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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평점 :
나는 나로서 얼마나 만족하며 살고 있는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바꿀 수 있는가? 바꾸고 싶은가? 바꾸어지는가?
책을 읽고 난 다음 가장 먼저 머리에 스친 생각이다.
주인공 조지는 잘나가는(?) 잡지사에서 회계를 담당한다. 적당히 썸타는 여친 아이린은 같은 회사 편집부 직원이다. 조지의 첫사랑 오드리, 리아나, 제인이라 불리는 여자를 다시 만나고 나서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발생한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물이다.
조지는 대학 시절 오드리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진짜 오드리가 아닌 리아나라는 다른 여자였다. 오드리 대신 학교에 입학해 오드리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문제는 진짜 오드리가 자살을 하면서 리아나가 더 이상 오드리로 살 수 없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엄마는 안 계시고, 약에 빠져 살며 약 값으로 딸을 파는 아빠, 아무것도 없는(풍요롭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작은 소도시에서 리아나는 살고 있다. 자신의 삶이 지긋지긋하다고 느끼면서..
반면 조지는 적당히 풍요로운 가정 형편에 일을 열심히 하는 과묵한 아버지, 다정하고 헌신적인 엄마 사이에서 큰 불편함 없이 그야말로 적당히 괜찮은 삶을 살며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간, 크게 재미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모자르거나 하지 않은 그런 남자였던 듯 싶다. 그래서 열정적인 리아나에게 마음을 빼앗겼을까?
책을 읽는 내내 조지의 우유부단함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에 콩깍지가 씌이면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도 상대방을 옹호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나는, 내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사실 우리 인생이 콩깍지가 씌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뒤섞었다.
주어진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리아나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지 않은 조지와의 만남..
이건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이 아닐까.
리아나는 행동한다. 자신이 가진 환경에서 무조건 벗어나기 위해. 불법적인 요소가 있고, 옳지 않은 방법들이 난무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선택과 행동에 그럴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은 연민이 드는 건 왜일까. 만약 그녀가 합법적이고 올바른 방법을 시도했다면 과연 그녀는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녀는 자신의 환경에 순응하고 받아들였어야 했을까.
마지막까지 그녀의 뒤를 좇는 조지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재밌는 작품이다. 올 여름 휴가지에서 읽으면 좋겠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영화 속 룰루처럼 새로운 나를 만들어냈다면 그게 원래 모습보다 더 솔직하고...... 진정한 내가 아닐까? 아무도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 이름이나,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기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중략)
"넌 마치 사람은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 다른 신분으로 살 수 있는다는 듯이 말하잖아. 그렇게는 안 돼. 원래의 내가 싫을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우린 여전히 그런 사람인 거야."
"언제든 다른 신분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아냐. 변한 모습이 진짜 나라는 거지. 영화에서처럼. 모든 걸 지어냈다 해도 그게 룰루의 실체잖아."(중략)
"그래도 네 말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겠어."
"넌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뿐이야."
"그렇지 않아.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난 그냥 과거로부터 달아난다거나, 부모와 의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그럼 사람은 변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냐. 누구도 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거지. 좋든 싫든."(중략)
"넌 가정환경이 좋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넌 부모님도, 고향도, 뉴잉글랜드도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고향에서 두 시간도 안 걸리는 대학을 선택했겠지. 가족 안에서 이방인이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넌 몰라."
"그래 인정해. 다만... 어른이 됐을 때가 어릴 때보다 더 진정한 나에 가깝다는 말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어. 난 두 모습 다 진정한 나라고 생각해. 사람의 태생을 무시할 순 없어. 아무리 그러고 싶다 해도 불가능해. 그건 늘 존재하고, 우리의 실체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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