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읽는 행위 그 자체의 과정 속에서 영감을 얻거나 욕망을 충족 받는다. 누군가는 캐릭터를 통해, 다른 누군가는 장면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는 문장을 통해. 그런 과정 속에서 순수성을 따져야 하는 대상은 작품이 아니라 오롯한 개인의 감상일지도 모른다. 장르를 불문하고 욕망을 대체하는 인물이나 사건은 작품 속 장치일 뿐이다. 그것이 좌절되거나 실현되는 것은 작가의 몫이고 판단은 언제나 그렇듯 독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이 담긴 페이지 속에서 기호를 발견하는 순간이야 말로 단순한 언어들의 조합이 문학이 되는 순간일 것이다. 그것을 구분 짓는 데에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과연 필요한가.
- 남궁지혜 <기획회의 505호0 46p '순수한 당신의 독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