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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파리대왕? 프랑스 파리인지 곤충 파리 인지
궁금했다. 배경이 영국이다 보니 프랑스는 아니고 곤충 파리였다. 왜
파리였을까 궁금했다. 책을 덮고 나니 왜인지 알 것 같다.
파리는 인간이 가진 못한 마음으로 더럽고, 추하고, 무섭고, 사악하고, 두려운
내면의 심리를 나타내는 매개물이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만물의
영장이면 영장답게 아름다운 내면만 있었음 좋겠는데, 왜 잔인성이 내면에 존재하는 것일까?
일반인들이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만 함축되어 있을 수도 있고, 수십 가지가 함축되어 있을 수도
있다. 고전이 사랑 받고 어려운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파리대왕에서
함축되어 있는 것은 무엇인 있는지 나름 분석해 보았다.
등장인물 중에 사이먼이 있다. Simon은 shamanism에서 착안한 것으로 종교를 의미한다. 랠프와 잭 사이를
중재 하고,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지만 결국 예수처럼 순교자로서 역할을 다 한다.
피기(별명:돼지)는 piggy로 지성을 뜻한다. 겁이
많고, 뚱뚱하고 모든 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지만 언제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사이먼과 돼지 그리고 쌍둥이 샘과 에릭은 랠프를 도와 민주주의 꿈꾸지만, 폭력 앞에 희생양이 되어 버린다. 작가는 민주주의의 구성에는 종교와
지성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소라와 안경, 불, 창, 고대, 암퇘지 등이
등장 하는데, 이것들은 국가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정치, 토론, 재화, 폭력, 권력, 문명 등을 암시하는 도구들이고, 랠프와 잭 그리고 소라와 창은 민주주의와
독재를 각각 상징하고 대립한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불은 각각 진영을 대표하는 잭이나 랠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문명이라고 볼 수도 있고, 재화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각각 쓰임새는 다르지만 통치하는데 꼭 필요한 수단이다. 랠프에게
불은 봉화를 피워 구조 할 수 있는 수단이고, 잭에게는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수단이다. 이것들을 통해 구성원들을 따르게 하는 것이다.
핵전쟁의 위험을 느낀 영국은 25명의 소년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려다,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해, 어른들은
모두 죽고 아이들만 생존한다. 로저의 제안으로 선거를 실시하여 랠프가 지도자로 선출되나, 잭이 반기를 들며 각각의 진영을 구성하여 두 패로 나뉜다.
랠프는 민주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아이들을 리드하려 하지만, 돼지고기(탐욕, 재화) 맛을 본 아이들 대부분이 잭 진영으로 옮겨간다. 이에 잭은 잠재되어
있던 야만성이 표출되면서 새끼가 딸린 암퇘지를 무참하게 사냥하는 것도 모자라 사이먼을 살해하고, 피기를
살해하고, 랠프까지 살해하려 한다. 하지만 영국 순양함에
구조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랠프와 돼지는 가장 먼저 만나고 친구가 되었고, 돼지는
진심을 다해 랠프의 브레인이 되어 주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는데 랠프는 돼지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았지만, 죽은 후 슬퍼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랠프는 민주주의 또는 정의를 상징하는데 자신을 돕는 돼지를 이용만 해 먹은 느낌이다.
또한 잭과 대립하기 전 모두의 리더였을 때 원만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진영이 갈라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려서 그런지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문재인이라는 리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념을 계승하고 있는 사람이다. 노무현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에 후손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영남과 호남, 노와 사, 주류와
비주류, 진보와 보수를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하고 쌓아놓은 통합의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분당과 대립만
난무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런 사태를 몰고 온 것은 랠프와 같이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보수는 돈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합하여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진보는 각자의 노선이 확실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목소리가 크고 단합이 잘 되지 않는다. 보수는 권위주의와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
우리가 지도자를 선출하고, 종교를 믿고, 이데올로기를 중요시 하는 이유는 잘 살기 위한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이를
떠나서 정치나 종교, 사상을 논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보수든
진보든 좌파든 우파든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국민을 다 같이 잘 살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요즘 정치나 종교를 보면 궁극적인 목적의 본질을 잃어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