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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장편의 소설을 읽은 것보다 그림책 한 권 읽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인간사의 일상을 소개한 책이었다면 책장이 쉽게 넘어갔을 텐데 문제의 책은 문체를 간결히 하고 인간사를 숨겨 독자들이 보물을 찾아 가기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은사님이 가난한 저자에게 크레파스를 주기 위해 보물을 숨겼던 것처럼....... 물론 소개된 그림도 예사롭지 않고 문장 또한 함축된 의미가 많아 독자로서 싶게 넘기고 싶지도 않고 넘어가지지도 않았다. 몇 권의 소설과 또 몇 권의 자기계발 서가 합해져서 이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동화인줄 알았다. 내용을 읽어 보니 동화라 하기에는 담겨있는 뜻이 너무 심오하여 동화는 동화인데 어른을 위한 동화로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종류의 글이었다. 많은 것을 머물고 있는 간결한 문체와 저자가 손수 그린 200여장의 그림이 들어있었다. 그림에는 문외한 이지만 그림의 점 하나 하나에 혼이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훌륭한 글 솜씨에 그림까지 저자의 엄청난 노력의 흔적을 엿 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파란나비 피터가 성장하면서 희망과 실망, 그리고 삶의 지혜를 경험하고 자아를 성장시키는 과정을 그림과 함께 표현한 글이다. 아래 소개된 한 문장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생각하게 하는지 감상해 보자.
‘누구의 마음속에도, 단 몇 송이라도, 꽃은 피어 있다’, ‘모두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 간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는 게 언제나 기쁜 일만은 아니며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만 살 순 없다.’ p28 p158
‘친구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친구의 기쁨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은 더 어렵고 친구가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친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p57
높이를 갖고 싶다고 높은 곳만 기웃거리는 것은 헛수고 이고, 높이를 가지려면 먼저 깊이를 고민해야 하고, 깊이는 높이에 집착하는 것 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드디어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토대로 높아졌다 하더라도 겸손하지 않으면 진실을 잃게 되므로 높이는 언제나 행복만 주는 것은 아니다. P65
세상의 모든 자들은 아프다. 아름다운 나비는 더 아름다운 나비를 보면 아프고 더 아름다운 나비는 더더욱 아름다운 나비를 보면 아프고 ....... 나와 다른 것과 비교하며 언제나 위쪽만 바라보면서 우리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p75
소통은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겠다는 것이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는 성을 쌓아 아무도 들어갈 수도 빠져 나올 수도 없는 소극적인 소통의 방법이다. 적극적인 소통의 방법은 내 것의 절반쯤은 상대방에게 내주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P82
‘어떤 것의 참모습은 사실 너머에 있을 때가 많고, 어떤 것의 참모습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해서 모두 다 가짜는 아니다.’ P123 p144
이기는 자와 지는 자만 있는 곳에는 권력이 있고, 권력은 비겁한 너희들이 내게 준 것이고, 너희들의 이익이 없었다면 너희들은 내게 권력을 주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권력하고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당신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 또한 권력임을 명심할 지어다. P126
양쪽 붉은 나비는 어둠 속에서 파란색 날개를 벗고 있었다. 파란색 날개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가짜 날개였다. 세상이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우리에게도 가면이 필요한 거다. P171
우리의 삶은 강물 같은 것이고, 강물이 바다로 가는 동안 벼랑을 만나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를 만나기도 하고 치욕을 만나기도 하고 더러운 물을 만나기도 하지만 바다로 가는 동안 강물은 일억 개의 별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P213
세상이 켜놓은 불빛 때문에 별들은 하나 둘 밤하늘을 떠나 버렸고, 불을 켜면 별은 멀어진다. 하지만 단지 별은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노래를 하고 있었으나 우리는 내면의 소란스러움 때문에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P217
십여 년 전이었던가 친구가 메일로 보내 준 ‘축의금 만 삼 천원’이란 글을 읽고 이철환님을 처음 접했다. 개인적으로 뵌 적도 없고 그의 사상이나 철학도 모르지만 이 글 한편으로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그의 저서 모두를 사 모았다. 읽고 주변인에게 선물해 주고 추천도 해 주고 초등학교 다니는 딸들에게 필독하게 하였다. 모두들 좋아하였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끼리는 멀리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모양이다.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누구에게 위로를 받아야 할까요? 바로 자신 입니다. 내면과 대화해 보십시오. 들릴 것입니다. 세상의 풍파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나의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 것입니다. 위로 받고 싶으신 분, 위로 해주고 싶으신 분....... 이 책을 읽고 선물하고 위로 받고 위로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