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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1년 10월
평점 :
어느 나라든 복지가 정치적 이슈인 모양이다. 우리나라 역시 복지 문제 때문에 little 대한민국이라 불리는 서울시에서 무상급식을 묻는 국민투표를 하고 이에 진 서울 시장이 물러나고 보궐선거가 한창 진행 중인데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무상급식이니 무상보육이니 반값 등록금이니 하며 복지 Populism에 열을 올리며 유세를 하고 있다. 복지국가란 말은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 왔지만 몸소 겪어 보지 못해서 그런지 선뜻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전에 나오는 의미를 살펴 보았다.‘국민전체의 복지와 행복 추구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자본주의국가에서는 완전고용과 최저임금보장, 사회보장제도 등이 가장 중요한 시책이라고 한다. 대충 알아는 들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복지국가는 어떤 나라들이 있으며 우리나라 복지 순위는 몇 위나 될까? OECD 통계 중 세계 보건복지 순위 중 1위 덴마크, 2위 스웨덴, 3위 프랑스 순이고 우리나라는 58위 정도 된다고 한다. 정확한 데이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순위 안에도 들지 않는 독일의 복지를 선택하였을까? 본인은 사민주의자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 했지만 내면에 사민주의가 몸에 베인 건 아닐까?
다시 우리나라 복지로 돌아와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선택적 복지는 무엇이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무엇인가? 선택적 복지는 자유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어 모든 재화는 시장에서 얻어야 하므로 소득의 기준을 마련하여 기초생활수급자나 차 상위계층은 혜택을 주고 그 외 계층은 복지혜택을 생략 하자는 것이고 보편적 복지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혜택을 주자는 주장이다.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이분적으로 나누기는 어렵다. 두 가지 방법에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완전 복지국가가 되면 좋은 점이 훨씬 많겠지만 그 전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첫째는 복지 재원이다. 국가에 돈이 있어야 복지를 선택적이던 보편적이던 할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우리나라 모든 국민에게 소득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내라고 한다면 복지 국가가 되는 것에 찬성하는 국민은 과연 몇 %나 될까? 내심 궁금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세금은 적게 내면서 혜택이 많이 돌아오는 복지국가를 원하겠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본다. 둘째는 국민성이다.‘코브라 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이론적으론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부분이 막상 실행해 보면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실업수당을 지급하는데 실업자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면 악순환이 되어 복지재원이 바닥날 것이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에도 일리는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식 복지정책을 따르는 것 보다는 북 유럽식 복지정책을 따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중상층이라 불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급여 생활자 이며, 이들은 대기업 근무자, 또는 고액 봉급생활자, 전문직 종사자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을 이루기 있기 때문에 모든 산업이 대기업에서 top down 방식으로 내려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글로벌 시장이 출렁이면 대기업은 요동치고 중산층으로 분류되던 사람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최소한의 복지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신 자유주의를 표방하면 의료, 통신, 교육, 교통, 전력, 수도 등 공공재들이 민영화되어 돈이 없으면 이것들을 사용하는데 제약을 받게 되어 인간이 누려야 할 혜택들을 누리지 못하므로 불행해 질 수도 있다. 복지 국가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저자 역시 미국의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친척 분 중 미국에 사시는 분이 있는데 의료보험이 없어서 우리나라에 와서 진료를 받고 가는 것을 보았다. 선진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이지만 의료조차 받을 수 없다면 어디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아쉬운 부분이다.
스웨덴이란 나라는 OECD 국가 중 GDP대비 공교육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한다. 교육 복지는 물론이고 또 다른 효과가 있다. 바로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 과거의 부의 세습은 재산으로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교육으로 부의 세습이 이루어 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돈 없이 공부로만 성공하는 case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공교육이 사교육에 편승해 가는 형국이라 갈수록 그런 경우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교육 복지는 좋은 정책인 것 같은데 실행하지 않는 이유는 기득권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고 다음 세대까지 세습을 바래서일 것이다.
저자는 세계 최고 나라인 미국에서 잘나가는 엘리트 계층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치부를 드러내고 유럽식 복지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미국에 많은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국제금융의 탐욕으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은 미국 기득권세력들이 설치해 놓은 덫에 지구촌이 걸려든 것이다. 또한 국제 경찰을 자청하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중적인 미국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같으면 벌써 모라토리움을 선언 했어야 하나 어마어마한 쌍둥이 적자에 허덕임에도 불구하고 양적 완화 즉 달러를 찍어내는 권한이 미연방준비 은행에 있고 달러가 기축통화임을 내세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다. 이런 뻔뻔한 미국인 중에 저자 같은 이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까지 하다. 아마도 그가 노동 인권 변호사 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기득권 중에도 사회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 않던가?
신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나라가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자는 사민주의가 대안이라고 했지만 사견으론 결코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신 자유주의가 대안이라는 것도 아니다. 사안에 따라 시기에 따라 적절하게 신 자유주의를 때로는 사민주의를 때로는 사회주의를 적절하게 바꿔가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책결정자들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가 시작된 지 수백 수 천 년이 되었으니 이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다. 자신들의 이익에는 앞장서 큰소리 치며 대변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에서는 이해타산을 계산하는 몰지각한 정책 입안자나 결정자는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좀더 현명해 졌으면 좋겠다.
미국과 영국이 제조를 버리고 금융에 매진하여 엄청난 숫자놀음으로 거품을 만들어 낼 때 독일과 스웨덴 등은 강력한 제조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제조가 후진국 형 산업으로 보이긴 하지만 제조가 없다는 것은 모래밭에 집을 짓는 사상누각과 같다고 본다. 국가 힘의 근원은 제조업에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1위다. 이런 열악한 노동 환경을 뒤로 한 채 미국 복지정책을 비판한 책을 읽어야 한다니 대한민국 국민으로 창피함을 느낀다. 대신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어느 노선으로 가야 하는지 감은 잡았다는 것이다. 각종 이론을 내세워 복지를 막는 것보다는 가급적 복지국가로 가는 가능성을 좀더 열어 놨으면 좋겠다. 어떻게 저자가 표현한 미국의 현실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그대로 닮을 수가 있단 말인가? 미국의 국민연금도 바닥이 났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연금도 무분별한 부실관리로 더 많이 납부하고 더 늦게 수령하게 되어 있다. 행여 내가 받을 즘에 바닥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리더들은 자신의 통치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정치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것인가? 복지에 아무런 지식도 없는 독자지만 가만히 우리나라의 리더들의 행동을 살펴보면 답답한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를 꿈꾼다면 복지 정책 담당자나 국민들이 모두 이 책을 읽고 느꼈으면 좋겠다. 국민은 세금을 더 내는 것에 동의를 하고 정책 결정권자는 국민 전체가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어떤 복지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