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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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이란 고전은 읽지 않았어도 대략의 줄거리는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이다. 스토리를 안다고 해서 이 책을 안다고 볼 수는 없다. 동창이지만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그 친구를 잘 알지 못하듯, 스토리 전개만 가지고 이 책의 깊이를 가름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대학교 휴학 중인 라스꼴리니꼬프는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아버지 유품과 동생과의 추억이 담긴 물품들을 차례로 전당포에 맡기고 급전을 사용하다 알게 된, 구두쇠에 인색한 전당포 주인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악의 화신으로 간주하고 살해한다. 그녀를 살해 한 후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찰라 그녀의 동생 리자베따 이바노브나가 등장하자 그녀도 살해하고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 도망을 친다.

라스콜리니코프의 목적은 남의 피를 빨아 먹는 악귀(노파를 백해무익한 사람으로 봄) 같은 전당포 주인의 돈을 빼앗아 훌륭하고 선한 사람(주인공 본인)의 학비로 충당하려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 때문인지 타이밍이 적절치 못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전당포에 있던 돈은 한 푼도 가져오지 못하고, 허접한 물건 몇 개만 들고 나오는 데 그친다. 훔친 물건 또한 사용조차 하지 못한 채,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하여 몸과 마음에 큰 병을 얻는다.

노파를 살해한 것이 악을 제거 했다고 생각할 만큼 당당했는데, 경찰서에서 정신을 잃을 것을 보면 상당한 죄의식을 느끼며, 정당성을 확신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당포 노파를 악마로 묘사한 본문이다. ‘예순 살쯤 되어 보이는 작달막하고 말라 빠진 노파의 눈은 날카롭고 사악해 보였으며, 코는 작고 뾰족했고, 숱이 적고 하얗게 센 머리털에는 기름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 닭의 발목같이 삐죽하고 긴 목에는 면으로 된 걸레조각 같은 것을 감고, 너덜너덜해진 누런 털 조끼를 어깨에 걸치고, 쉴새 없이 기침을 해대며, 가릉거렸다.’

 

아버지의 연금으로 3식구 살기가 빠듯한데, 대학생인 본인에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을 괴로워하고 있는데, 여동생 두냐가 오빠를 위한 희생으로 사랑도 없는 뾰뜨르 뻬뜨로비치 루쥔과 혼인을 한다고 하자, 이를 반대하면 더욱 힘들어 한다.

우연하게 9등 문관 출신의 마르멜라도프를 술집에서 만나 그의 딸 소냐와의 관계를 암시한다. 소냐의 희생으로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지만, 그녀의 희생과 고뇌를 높이 평가 하며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마르멜라도프는 동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 내지는 가장의 삶을 조명했다.  ‘직장이 있으면 중산층에 속하는데 퇴직과 동시에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현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등장시켰다.’

 

자신의 살인에 대한 죄를 소냐라는 절대자를 통해 용서받고 싶었던 심리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아는 절대자도 가난과 고통을 감내하고 희생과 사랑을 베풀어 결국 부활한다. 부활이 단순하게 다시 살아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죄를 씻기 위해 죽었지만, 인간의 죄와 죄의 결과인 죽음을 이겨냈다는 의미이다. 결국 절대자 스스로가 생명과 죽음의 주인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많은 독자들이 첫 번째 살인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면서, 두 번째 살인에 대해서는 이해 할 수 없다고들 한다. 첫 번째 살인은 계획된 살인이고 두 번째 살인은 우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입장이 되어 보았다. 알료나를 살해한 것은 악을 처단한 응징 자로 정당성을 부여 받은 신의 사자라고 착각 했으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양심은 정당한 살인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동생까지 살해했을 것이다. 리자베따의 살인으로 악을 제거하는 정당성 마저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면과 현실을 오가며 상당히 혼돈스러웠기 때문에 큰 병까지 얻었을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는 노파를 서구적 합리주의나 천민자본주의로 보았기 때문에 그를 처단하려 하였고, 라스꼴리니꼬프를 통해 단절된 사회 속에서 미성숙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한 것 같다.

 

재미로 러시아의 이름과 화폐단위를 알아 보았다.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은 너무 길다. 구성은 이름 + + 부칭이다. 주인공 풀 네임이 라스꼴리니꼬프 로지온 로마노비치인데, 이름은 라스꼴리니꼬프이고, 성은 로지온이고, 아버지의 이름 로바노비치이다. 부칭의 이름에 여자는 오브나나 예브나를 붙이고, 남자는 오비치는 예비치를 붙인다. 그러므로 주인공 이름을 우리나라 식으로 해석하면, ‘로지온 성씨를 가진 로반의 아들 라스꼴리니꼬프임을 알 수 있다.

부르기는 어렵겠지만, 상당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시골 어르신에게 인사를 하면, 커가는 아이들을 잘 모르므로 아버님 성함을 묻곤 하는데 러시아에선 전혀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표도르 성을 가진 미하일씨의 아들 도스또예프스끼이다.  

 

주인공이 35루블을 받아 옷을 사고 나머지를 모두 소냐 아버지 장례비로 준 장면이 있다. 이 화폐가치가 지금으로 얼마나 되는지 유추해 보자. 정확한 건 아니고 대략적임.

100코페이카가 1루블이다. 현재 가치로 하면 1루블은 15.55원에 불과 하지만 1800년대 가치로 환산해 보면 상당한 돈이다.

러시아 1코페이카와 조선시대 1푼의 가치가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쌀 값을 기준으로 환산해 보았다. 1코페이카나 1푼은 그 당시 가치로 약 700원 정도가 된다.

그러므로 35루불은 35 * 15.55 * 700 = 380,975원이다. 조선시대의 쌀 두 가마니 값이다. 상당히 큰 금액임을 알 수 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제 맛이 나는 음식이 있는 것처럼 고전도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느낌이다. 1번을 읽으면 맹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우려진 맛이 나지만 2, 3번 거듭할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왜 많은 사람들이 고전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다하권아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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