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영어 원서로만 책을 읽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영어실력(문장구성능력,단어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이고.
두번째 이유는 지금 내가 미국에 있어서 한국책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이 두가지 이유가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 영어 원서를 부쩍 읽다보니 다른 이유가 생겼다.
작가가 영어권 사람이어서 영어로 책을 써냈으면, 그 책을 영어로 읽어야지 가장 작가의 말하고자 하는 바를 포착해내기 쉽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다.
나는 한국 번역자들이 번역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소리가 아니다.
단지, 다른 언어의 차이에서부터 생길 수 있는 미묘한 의미차이가 당연히 생기기 마련이고, 그 차이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티비쇼 프렌즈를 한국어 자막을 해 놓고 보면 별로 재미가 없다.
하지만, 자막없이 그냥 본다면, 영어에서부터 오는 농담이라든지, 사소한 말장난같은 것에 낄낄거리고 웃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서가 있는 책은 원서로 읽는게 최고인 것 같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내가 독일어를 못하기에 The Reader의 독일어로 읽지 못했다는 것,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기에 무라카미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일본어로 못읽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 같다. (뭐 일본어는 워낙 한국말과 비슷하긴하지만 그래도..)
그렇다면 시를 생각했을때 안타까움은 더하다. 단어 하나 하나마다 의미를 담고 있는 시같은 경우에...
독일어를 잘해서 독일어로 마리아 라이너 릴케의 시를 읽는다면, 프랑스어를 잘해서 프랑스어로 랭보의 시를 읽는다면
아 그 epiphany는 생각만해도 짜릿한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