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된 거짓말 - 진실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탈진실의 시대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거짓말은 점차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거짓말이면서 거짓말이 아닌 그런 정보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거짓말에 속아, 아니 그런 정보에 현혹되어 선택을 할 것인가. '내가 그런 거짓에 놀아날 줄 알아? 난 꼼꼼히 따져 볼 거야.' 하면서 정작 자신이 무엇에 놀아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살 것인가.


결혼 전에는 뉴스를 철썩같이 믿었다. 뉴스와 신문은 사실을 말하는 것이니까, 말하지 못하는 것은 있어도 말한 내용이 거짓일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인터넷이 더욱 활성화되면서(물론 결혼 전에도 인터넷은 활발했지만, 그 발전 속도는 급속도록 커져만 가는 것 같다) 내가 보고 있는 읽고 있는 뉴스와 신문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정확히 알았다기보다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정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많은 대조군과 비교하며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혹은 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는, 혹은 모른다고 생각조차 못했던 사실들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더욱더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3부로 나위어 수/말/세상 평가하기로 구분한다. 1부 수 평가하기는 "통계 자료는 사실이 아니다. 해석(p.29)"이라고 말한다. 통계자료가 숫자이다 보니 우리는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대마초 금지법의 시행이 중단된 이후로 35년간 대마초 흡연자의 수가 해마나 두 배씩 증가해왔다(p.30)" 이런 주장이 있을 때 그럴듯한가? 저자는 조금만 살펴보면 오류라고 말한다. "가령 35년 전 캘리포니아 주에 대마초 흡연자가 한 명 있었다고 가정했을 때 (...) 해마다 두 배씩 증가하면 170억이 넘는 수치가 나온다(p.31)고 말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이 그래프를 보면 세금이 아주 많이 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른쪽 막대가 왼쪽 막대보다 6배나 더 넢기 때문이다. 본인의 세금이 6배 오르길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숫자를 싫어하거나 바쁜 시청자들은 축을 찬찬히 살펴보고 실제 차이가 세율 35%와 39.6%의 차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p.61)


y축을 수정해 이렇게 표현해야 올바른 도표일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쓰고 알리는 사람이 어떤 입장인지에 따라 데이터는 얼마든지 편법으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자료들이 무궁무진하다. 난 1부의 한 예로 쉽게 이 책에 대해 알려주고자 위 자료를 게시했지만 2부의 말 평가하기, 3부의 세상 평가하기 내용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많은 내용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은 매우 민주적인 통신망이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누구나 전 세게의 온갖 정보에 즉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처럼 그런 두 가지 활동이 합쳐지면, 진짜 정보와 허위 정보가 나란히 공존하는 가상 세계가 생겨난다. 거기서 둘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당신을 도로 쳐다보는데, 하나는 당신에게 도움을 줄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당신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알아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인데, 그런 일을 하려면 신중한 사고도 필요하고 우리 중 대다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한 가지, 즉 시간도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는 당신이 한 문제에 적용하고서 곧바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속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 사고를 하려면 우리는 모두 베이즈식으로 생각하며 새로 얻은 정보로 자신의 지식을 갱신해야 한다.(p.345)"고 말한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그가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이라며 운을 떼는지 보면 된다"(p.201)고 한다. 정직한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말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며..


이 책은 우리가 비판적사고를 하기 위한 입문서로서 정보가 어떻게 우리를 현혹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지 두 정보를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세상에 조금 더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길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단, 많은 숫자들과 흔히 듣지 못하는 전문 용어들에 머리가 지끈거릴 수도 있다.(나만 그럴 수도 있다.)

 

<이 책은 출판사에게 도서를 지원받아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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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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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라는 소재목을 달고 있는 <안목에 대하여>는 세계적인 미술품 감정사 프랑스 아작시오 미술관 관장이 들려주는 예술에 대한 안목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술품 감정사로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작품들을 어떻게 새로이 발견했으며,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그럼으로써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소개한다. 또한 미술품 감정사가 피해야 할 위험요소와 지녀야 할 덕목(?), 미술품 감정사의 삶에 대해, 그리고 그와 함께 작업하고, 그의 스승인 위대한 예술인들의 에피소드들, 그리고 중요한 안목에 대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의대 공부를 시작하는 바람에 저자는 어린 시절 부유한 외가에서 살았다. 외할아버지 또한 의사였으며 미술관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자주 미술관이나 전시 등에 데리고 다니신 덕분에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환경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맹모삼천지교가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저자는 일부러 미술사를 전공하게 하고자 의도한 교육환경은 아니었지만, 많이 보고 접한 환경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감정사에 대해 저자는 "화가의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일반적인 특징을 잘 기억하면서도 각각의 작품을 유일무이한 개별적 대상으로 취급해야 하며, 화가와 혼연일체가 되어 세밀한 부분은 물론 그 너머까지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p.70)"고 말한다. 또한 미술 감정사라는 직업의 좌우명으로 "언제든 질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뭔가에 확신이 서더라도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고집해서는 안된다(p.35)"로 삼고 있다고 한다. "미술 작품을 관찰해서 지식을 얻을 때처럼 감정을 할 때도 새로운 견해를 수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p.35)고 했다. 이것은 비단 미술 감정사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혼신을 다하고, 늘 의문을 품으며,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미술 감정사의 안목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안목은 보는 것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보지만 다 똑같이 보지는 않는다. 나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다. 아니, 안목을 갖게 되었다. 훌륭한 미술품 감정사로 거듭나기 위해 보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미술품에 눈먼 사람처럼 맹목적으로 딴 데는 눈이 팔리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봐야 할 대상에만 일편단심으로 눈길을 준다. 내가 미술품 감정사 직업을 가져서 좋은 점은 거무스레한 면 뒤에 숨겨진 밝은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는 미​술품 감정사로서 오감을 곤두세우고 미술의 세계를 탐험한다.(p.244)."


안목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탁월한 재능과 부단한 훈련에 탄탄한 인맥이 갖춰지고 정식 교육을 이수할 때 비로소 안목이 형성되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훈련.(p.300)"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에 문외한인 내가 안목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자 찾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확신해 준 책이다. 책의 내용은 예술에 대한 안목에 대해 설명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이 안목이 우리 삶에 그대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안다는 그 앎이 진정한 앎인지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내가 모른다, 백지상태다 생각하고 알고자 배우고자 하는 내용에 포커스를 맞추고 제대로 파헤쳐야 하는데, 안다고 착각한 나머지 무심코 넘긴 일들은 안목을 키우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었을 뿐이다. 아직 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을 받아 주관적인 입장에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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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icult Women (Hardcover)
Roxane Gay / Grove Pres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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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출간되지 않은 가제본 상태다.

이런저런 사진이나 그림이 없이 제목만 드러난 표지를 보니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책을 읽어보면 왜 그런지 내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제본은 8편의 단편을 묶었다.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슬픔과 어려웠던 과거를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분명 허구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어디에선가 분명 일어났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작가의 글솜씨가 뛰어나서인지, 번역자의 번역이 좋았던지, 편집자의 교열이 좋았던지, 어쨌든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성공이다. 


읽는 동안 상당히 불편했다. 알고 싶지 않은, 알고는 있지만 나도 모르게 모르는 척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그래서 무서운 이야기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들은 숨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저버리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살면서 나름의 절망에 빠질 수 있다. 부유하고 고학력에 다정하기까지한 부모 슬하에 자라서 어떤 어려움도 없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하고 살아온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나름의 절망에 빠질 수 있다.(물론 그 절망이 다른 이들에겐 하찮은 고민거리일 수도 있겠지만..) 나도, 우리 아이들도..

난 어떤 절망이라도 분명 한줄기 빛이 어디에선가 나를 비춰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아마, 빛이 없다면 직접 빛을 만들어서라도.. 절망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속표지 문구이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 찬미받아야 할 어려운 여자들을 위하여"

 

난, "본연의 모습 그대로 찬미받아야 할 모든 여자들을 위하여"라고 고쳐주고 싶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 리뷰는 주관적인 제 생각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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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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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서 얼마나 만족하며 살고 있는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바꿀 수 있는가? 바꾸고 싶은가? 바꾸어지는가?


책을 읽고 난 다음 가장 먼저 머리에 스친 생각이다.


주인공 조지는 잘나가는(?) 잡지사에서 회계를 담당한다. 적당히 썸타는 여친 아이린은 같은 회사 편집부 직원이다. 조지의 첫사랑 오드리, 리아나, 제인이라 불리는 여자를 다시 만나고 나서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발생한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물이다.


조지는 대학 시절 오드리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진짜 오드리가 아닌 리아나라는 다른 여자였다. 오드리 대신 학교에 입학해 오드리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문제는 진짜 오드리가 자살을 하면서 리아나가 더 이상 오드리로 살 수 없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엄마는 안 계시고, 약에 빠져 살며 약 값으로 딸을 파는 아빠, 아무것도 없는(풍요롭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작은 소도시에서 리아나는 살고 있다. 자신의 삶이 지긋지긋하다고 느끼면서..


반면 조지는 적당히 풍요로운 가정 형편에 일을 열심히 하는 과묵한 아버지, 다정하고 헌신적인 엄마 사이에서 큰 불편함 없이 그야말로 적당히 괜찮은 삶을 살며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간, 크게 재미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모자르거나 하지 않은 그런 남자였던 듯 싶다. 그래서 열정적인 리아나에게 마음을 빼앗겼을까?


책을 읽는 내내 조지의 우유부단함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에 콩깍지가 씌이면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도 상대방을 옹호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나는, 내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사실 우리 인생이 콩깍지가 씌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뒤섞었다.


주어진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리아나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지 않은 조지와의 만남..

이건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이 아닐까.


리아나는 행동한다. 자신이 가진 환경에서 무조건 벗어나기 위해. 불법적인 요소가 있고, 옳지 않은 방법들이 난무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선택과 행동에 그럴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은 연민이 드는 건 왜일까. 만약 그녀가 합법적이고 올바른 방법을 시도했다면 과연 그녀는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녀는 자신의 환경에 순응하고 받아들였어야 했을까.


마지막까지 그녀의 뒤를 좇는 조지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재밌는 작품이다. 올 여름 휴가지에서 읽으면 좋겠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영화 속 룰루처럼 새로운 나를 만들어냈다면 그게 원래 모습보다 더 솔직하고...... 진정한 내가 아닐까? 아무도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 이름이나,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기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중략)

"넌 마치 사람은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 다른 신분으로 살 수 있는다는 듯이 말하잖아. 그렇게는 안 돼. 원래의 내가 싫을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우린 여전히 그런 사람인 거야."

"언제든 다른 신분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아냐. 변한 모습이 진짜 나라는 거지. 영화에서처럼. 모든 걸 지어냈다 해도 그게 룰루의 실체잖아."(중략)

"그래도 네 말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겠어."

"넌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뿐이야."

"그렇지 않아.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난 그냥 과거로부터 달아난다거나, 부모와 의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그럼 사람은 변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냐. 누구도 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거지. 좋든 싫든."(중략)

"넌 가정환경이 좋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넌 부모님도, 고향도, 뉴잉글랜드도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고향에서 두 시간도 안 걸리는 대학을 선택했겠지. 가족 안에서 이방인이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넌 몰라."

"그래 인정해. 다만... 어른이 됐을 때가 어릴 때보다 더 진정한 나에 가깝다는 말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어. 난 두 모습 다 진정한 나라고 생각해. 사람의 태생을 무시할 순 없어. 아무리 그러고 싶다 해도 불가능해. 그건 늘 존재하고, 우리의 실체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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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자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인민일보 뉴미디어 센터 지음, 오하나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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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초등하교1학년 큰애가 운동회가 싫다며 결석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자기가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00미터도 아니고 50미터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 떨리다며 전날 밤부터 울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까지.. 어른이 생각하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이 일이, 우리 아이에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느껴졌나보다.


우리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선물해주고 싶은 제목을 안고서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중국어 번역서는 잘 읽지 않는다. 취향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잘 모르는 중국 정서에 아주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물론, 다른 나라라고 잘 아는 건 아니다. 어떤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이후로는 중국 번역서는 잘 읽지 않았다. 물론 번역된 책들이 많지도 않았다. 이 책이 나에게 그런 이질감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 책은 인민일보에서 운영하는 SNS에 올라온 다양한 글 중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것들만 묶어 엮었다. 25가지 에피소드들은 우리에게 끈기, 열정, 꿈, 인생, 도전, 청춘 등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너무 젊은 친구들(2,30대)의 이야기라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는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어떻게든 인생을 살아내야하고, 그 인생을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과연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곱씹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p.121

하버드에는 유명한 이론이 하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여가시간의 활용법에 차이를 보이는데, 매일 밤 8시에서 10시 사이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매일 그 두 시간을 독서, 자기계발, 사고활동 혹은 의미 있는 강연을 듣는 데 사용한다면 인생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그런 식으로 수년간 지속한다면 성공이 제 발로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이런 글은 평소 내 게으름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p.159

플라톤이 말했듯 우리가 찾아 헤매는 것은 전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늘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쓰다가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을 놓치곤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꿈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이다.

 

이런 글은 무지했던 나를 일깨워주었다.


이 책의 제목만을 봤을 때는 청년시절 어렵게 삶을 이겨낸, 지금은 중년 혹은 노년의 성공한 사람이, 현실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조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은 경험담과 자신 또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그때 자신들이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그래서 더 현실감이 있다. 그래서 더 생생하다.


지금 자신의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람들,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픈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p.17
꿈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설령 바닥까지 떨어진 삶이라 할지라도, 꿈을 움켜쥔 손만큼은 번쩍 들어 올려야 한다.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저 별처럼.

p.42
우리는 늘 이런 무미건조한 삶에 신선함을 더하기 위해 외부적 환경을 바꾸려고만 한다. 하지만 우리네 삶이 처음부터 이토록 감옥 같은 것은 아니었다. 감옥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무력감은 삶의 탓이 결코 아니다. 사고를 게을리 하고, 변화를 게을리하며, 수련을 게을리하기에 생기는 마음의 상태인 것이다.
‘다시 시작’이라는 이 네 글자는 더없이 쉽고 아름다운 것처럼 들리며, 저 먼 곳에 존재하는 낯설고 새로운 세계는 생각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우리는 경솔하게 그 모습이 희미해 잘 알 수도 없는 ‘미래’임에도, 마치 그것이 당장 눈앞에 선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는 현재의 이곳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p.44
우리가 벗어던져야 하는 것은 삶 그 자체가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 변화에 저항하는 자신의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평생 무력함에 발목이 잡혀, 아무리 ‘신세계’를 찾기 위해 바삐 돌아다녀도 혹은 그나마 가지고 있는 일말의 투지마저 불사른다 해도, 그 무력감에서 벗어나진 못할 것이다.
섣불리 스스로의 삶을 벗어던지려 하지 말자. 무기력하게 대하고 있는 직장, 전공 그리고 연인을 벗어던지려 하지 말자. ‘감옥의 담벼락’을 허물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마음에서 출구를 찾고, 삶을 더욱 충실하게 대하며, 재미와 희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p.201
‘남들이 나의 선행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선행을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칭송과 보상의 의미 역시 우리의 자긍심을 위한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바로 스스로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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