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자는 말이 아니다. '힘든 노력' 대신에 '편한 노력'을 선택하자는 이야기다. - 47p
어릴적엔 요령피우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잔머리 굴리지 말고 주어진 일에나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하라는 말 역시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다. 물론 그 말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땐 그렇게 해도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연...?
고된 노력은 말 그대로 고된 노력일 뿐 목표 달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 49p
힘든 노력은 결실을 맺든 맺지 못하든 바람직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한다. 고생은 고생의 씨앗일 뿐이다. (중략) 열매를 맺으면 계속해서 힘든 노력을 반복해야 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면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부정하게 된다. - 51p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고, 변화는 빠르게 진행중이며 앞으로는 더 빨라질 예정이다. 조금만 알아보면 더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대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상품들이 쉼없이 등장한다. 이게 우리의 일을 편하게 하는 건지 더 바쁘게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어찌되었든 그것들은 분명 일 처리를 획기적으로 쉽고 빠르게 해준다.
'편하고 쉬운 방법'은 궁리하지 않으면 떠올릴 수 없고, 떠올렸더라도 시도해보지 않으면 정말로 편한지 알 수 없다. 생각하고 시도하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또 시도 하고... 편리함의 궁리는 이 과정의 반복이다. - 55p
중요한 건 그것을 활용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설령 완벽하게 활용한다 치자, 실컷 빠르고 편하게 일을 끝내놓고 또 다른 일을 찾아 다닌다면? 그거야 본인 자유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시간은 꼭 가져보길 바란다. 제발 돈을 벌기 위해 버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먼 미래에는 분명(인류가 살아남아 있다면...)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전부다 알아서 해주는 AI가 생길 것이다. 근데 AI가 A부터 Z까지 전부 다 대신 해주면 진짜 우리는 왜 사는 걸까????
어학능력보다 지식이나 교양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중략) 지금보다 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노력만 해온 사람들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리라. - 158p
노오력의 중요성이야 말해 무엇할까. 하지만 그러한 인간의 노오력을 허무하게 만드는 AI와 로봇이 있는 세상에서 노오력의 진정성은 얼마만큼의 의미를 갖을까? 실제 잴수는 없겠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것임은 분명하다.
인공지능과 경쟁하려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 - 160p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내가 하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열중하고 싶을 뿐이다. - 184p
우리는 이제 노동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정의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나의 분야에서 오랜시간 피땀 흘려 덜 먹고 덜 자며 열정을 다해 죽어라 일하는 것. 그렇지 않은 이는 무쓸모하거나 심지어 부도덕한 존재로 낙인찍던 세상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를 인공지능이 해결해주는 시대에는 '엉뚱한 상상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기술은 발전해봐야 첨단기술이지만, 상상은 그 모든 것을 뒤엎을 수 있다. - 195p
이제 더이상 옛 방식대로 고지식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가볍고 얇은 자기계발서지만 주제 자체가 가볍지 않다보니 여러 생각들이 이어지며 꽤나 멀리 다녀왔다. 읽는 시간보다 생각한 시간이 훨씬 길었을 정도. 굳이 두꺼운 철학책이 아니라도 이렇게 의미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자기계발서 = 속독' 따위의 생각은 이제 내려놓는게 어떨까? 빠르게 읽기는 급하게 정보 습득할때만 쓰자.
어디에도 영원한 것은 없다. 세상이 바뀌면 그에 맞게 내 생각과 사고방식, 행동도 바꿔야 한다. 사실 한국사람은 상대적으로 변화에 매우 잘 적응하는 편에 속한다. 그래서 딱히 이 책을 추천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여전히 일은 정해진 방법으로 주어진 시간에 맞춰 요령 피움 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만 펼쳐 보시길.
참고로 이 책은 일본인 저자가 2018년에 쓴 책이다. 2021년, OTT와 VOD의 시대에 여전히 DVD를 대여하고, 도장을 쓰며, 팩스를 주로 사용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에겐 꼭 추천해야하는 책이긴 하다. 적응의 문제를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할 순 없겠지만 쪼까 답답하다라고 까지는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암튼 다들 이미 잘 알겠지만 얼리어답터까지는 될 필요 없어도 시중에 자기 일 관련 유익한 기술이 있다면 어느정도는 활용하며 살자. 별점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