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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간암으로 투병하시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부친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저자가 소개한
사례나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수 많은 결정들에 대한 저자의 의견에공감한다.
저자는 인도 이민자 2세로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양친의 영향을 받아 의사가 되었고,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옥스퍼드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하버드
의대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0년에는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례를 읽으면서 부친 투병생활이 생각 났다. 저자의
사례에 개인의 경험을 가미하여 리뷰를 작성했다.
부친의 경우 간암 말기 상태에 이르렀을 때, 복수가
심하게 차올라 2~3일에 한번씩 복수 뽑는 것이 일이었다. 복수가
찬 상태에서는 영양제를 맞을 수도,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복수를
뽑고 나면 속은 시원해 지고 음식은 좀 먹을 수 있었는데, 전해질 보충과 혈액 투석을 받아야 했고, 혈액 투석 후에는 매스꺼움과 어지러움 증을 호소 했다. 이런 일들이
무한 반복 되면서 부친도 우리도 지쳐갔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연명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에 가족 회의 끝에 연명치료는 물론이고, 반복 치료까지 재고 하기로
했다. 이 결정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운명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결정이 옳았던 것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반복 치료라도 좀 했으면 좀더 얼굴을
볼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아마 이 것 때문에 대부분의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늘어 났지만, 수명이
늘어난 만큼 질적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 추구인데, 과연 수명이 늘어난 만큼 행복 했느냐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부친의 경우처럼 반복 치료나 연명치료를 했었더라면 몇 일 또는 몇 개월은 더
사셨을지 모르지만,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고, 본인의
의지도 없고, 고통의 나날이었다면 이것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환자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연명치료는 가족들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인 저자는 병원에서 수 없이 죽어가는 현장을 보았고, 내린 결론은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만 늘리는 연명 치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 동안 자신 만의 삶을 살아가라고 조언 하고 있다.
한 가지 병으로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다른 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부친의 경우 당초 간경화에서 간암으로 악화 되면서 신장이나 다른 장기들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색전술을 하면서 신장에서 요도로 가는 혈관이 터져 담즙이 배속에 계속 고이는 상황이 생기면서 관을 삽입하여
밖에 주머니를 달아 배출하는 시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관이 오염되어 패혈증이 와서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 하고, 간 절제 술을 하면 성공 확률은 80%인데 개복을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간 이식 수술인데 성공 확률은 5:5라고
하는데 많은 비용과 공여자가 문제라는 것이다.
부모님도 우리도 개복 수술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러한 결정을 비 전문가에게 결정하라는 의료진이 원망스러웠다. 전문가답게 가장 최선의 방법은 이것이고 차선은 이것인데 선택하라고 하면 좋았을 텐데, 최선은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결국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간 절제술을 결정했고, 그 여파로 몇 달 동안 입원해 계시다가 결국
1년 만에 돌아 가셨다. 참고로 같은 간암으로 투병 하셨던 분은 수술 하지 않고 약만 복용하는데
현재 까지 사회 생활에 무리 없이 생존 중이다.
병원과 의사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행태를 보면 병원은 환자를 수입원으로 보고, 의사는 환자를 업무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15년 동안 병원을 다녔지만, 처음 병원에 입원 하려고 들어오면
무조건 1인실이나 2인실로 안내한다. 의사는 치료가 완료 되지 않았음에도 타 병원이나 퇴원을 종용한다. 역지사지를
생각해보면 쉬운데, 병원이나 의사들의 무책임한 사례는 아닐지? 병들어
아픈 것도 서러운데, 비용까지 덤터기를 씌우는 것 같아 기분이 과히 좋진 않았다.
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 생각, 육체
등이 무기력 지며,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건강할 것으로 믿고 죽음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 그리고 삶과 사회생활 등 모든 것이 힘들어 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탄생하면 소멸하게 되어 있다. 소멸되는
시기가 모두 똑 같진 않지만 언젠가는 소멸된다는 명제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그것을 받아 들일 때, 나이가 들면서 흰머리가
생기 것도, 주름이 생기는 것도, 근육 량이 줄어드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이해 할 때 남아 있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거기서 기쁨을 찾는 편이 여러 가지로 이롭다는 것이 저자의 주문이다.
많은 이들이 병원에서 죽는 것 보다 집에서 죽는 것을 선호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익숙한 것에 아늑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의술이 발달되기 전에는 집에서 사망하는 이가 많았는데, 현재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이가 훨씬 많고, 미래는 다시 안락한 집에서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사망하는 이가 훨씬 많을 거라 한다. 패션의 유행도 주기로 순환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또한 그렇다니 놀라운 사실이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일 또한 못지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도 만들어 보고, 죽음에
대한 시나리오도 만들어 가족과 공유하면,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좀더 정확한 판단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