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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아직은 홍세화 씨가 파리에 있을 때, 한국에서 출간된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저자는 책을 통해 '똘레랑스'라는 말을 한국에 전했다.










1999년, 여전히 파리에 머물고 있는 홍세화 씨의 두번째 책.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프랑스는, 한국과 달리 형식과 권위가 중요치 않은 나라이고, 각자의 개성이 중요한 나라,  ‘질서’보다 ‘정의’가 앞서는(즉 ‘사회불의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택한다’는) 나라다. 프랑스 역사가인 쥘 미슐레는 “영국은 제국이고, 독일은 민족이며, 프랑스는 개인이다.” 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사르트르와 드골 대통령의 일화가 소개된다. 2차대전  후 알제리가 독립을 외쳤을 때, 프랑스에서는 공산당 등 좌파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가 식민지 유지를 지지했다. 이 때 사르트르는 식민지의 반인간성과 반역사성을 강하게 비난하며 알제리 독립자금 전달책으로 나섰는데, 이는 반역행위에 가까웠다. 이에 드골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놔 두게. 그도 프랑스야!”(p.44)


홍세화 씨는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왕따’ 현상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책이 출간된 게 1999년이란 걸 생각하면 십 수 년 넘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10년 후, 또 10년 후는 어떨지 암담해진다.  


왕따란 결국, “너는 우리가 아니야!”라는 주장에서 비롯되는 행태이다. 반역행위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사람까지 ‘그도 프랑스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에 왕따가 설 자리는 없다. (p.45) 



홍세화 씨가 한국에 정착할 즈음인 2002년에 나온 책,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그가 보기에 대한민국에는 ‘사회 귀족’이라는 계급이 있다. 사회 명사나 사회 지도층쯤 되는 이들, 신문 동정(動靜)란이나 부음란에 소개되는 이들이다. 


프랑스에도 국가의 공공기관 부문을 장악한 ‘국가귀족’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귀족은 사회 모든 부문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더 귀족다운 귀족이다. 귀족은 본디 종신이라, 정형근 같은 이는 서울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귀족의 반열에 올라 이제 평생 귀족으로 남을 예정이다. ‘이문열 책 반납운동’을 이끄는 부산사람 화덕헌에게 “당신 전라도 사람이지?”라고 묻는 이문열도 귀족 중의 귀족이다. 홍세화 씨는 이 견고한 ‘기득권의,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성채’를 하나하나 허물려고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책의 부제처럼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만약 진보신당에서 국회의원이 나오고, 그게 만약 홍세화 씨라면 그가 '사회 귀족'이 되는 건 아닌가? 그는, 유명인사이지만, 여전히 '아웃사이더'로 살고 있긴 하다. 여전히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진보를 지키려고 하는, 그리고 '연대'하려고 하면서, 대한민국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2003년에 나온 "빨간 신호등"


 







이 책은 홍세화 씨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묶은 것이다. 때는 김대중 정권이고, 정치인 노무현이 보수세력으로부터 ‘좌파 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다. 진보세력은 맥을 못추는 때였고, 신자유주의는 그 정체가 드러나기 전이다. 홍세화 씨는 프랑스 망명생활을 끝내고 2002년 귀국했으니, 이 칼럼들은 빠리에서 시작하여 서울에서 마무리한 것이다.

 

 

그는 ‘사회정의를 돌보지 않은 경제성장’을 경계하며, 따라서 무질서를 가져올지라도 파업노동자의 행동을 지지한다. ‘낙선운동’을 정치 회복을 위한 마지막 희망으로 생각한다. 인권과 사회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소수파인 동성애자를 인정한다. 또한 보수세력의 지역주의를 혐오하고, 조선일보는 반대, 공기업의 사유화 역시 반대한다. 


프랑스라는 선진국가에서 수십 년을 살았기 때문인지 그의 눈에 이 땅은 여전히 불합리하고 못마땅하다. 그건 결코 경제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인권과 사회 연대를 생각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 차이 때문이다. 2003년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책 속 사회에서 조금은 벗어났는가? 어느 면에서는 그렇고, 또 그렇지 않다. 시민 의식은 성장했지만, 기득권의 세력은 더욱 단단해진 것이다.




2009년 출간된 "생각의 좌표"









이 책은 그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 강연 원고 등을 정리하고 새 글을 보태 2009년에 내 놓은 것이다. 제목처럼 ‘생각의 좌표’를 제시하려고 한 것이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물음에,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유하는 인간’으로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펴낸 것이다.


‘내가 가진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저자는 1) 폭 넓은 독서 2) 열린 자세의 토론 3) 직접 견문 4) 성찰의 네 가지를 꼽는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청소년기를 거치며 받는 교육 경험에 비추어 얼마나 많은 독서, 토론, 견문, 성찰기회를 갖게 될까? 그렇게 형성된 내 ‘생각’은 제대로 된 것일까?, 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된다.

 

 

왜 우리는 만점이 100점일까? 다른 나라들처럼 20점이나 10점이 아니고? 점수 폭이 넓어야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기 쉽기 때문이다. 유럽의 학생들은 가령 12점(20점 만점) 이상을 받으면 그 시험 영역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한다. 대학은 평준화되어 있고,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에게 석차나 등급을 주지 않고 합격/불합격 기준으로 절대평가만 하기 때문이다. 10점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점수이므로 12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학생은 그 시험 영역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 12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그래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연애하고 여행하고 자연과 벗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적성을 발견할 수 있고 적성에 맞아 흥미를 느끼는 교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우리 학생들은 88점이 아니라 99점, 심지어 100점을 받아도 그 시험 영역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한다. 한 등수라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1등을 하고 1등을 끝까지 지킬 때까지. 모든 학생이 모든 과목의 모든 시험 영역에서 끝까지 해방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

다른 나라 학생들이 책과 토론과 여행으로 사회와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때 우리 학생들은 오로지 시험 문제지만 만난다. 상상력이나 창조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인간과 사회와 만나지 않은 채 오로지 시험 문제지와 만나려고 공부하고 또 공부할 뿐인데? 그런데 도대체 무얼 공부할까? (p.32~33)



홍세화 씨는 내가 글을 쓸 때 생각하는 롤모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글은 허투루 쓴 문장이 없고, 쓴 내용이 진심이라는 게 느껴진다. 마음에 없는 칭송을 하지 않고, 괜히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일부러 꾸미지도 않고, 쓸데없이 공격하는 법도 없다. 그의 책 중에 괜히 읽었다 싶은 게 있었나? 없다


홍세화 씨는 20여 년의 프랑스 망명생활을 정리하고 2002년 영구 귀국하여 한겨레 기획위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격월간지 “말과 활”의 발행인, 진보신당(2015년 10월 현재 노동당) 대표를 지냈다. 2015년 현재 노동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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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는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하나다. 실패가 없는 책. 그 중 몇 권을 소개하자면,

 

작년에 읽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저/한상연 역 | 부키 | 원서 : Were You Born on the Wrong Continent? 


“무한경쟁의 미국과 여유만만한 유럽, 어디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 출판사에서 내세운 홍보 문구다. 그러게 말이다. 어디가 우리의 모델이 되면 좋을까? 이 책은 미국 시카고의 노동 전문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미국과 유럽(그 중에서도 독일)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며 어느 쪽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1인당 GDP가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미국(2006년 기준 1인당 GDP 미국 44,155달러, 독일 35,270달러, 덴마크 40,702달러, 프랑스 36,546달러)에서 산다는 건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일까?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미국의 GDP를 상승시키는 동력은 ‘삶을 즐기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미국인은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무한정 이동하며, 대형 쇼핑몰에서 낭비하는 삶’(p.80)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유럽에서 노동자로, 중산층으로 산다는 건 연평균 노동시간 1500시간에 연간 6주간의 휴가를 보장 받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건 어떤가. 연평균 노동시간이 공식적으로는 1800시간이지만, 보통은 2300시간을 일하고 있는데다가 더, 더 많이 일을 해야 마음이 놓이는 ‘워커홀릭 증후군’에 시달리다, 정리해고 되는 순간까지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다를 바 없다. 

 

저자인 토머스 게이건은 시카고에 사는 직장인 ‘바버라’와 유럽 어느 도시에서 일하는 ‘이사벨’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누가 더 행복할까를 비교했는데, 읽다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나이를 먹는 것이 이사벨에게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지만, 바버라에게는 노동 가치의 하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적 자본’이라는 말을 놓고 볼 때 이사벨은 ‘인간’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바버라는 ‘자본’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p.92)

 

 

이 책에서는 유럽 중에서도 '독일'의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가 직접 독일에서 얼마간 체류한 경험이 있기도 하고(사실 아주 짧다), 독일이 대국이고, 제조업 강국이며, 사회민주주의 국가이고, 신문의 나라, 환경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이야말로 유럽의 진짜 중심이라고 믿고 쓴 것이다.  

 

 

역시 작년에 읽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공저 | 부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도 신자유주의이고, 이명박 역시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진해왔는데, 다시 ‘안티 이명박’을 주장하며 ‘좌파 신자유주의’를 불러올 필요가 뭐 있는지, 저자들은 그 도돌이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책을 냈다. 더욱이 30년 전에 사망한 박정희를 끄집어내며 ‘이 모든 건 박정희 때문’이라고 하는 건 “겉으로는 자유 시장을 말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좌파적인 정책을 쓰면서 민족주의적 경제 개발 노선을 추진”(p.20)한 박 전 대통령을, 뉴라이트나 좌파 모두 잘못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나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진보를 자처하면서 자신들은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재벌 개혁, 은행 민영화, 중앙은행 독립 같은 시장주의 개혁을 원하고 있다. 

이 책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2탄이다. 첫 번째 책은 2005년에 나왔고,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그들은 재벌 기업의 해체가 글로벌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재벌의 앞잡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이번 책에서 그 평가에 대해 항변은 하지만 원래의 주장이 달라진 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재벌 기업의 해체에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박정희 시대를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하준은 "정말 중요한 건 재벌 금융 규제가 아니라 헤지펀드나 신용파생상품, 국제 신용 평가사, 이런 것들을 규제하는 거"(p.142~143)라고 했다.  

 

저자들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관치’다. “금융 시장과 주주 자본주의를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통제, 규제하고, 산업 정책과 정책 금융을 일관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시행하는 그런 관치와 그런 경제 관료가 필요하다는”(p.187) 것이고, 이건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배치된다. 저자들이 반대하는 것은 재벌들 위에 있는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재벌을 해체하면 누가 새 주인이 되는 건가? “지난 민주 정부 시절의 재벌 경험으로 볼 때 GM 같은 다국적 기업들 아니면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 그것도 아니면 다른 재벌이 인수하는 게 현실”(p.222)이다.

 

..... 그리고 결론은 복지다.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지금은 보수쪽에서도 복지를 들고 나오는 판이지만, 그쪽의 주장은 한계가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복지국가 시스템으로 가는 길, 그 여정이 책 속에 제시되어 있다.  

 

 

3년 전, 크게 이슈가 되었던 장하준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장하준 지음 | 부키 | 2010-11-04)

 

장하준이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하는 바는 한마디로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책 제목의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 첫 번째가 바로 이것이고, 나머지 22가지에 영향을 미치는 명제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재앙은 '결국 따지고 보면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p.12)다. "자유 시장주의자들,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온 이야기는 잘해야 부분적으로만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렸다"(p.13~14)는 것인데, 그렇다고 저자의 주장이 '반자본주의 성명서'쯤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 방법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이건 서론에 있는 말인데다가, 이 책의 국내판 주제는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이기도 하다).

'시장이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p56)하다는 저자의 말은 지금까지 우리가 의심을 하면서도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던 '시장에의 희망'을 무참하게 꺾는 것이고,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들은 대신 다른 희망과 대안을 전하고 있다. 

 

가령,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이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p.107) '보호주의'와 '정부의 적극적 개입 정책'을 채택했으면서, 이제 와서 '자유 무역' '자유 시장'을 외치거나 '트리클다운(Trickle-down)'을 기대하며 개발도상국으로 하여금 심화된 불평등을 초래하게 한다. 이에 대해 제시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기업은 소유주(주주) 이익을 위해 경영하는 대신 노동자나 납품업자 등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더 고려해야 하며(Thing 2), 자본에도 국적이 있음을 인정하여 '초국적'이나 '무국적'에 대한 환상으로 경제정책을 세우지 말아야 하고(Thing 8), 산업화 사회의 기반 없이 '서비스 산업'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을거라는 환상을 갖지 말 것이며(Thing 9),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Thing 12),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덜 효율적이도록 할 것이다(Thing 22). 


 

최근에 읽은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법을 무기로 세상 바꾸기에 나선 용감한 변호사들 이야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은이) | 부키 | 2013-12-13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멀쩡히 학교에 다니다 강제 출국 되고, 성 소수자인 청소년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우팅’ 당하고, 집단 괴롭힘에 시달린다.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9시간가량 일하면서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고, 폭언, 폭행, 성희롱, 멸시와 조롱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우리나라에 와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은 1년이 넘도록 법무부 결정을 기다리기만 하면서 ‘취업’은 금지되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26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국민은 주거로 삼기 적절하지 않은 거리, 쪽방, 컨테이너나 움막 같은 곳에서 살아간다. 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가 편을 들어주나? “공감”에서 그런 일을 한다. 


“공감”은 공익인권법재단다. 국내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로, 2004년 아름다운 재단에서 시작됐다. 박원순 변호사는 후배들에게 “판사, 검사,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라는 레드오션”에 빠지지 말고, ‘공익변호사’라는 ‘블루오션’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린 연수생들은 그를 찾아갔고, 함께 일하기 시작한다. 공감에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은 수임료도, 소송비용도 낼 필요가 없다. 공감 변호사의 연봉은 3천만 원, 100퍼센트 기부로 운영된다. 영리 활동은 금지다. 돈을 적게 벌어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은, 변호사가 꼭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건 아니다, 도시 근로자의 평균치는 되니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다, 자신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볼 필요도 없고, 성인군자로 생각지도 말라고 한다. 굉장히 맞는 말인데, 존경스럽다. 


이 책은 공감 활동 10년을 되돌아보며, 이 단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를 알리며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앞서 말한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중고령 여성노동자, 난민, 주거 취약계층은 공감의 주 고객이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가 너무 먼 사람들이라면, 매일 만날 수 있는 청소노동자와 돌봄노동자(간병인, 가사도우미, 요양보호사, 육아도우미 등)들은 우리의 어머니일 수도 가까운 친구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이들은 ‘남’이다.  ‘공감’의 활동 없이도 이 사회가 이들에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리고... 읽으려고 사 놓은 책. "오! 당신들의 나라". 기대된다.

 


 

 

 

 

 

 

 

 

오! 당신들의 나라-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은이) | 전미영 (옮긴이) | 부키 | 2011-12-12

| 원제 This Land is Their Land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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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은 1956년 중국 랴오닝에서 태어나 서른살인 1985년 미국으로 간 중국계 미국인이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인데, 그가 영어를 시작한 건 스무살이 넘어서라니, 놀랍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1999년에 전미 도서상, 2000년에 펜 포크너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고, 이제는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기다림"은 장편 소설이다.

 

1963년 선양 시市의 육군의학교 시절, 주인공 쿵린은 고향에 있는 양친의 간청으로 얼굴도 모르는 여자 류수위와 결혼하게 된다. 쿵린이 실제로 그녀를 만나 보니 박색에다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전족으로 발 길이가 10센티미터였다. 쿵린은 도무지 그녀에게 정을 붙일 수가 없었다.

 

결혼하고 몇 년 되지 않아 아이를 하나 낳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아예 근무지인 무지 시의 육군병원에서 일 년 내내 지내다가 여름 휴가철 일주일만 시골 집에 내려갈 뿐이고, 그때에도 아내와 같은 방을 쓰지 않는다. 같은 근무지의 간호사 우만나와 정이 들면서부터는 여름 휴가철마다 아내 류수위를 데리고 시골 인민법원으로 가 이혼을 청원한다. 그때마다 번번히 기각 당하길 십 수 년. 우만나는 쿵린을 기다리다 늙어 마흔을 넘었고, 혼외정사가 발각될 시 큰 고초를 겪게 될 것을 두려워한 그들은 오랜 시간을 정신적 동지로만 지낸다.

 

쿵린의 근무지인 육군병원에는 '부부가 18년 동안 별거가 계속될 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혼이 가능하다'는 규칙이 있다. 쿵린과 우만나는 이제 그 해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콜롬비아 소설가 마르께스는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려야 하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썼지만 쿵린의 18년 기다림이 그보다 못할 게 뭘까. 드디어 1984년, 18년간 별거한 부부의 이혼이 자연스럽게 성사(!)되었고, 쿵린은 가장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전처 류수위와 딸 화를 무지 시로 데려와 일자리를 얻어주다. 그리고 곧 이어 우만나와 재혼을 한다.

 

그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는 눈물겹도록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인생이란 누군가의 뜻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고, 그렇더라도 사람들은 그것에 감사할 줄도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될까? 

 

나는 이 소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하진의 다른 소설들은 모두 한 사람(왕은철)이 번역했는데, 이 소설만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했다.

 

 

 "멋진 추락"은 단편집이다.

 

뉴욕(특히,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플러싱)에 거주하는 중국 이민자의 다양한 인생사를 보여주는 소설집이다. 소설 속의 등장 인물들은 ‘하루하루를 잘 버텨낼 수 있도록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늘 억누르며 살아’(p.326, “벚나무 뒤의 집”)야 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어린 손자들은 학교에서 놀림을 받는다는 이유로 중국 이름 뿐 아니라 성姓까지 버리면서 ‘미국식 이름’을 지어달라고 떼쓰고(“원수 같은 아이들”), 교수 같은 고학력자일지라도 정년보장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초조해하며(“영문학 교수”), ‘배우자를 미국으로 데려올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위로해주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한시적으로 동거’(p.273, “계약 커플”)를 하거나, 동남아 여자인 척 하며 몸을 팔기도 하고(“벚나무 뒤의 집”), 심지어 자살을 결심하고 뛰어내릴 수 밖에 없는(“멋진 추락”), 그런 사람들이다.

 

작가는 중국 이민자들의 어쩔 수 없는 고단한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들 역시 미국의 한 부분이고, 반복되는 일상이며, 충분히 희망적일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하진의 단편소설은 다섯 권이 번역되어 있다. 원서는 네 권이라는 얘기가 있다. (네권을 조각내어 다섯권으로?)

 

"멋진 추락" 외에 다음의 단편집들도 읽고싶다.

 

"남편 고르기"는 2006년 출간되었고, 지금은 품절상태다. 중고책을 사기는 쉽다.

 

 

 

 

 

 

 

 위의 책과 같이 2006년에 출간된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는 역시 품절상태이다. 중고책을 사기도 쉽지 않다.

 

 

 

 

 

 "호랑이 싸움꾼은 찾기 힘들어"의 표지를 보고, 어린이 동화집인줄 알았다. 대체 왜 이런 표지로 만들어놓은걸까?

 

 

 

 

 

 

"카우보이 치킨"도 단편집이다. 여덟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카우보이 치킨'은 중국의 소도시에 문을 연 미국의 패스트푸드점 카우보이 치킨을 배경으로 한다.

 

 

 

 

 

 

"니하오 미스터 빈"은 장편소설이다. 사원 아파트 당첨에 떨어진 후 불만을 얘기했다가 회사에서 눈총을 사게 된 소시민 가장 '샤오 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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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읽은 세계문학전집은 학원사에서 나온 것이다.

표지에 금빛 글씨가 박힌 양장본이었다. 지금은 중고서점에서나 간신히 구할 수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생겼다)

 

그 다음으로 읽은 것은 범우 비평판 세계문학선이다.

양장본이 아니라서 들고다니면서 읽기에 좋았다.

 

이후 한동안 마음에 드는, 적당한 세계문학전집을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또 수년 후, 1998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되었다. 이 전집은 책 읽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는데, 당시 나의 관심은 문학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요즘은 다시 문학작품에 관심이 생겼다.

 

지금 시중에는 10여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이 나와 있다.

그 중 몇개를 살펴보자면...

대표적인 것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다.

 


 

 

 

 

 

 

현재 296권까지 나와 있다.  웬만큼 유명한 고전은 다 출간되어 있다.

대중화를 고려해서 그랬는지 반양장본이고, 오래 보관하기엔 적당치 않지만, 개인이 소장하기에 별 문제는 없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오만과 편견 등 해외문학 뿐 아니라 구운몽, 무진기행 같은 국내문학도 포함되어 있다.  


 

민음사에는 민음사 모던 클래식도 있는데, 1990년대 이후 현대세계문학 전집으로 현재 58권까지 나와 있다.

 

 

 

 

 

 


 

오르한 파묵, 조너선 사프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97권까지 나와 있다.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있는데다가 표지가 우아해서 마음에 든다. 낯선 책도 많고, 일본 소설이 눈에 많이 띈다.

 

 

 

 

 

 

 


 

펭귄클래식이라는 문학전집도 인기다. 해외 출판사인 펭귄그룹과 웅진싱크빅의 합작품이라는데, 현재 135권까지 나와 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은 206권이 나와있는데 전집은 아닌 것 같다. 이름만 안 붙어있다 뿐이지 다른 출판사의 문학전집과 비슷하다.

대신 전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는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니코스 카잔차키스,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등이 있다.

 


 

 

 

 

 

 


창비(창작과비평사)는 10월 16일 창비세계문학을 런칭한다. 우선은 몇 권만. 

 

 

 

 

 

 

 


문학과 지성사는 "대산세계문학총서"라는 걸 내고 있다. 

총 112권으로 문학과 지성사가 대산문화재단(교보생명)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시집도 포함되어 있고,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책이 많다.

 


 

 

 

 

 

 



위키백과의 "세계문학전집 목록"에는 목록이 표로 나와 있다.
http://ko.wikipedia.org/wiki/%EC%84%B8%EA%B3%84%EB%AC%B8%ED%95%99%EC%A0%84%EC%A7%91_%EB%AA%A9%EB%A1%9D


어떤 책이 어느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긴 한데, 이게 최신정보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읽고 싶은 작품을 정했다면 검색을 통해
  1. 어느 출판사에서 번역이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그게 꼭 세계문학전집이 아닐 수도 있다)
  2. 출판사의 신뢰도와 함께
  3. 번역자의 평판을 알아본 후
책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위의 이미지들은 내가 사고싶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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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는 좀 독특한 작가다. 문체가 개성있고, 가끔 문단의 형식을 파괴해 놓기도 한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박민규의 등단은 "지구영웅전설"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으면서다. 제목처럼 당황스러운 소설이다. 장정일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 이상으로 기발하고, 다카하지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만큼 혼란스럽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 약간의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읽고 나면 그 재기발랄한 신선함에 푹 빠져들거나, 유치한 상상력에 실망하여 "뭐 이런 게 다 있어?"하며 책을 던지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같은 등장인물을 통해 한없이 가볍게 ‘승화’시켰다는 평이 일반적인데, 파장이 커졌을 경우(그럴리야 없겠지만) 작가를 추궁하면 “농담인데 뭘 그래?”라고 비웃을것 같다.

 

 

박민규를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부터 읽는 게 좋다. 2003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무 번 이상을 소리 내서 웃었다. 야구를 소재로 했지만, 야구를 좋아하지 않거나, 심지어 야구에 대해 전혀 몰라도 상관 없다. 우리가 미쳐 깨닫지 못한 '프로'에 대한 강박관념을 얘기하고 있는데,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더 없이 즐거운 추억을 되살려주는 장면이 많다.

 

 

 

 "카스테라"는 그의 독특함과 유우머를 잘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슬픔과 곤혹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재치, 카프카의 "변신"에 견줄만한 우화적 상상력이 압권이다. 다 재미있지만, 그 중에서도 "카스테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갑을고시원 체류기"가 좋았다.

 

 

 

 

 

"핑퐁"은 "지구영웅전설" 계열의 황당무계류 소설이다. 

 

사람들은 ‘핑퐁’이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이 책이 탁구에 관한 위대한 기록임을 짐작할 수 있을까. 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핑퐁’이 탁구에 관한 얘기건 어쨌건 간에 박민규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온라인 주문 후 배송도 기다릴 수 없어 그냥 인근 서점에서 샀다. 읽어보니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에서의 ‘야구’처럼 생뚱맞은 ‘탁구’ 얘기같기도 하고, 후루야의 “시가테라”나 “두더지”를 연상시키는 우울한 왕따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전 소설처럼 재미있고, 또 황당하다.

너무 맞아서 두개골에 금이 간 적도 있는 ‘못’과, 세트로 왕따를 당하는 ‘모아이’는 맞다 지쳐 휴식하는 벌판에서 ‘탁구대’를 만난다. 그리고 결국은 인류를 언인스톨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을 두고 탁구 시합을 한다. 이게 줄거리다. 오늘도 무사히 살아가고 있는 게 다행일 뿐이다. 이런 책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박민규 소설 중에서는 좀 낯선 부류다. 작가가 "나, 이런 소설도 쓸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인터넷서점 YES24에 연재 후 출간된 인터넷 소설이라 화제가 되었다.

 

박민규 치고는 너무 진지하고, 템포가 느린 소설이다. 표지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고, 제목은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작품(Pavane pour une lafante defunte)이다. 주인공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못생긴 여자'라는 설정이고, 소설을 다 읽을 즈음에는 감동이 밀려오고, 여운까지 오래 남는, 뜻밖의 작품이다.

 

 

"Double 더블"이 가장 최신작인데, 2년 전(2010년 말)에 나왔다. 추억의 LP판을 모티브로 하여 두 권을 세트로 출간하면서 1권, 2권이나 상, 하가 아니라 sideA, sideB로 이름붙였다. 크기는 보통의 책 크기지만, 특이하게 정사각형의 판형으로 제작했다. 그것 말고는 그냥 보통의 단편집이다(책에서 노래가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고!).

 

단편집 "카스테라" 이후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것이고, 작가의 유우머와 재치, 기발한 SF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박민규의 팬이라면 뭐 당연히 읽어야 할 것이고. -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셨다니!

 

이번 작품집에서는, 직장생활만 열심히 하다가 쓸쓸해져버린 중년 남자, 또는 은퇴 이후 황혼의 유감스런 인생을 그린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누런 강 배 한 척"이라는 단편에서 육십이 다 된 나이의 한 남자는 인생에 대해 이제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이렇게 이삼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게 괴롭고 슬프기만 하다. 아무 영광 없이 이십 구 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둔 지 사 년이고, 함께 사는 아내는 치매 초기에 걸려 종종 정신줄을 놓는데, 옛 직장 선배가 불러 나간 자리에서 사십만 원짜리 가시오가피를 덜컥 사가지고 들어오니, 시간강사로 일하는 딸이 전화를 해서는 교수 자리가 났는데 삼천만 원을 빌려주시면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소설속에서 그는,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면서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side A에 실린 "근처" "누런 강 배 한 척"과 side B의 "낮잠"이 좋았고, 몇몇 작품("깊" 같은 먼 미래의 이야기나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은 읽기가 힘들었다.

 

그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2009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이때 시상식에 이러고 나왔다.

 

(당연하겠지만,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385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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