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알쓸신잡 덕분에 알게 된 유현준 교수. 그의 저서인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어디서 살 것인가>를 진즉에 읽고 싶었지만 다른 책들에 밀려서 아직 읽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이 책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저자가 경험한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이다. 같은 공간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고 해석되는 만큼 건축가인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서울에 있는 공간이 대부분이라 서울 시민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물론 어린시절도 나오고 유학시절 이야기도 나온다. 매우 다양한 공간이 등장하는 만큼 본인이 추억하는 또는 가보고 싶은 곳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 듯. 내가 관심가는 곳들을 꼽아 보자면, 우선 MIT 채플이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내부에 들어서면 처음 받는 인상은 '어둠'이다. 눈이 어둠에 적응해갈 때쯤 보이는 건축 요소는 제단 위에 있는 금속 장식물이다. 여러 개의 줄에 작고 네모난 금속판이 붙어 있는 장식인데, 위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금속판의 개수와 밀도가 늘어난다. 이런 디자인으로 인해 하늘의 은총이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듯한 빛이 연출된다. - 108p

잠수교도 인상적이었다. 서울 시민들은 놀랍겠지만 난 잠수교에 언덕이 있는 줄 몰랐다(참고로 난 대구 원주민.ㅋ). 잠수교가 있는지는 알았다. 왜냐면 장마때마다 뉴스에 나왔으니깐. 책을 통해 잠수교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MIT 채플 만큼 더 인상적인 공간이 선유도 공원의 '녹색기둥의 정원'이다. 과거 건물이 있던 자리에 기둥만 남겨놓은 곳이라는데 그곳을 담쟁이덩쿨이 타고 올라있는 모습이 정말 흥미롭다. 애초에 의도한 걸까 아님 어쩌다 담쟁이가 올라온걸 그대로 놔둔 걸까. 어느쪽이든 간에 그 결과물을 직접 보고 싶긴하다.

여러분 주변에 이런 '등잔 밑' 공간을 찾아두면 좋다. 집이 작을지라도 이 도시 속에 그런 공간을 많이 아는 사람이 부자인 것이다. 내 것은 내 것대로 쓰고, 숨겨진 주인 없는 공간도 내 것처럼 쓰는 것이 이 도시 속에서 부자로 사는 방법이다. - 279p

에세이기에 당연하지만 건축쪽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 초반에 마치 사진의 캡션처럼 느껴지는 짧은 글들이 꽤 있다는 부분이 아쉬웠다. 별점은 4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분은 '건축'이 아닌 도시의 '공간'에 관한 책이라는 걸 참고하시길.

우리에겐 공간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하다. 우울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공간, 혹은 사색할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공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위로해주고 즐겁게 해주는 그런 공간 리스트 말이다. 그런 리스트가 있을 때 여러분의 삶은 더욱 위로받고 더 빛나게 될 것이다. - 4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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