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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들어 줘 ㅣ 문학의 즐거움 36
샤론 M. 드레이퍼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가을을 재촉하는 듯한 비를 핑계로 창문 한 번 열어본 것 이외에 밖 공기를 접하지 않고 자기계발서 한 권과 이 책 한 권을 읽었다. 이종교배라는 말이 있는데 묘하게도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권의 책이 기가 막히게 궁합이 잘 맞는 듯 한 느낌이다. 이 책에는 세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물론 사실을 그대로 쓴 것은 아니지만 뇌성마비를 가진 딸 때문인지 내용의 묘사가 정밀하고 진실되어 보인다. 뇌성마비를 가졌지만 딸이 가진 생각은 이렇지 않을까 하는 딸의 입장과 부모로써 우리아이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바램이 적절하게 가미되며 독자들이 충분히 감동받을 만 이야기라는 점이다. 둘째 주인공 멜로디가 태어나서부터 11살이 된 지금까지의 시간과 공간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상으로 기록된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마치 멜로디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한 편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느낌이 그런지 이렇게 정밀하게 묘사된 책은 처음 접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묘사가 잘되어서 그런지 주제가 명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모든 책에는 주제가 있다. 하지만 무딘 내가 주제를 느낄 정도면 주제가 아주 잘 정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지만 장애우가 가진 애환이 잘 나타나 있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 조차 장애를 장애로 생각하는데 과연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스티븐 호킹이나 멜로디 같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내 자신 또한 장담할 수는 없다. 몇 년 전 중증 장애인 학교에 봉사활동 갔을 때 바이올렛 아줌마나 캐서린 같이 장애우들을 살갑게 맞아주지 못했다. 반성하고 있다. 얼마 전 희아의 자서전을 읽었다. 모두들 기적이라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땐 절대 기적이 아니었다. 엄마의 헌신적인 노고와 희아의 뼈를 깎는 노력이 가져온 결과인 것이다. 정상적인 아이들도 부모의 정성도에 따라 자아와 인성이 성숙된다. 장애우들은 더 더욱 주변인들의 정성을 필요로 한다. 아동심리 책에서 본 내용인데 상당히 일리가 있어서 소개해 본다. ‘우리 아이들은 두 살이 되면 자아가 대부분 형성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나 주변 사람들은 아이가 전혀 알아듣지도 생각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시기가 되면 아이는 생각도 하고 알아 듣기도 하는데 단지 표현만 못한다는 것이다.’ 뇌성마비를 가진 멜로디의 생각을 듣고 보니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며 보이는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것 투성이 이며 자신이 관심 갖지 않는 한 결코 주변을 관찰하지 않는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멜로디는 5학년에 재학 중인데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뇌성마비를 가졌기 때문에 움직이기도 말을 하지도 못하고 오직 엄지 손가락 하나만 움직일 수 있다. 표현을 못하기 때문에 의사는 물론이고 부모조차 반신반의 하지만 보모인 바이올렛의 도움으로 그의 천재성이 증명된다. 그리고 대학생 자원봉사자인 캐서린 언니의 도움으로 특수 컴퓨터 메디토커를 존재를 알아내고 드디어 의사표현까지 가능하게 된다. 이 장면은 스티븐 호킹 박사의 모습이 연상된다. 호킹은 누게릭병으로 손가락 두 개만 움직일 수 있다. 멜로디 역시 그 못지 않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특수학생과 일반학생들이 같이 수업하면서 위즈키즈 예선전에 참가하여 만점으로 통과하고 결승전까지 출전하게 되는데 인재와 천재로 인하여 결국 결승전에는 참가하지 못하며 실망한 한다. 천재는 폭설로 정오 비행기 편이 취소되면서 워싱턴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된다. 사실 천재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인재는 극복하기 어렵다. 학생 인솔자인 디밍 선생님과 같은 키즈팀으로 구성된 아이들, 심지의 가장 친한 친구로 알고 있었던 로즈까지 멜로디를 배신하고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결국 퀴즈대회에서 7위에 머물렀지만....... 하지만 씩씩한 주인공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학교에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며 이것을 극복한다.
우리 큰 아이가 멜로디와 같은 5학년이다. 과연 주인공처럼 어른스러운 생각과 어려운 난관에 부딪쳤을 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아마 어려울 것이다. 어린이가 읽기에는 다소 힘에 부칠 수는 있겠지만 꼭 읽혀보고 싶다. 장애를 가진 같은 5학년 여학생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고 느낌 점이 있었으면 한다. 사실 멜로디의 천재성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예쁘고 기특했다.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뛰어 나길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범하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믿고 싶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교육이 이 지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우리 애 학교에 영재 반을 운영한다고 한다. 5~6학년 위주로 하여 20명 정도 선발한다고 한다. 그런데 약 백여 명의 학생들이 응시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영재 반에 들어 가면 거기서 하는 학습을 따라가기 위해 별도의 과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교육이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악순환 고리를 계속 물고 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아이가 살아가는 사회는 창의성이 존중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그래야 부모들의 노후를 저당 잡은 사교육비가 없어질 것이다. 교육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는데 잠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갔다.ㅋㅋㅋ 우리 아이가 뛰어나 아이로 자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건강하고 평범하게 살아 갔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