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고래 모노동화 1
김경주 지음, 유지원 디자인 / 허밍버드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작고 예쁜 책에 아름답고 순수한 언어로 쓰여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동화는 공상적이고 서정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 기본이다. 나무 위에 고래도 이런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옛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이 책에는 구슬 같은 시적언어가 전방위적으로 흩어져 있다. 각자 기준에 맞춰 꿰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렇다 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잇고자 한다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 가면 된다.

 

인도네시아 시골마을에 사는 10대 소녀 디아의 모노 동화이다.

디아는 이 마을에 쓰나미가 밀려오기 5일 전 테니스 공을 주우러 도로에 나갔다가 우유트럭에 머리를 부딪혀 큰 도시 병원에서 5일만에 깨어 났다. 디아는 교통사고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만, 그의 남동생 아미한은 파도가 데려 갔다가 돌려 줬는데 구렁이 엄마가 삼켜 버렸다. 구렁이 엄마는 다시 독수리에게 잡아 먹혔다. 이것이 자연 현상이다.

 

엄청난 쓰나미로 보트한대가 20미터가 넘는 너도밤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본 디아는 여기서 살기로 결심하고 집처럼 수리하여 생활을 시작한다.

아버지는 한 달에 두 번씩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 주고, 어머니는 먼 발치에서 디아를 염려한다. 많은 이 들의 걱정과 우려를 뒤로한 채 디아는 여름엔 물푸레나무들의 신선한 냄새를 맡고, 겨울엔 골짜기들이 하얗게 얼어서 빛나고 사슴이 다가와 푸르르 입김을 내며 얼음물을 핥는 것을 보며 자연을 배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자연 현상 뿐 아니라 수도 배운다. 어른들은 숫자를 볼 때 서열을 보지만, 디아는 수의 진실을 이해한다.

 

디아의 첫 번째 친구는 부리갈매기로, 바다가 보고 싶을 때나 외로울 때 갈매기의 아랫배를 꼭 안는다. ‘사람들은 외로우면 몸이 차가워지므로외로워 지지 않기 위해서

두 번째 친구는 고양이 캐럿, 겁이 나면 외로워지는 것인지, 외로워지면 겁이 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외로워 지면 노래를 부른다. 고양이 캐럿은 기린이 되는 것이 꿈이다.

세 번째 친구는 고야 아저씨로, 이 아저씨는 한달 동안 술을 마시고 또 한달 마시며 쉬지 않는다. 버릇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본다. 이유는 상류사회 사람들은 내려다 보는 일을 하고, 하류사회 사람들은 올려다보는 일을 했던 버릇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의 부조리가 싫기 때문에 자신을 혹사 시키는 것이다.

네 번째 친구는 우편 배달부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쉽게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되면 어른들을 설득하기는 쉬워져도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더 어려워 진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주는 척 할 뿐이다.

어른들은 진실을 잠 감춘다. 디아는 빌딩 유리창을 닦는 원숭이에게 편지를 쓰고 배달부 아저씨가 전달하는 일을 해주었다. 하얀 거짓말…… 안정을 원하면 필요하다.

다섯 번째 친구는 돈을 필요로 하는 벌목공, 나무가 모두 사라지면 숲이 망가지는데도 자기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의 부조리에 나서기 싫어 방관자처럼 행동하며 편승해 가는 기성세대들을 꾸짖는 듯 하다. 방관하다 보면 언젠가는 본인이 피해자가 된다. 겁이 없는 사람도 없고, 꿈을 꾸지 않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는 마치 겁도 꿈도 꾸지 않는 것처럼 살고 있다.

여섯 번째 친구는 낙하 병이다. 전쟁이 싫어 디아가 살고 있는 숲으로 불시착 한다. 전쟁은 왜 하는 거죠?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야. 뻐꾸기는 다른 둥지에 알을 낳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지만 전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들은 서로 피해만 있는 전쟁을 왜 하는 거지? 맹목적이다. 살기 위해 군대를 갔고, 그들의 명령에 길들여져 울지도 못하고, 같은 인간을 죽인다. 이를 거부하면 낙하 병처럼 결국 내가 죽는다.

일곱 번째 친구는 구렁이다. 자연은 주인이 없다. 단지 자연스러워 지면 되는 것이다.

여덟 번째 친구는 가난한 첩보원. 퇴물이 되었다고 정부에서 버림을 받는다. 토사구팽 앞에 자유로운 근로자는 누구?

아홉 번째 친구는 윤리 선생님. 획일적인 교육구조 속에서 그것만이 옳다고 부르짖지만, 죄책감을 갖고 살아간다. 두려움이 심할수록 생존의지가 강해지고, 살려고 발버둥 치면 짐승이 된다.

열 번째 친구는 형이상학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만이 유일한 실존적인 선택이라는 고리타분한 어른. 사는 건 더 불행해 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죽음을 원하지만 용기가 없는 비관주의자. 풍요 속에서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

열한 번째 친구는 나이테. 너도 밤나무의 아이, 디아와 상부상조하는 친구.

이외에도 사막을 건너는 낙타, 메아리, 눈 사람, 보트주인, 개발업자 등이 등장한다.

 

장미를 전달하는 손에 향기가 남아 있듯,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의 마음 속에 예쁜 고래 한 마리씩 키워 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