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9 황석영 대하소설 9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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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의 녹림처사들이 유사과 가산을 몰수하고 포창의 쌀을 꺼내 기민들에게 나눠주고, 무탈하게 산채로 복귀하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정이품 품계로 왕의 신임을 받던 승지 신엽이 해서지방 관찰사로 나서면서 종사관 최형기를 끌어 들여 토포장을 맡긴다.

최형기는 살주계를 일망타진 한 후 검계 일당의 트랩에 걸려 종사관직을 사직하고 장사를 하게 된다. 전직 경찰이 많은 정보와 라인을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많은 돈을 벌어 들이 듯 최형기 또한 영리하게 장사를 하며, 왈패와도 친분을 맺고 조정의 흐름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편, 신엽은 김익훈 라인이라고 알려졌던 최형기를 곁에 두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며, 자기 수하에 두지 않으려고 했으나, 일 처리가 꼼꼼하고 영리하여 신임을 하게 된다. 그를 토포장으로 인명하고 만호의 벼슬을 내린다. 이에 힘을 얻은 최형기는 겨울에 구월산을 토포하기로 하고 석달 기찰하고 준비한다. 예리한 수사관답게 토포 한다는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게  거짓 정보를 흘려, 장길산 일당의 정보 망을 먼저 와해시켜 버린다.

그 다음은 장길산 일당에게 당했던 감영 장교와 포창에서 재산을 읽었던 유사과 아들 유수룡, 유수호를 불러 구체적인 증언을 들은 후 계획을 철저하게 세운다.

최형기는 마감동의 인간됨을 듣고 '검이 그 정도라면 사람이 이루어지는 법니다. 때가 난세라 아까운 자들이 들판을 헤매고 있구나. 하지만 그를수록 그런 자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도적처럼 나라에 무서운 적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은 한다. 이 세상의 무엇이든 한가지에 통달하면 아마 사람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모양이다. 극과 극은 하나로 이어지는 것처럼 모든 종말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

 

최형기는 토포를 위해 이백 명의 정예 군사 체계를 이십오 명은 포수로 이십오 명은 궁수로, 이십오 명은 유군(유격대), 나머지는 환도, 철퇴, 장창수로 구성하여 조련하고, 훈련이 끝난 후에는 술과 고기를 먹이며 병졸들을 독려 하였다. 최형기는 지도자로써 갖춰야 할 부분은 상당히 갖춘 인물이다. 백성들을 가엽지 않게 여기는 것 빼고......

 

최형기의 명령으로 유수룡은 박물장사로 가장하여 탑고개로 들어와 장충의 집과 변두령 집, 월정사까지 염탐하고, 유수호는 수렛고개의 큰돌네 주막과 고을 이방 등이 장길산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까지 알아냈고, 백섭포도부장은 사선골과 사당말을, 박완식은 된먹이골을 정탐하여 약도까지 그려 보고하고 토포 계획을 완료 하였다

백섭의 정탐 시 후례가 한말이 오래 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세상에 무서울 것은 없지만, 관차가 제일 무섭다. 벼슬아치들은 하늘이 놀랄 일을 저지르고도 수염 하나 까딱 않고 오히려 호통을 치고, 그럴듯하게 둘러댄다. 감쪽 같이 양민의 고혈을 빨아 먹고도 오히려 벼슬아치 해먹기가 어려운 노릇이라고 발뺌을 한다. 여우 같은 놈은 우리의 등을 토닥이며 골을 뺴 먹고, 호랑이 같은 놈은 무섭게 으르렁 거리면서 혼쭐을 내어 한꺼번에 깨물어 먹고, 뱀 같은 놈은 찰싹 달라붙어 갖은 아양을 다 떨어가며 혓바닥으로 핼끔 거리다가 천천히 삼켜먹고 하는 판이다.'

못 배우고 어리숙한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한 세태를 반영한 말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비롯한 벼슬아치들은 제 뱃속 챙기기에 바쁘니, 어찌 녹림처사들을 나쁘다 하리요.

 

반면에, 송산 임방의 박대근은 현재 돌아가는 관의 상황을 보고, 토벌이라고 생각하고 이학선에게 구체적인 것을 알아보라고 지시하였는데, 보름 뒤에 토포군이 서흥에 집결하고 수는 이백명이고 궁수, 포수 등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으나, 이 또한 최형기의 계획 중 하나였던 사실을 알아 차리지 못했다.

토포일자에 장길산 일당은 토포군을 기다렸으나 나타나지 않자 서흥관가를 급습하여 병고와 미창을 유린했다. 이에 신엽은 최형기를 질책하였지만 꼼꼼하게 정비하고 있으면 이 또한 계책이라고 말한 후 장길산의 정보 책이었던 큰돌네 주막을 장악하고, 송화관아의 호방과 조장교 등 내통자들을 모두 잡아 길산 일당의 눈과 귀를 막아 버리고, 사선골, 탑고개 등이 차례로 토포되면서 길산의 부모와 김기의 노모 그리고 아내, 무당 원향, 후례등이 살해되거나 다쳤고, 월정사까지 진입하려 하였으나 풍열스님의 재치로 관군은 피했지만, 된목이골을 지키고 있던 업복이와 오만석, 마감동이 최후를 맞는다.

 

최형기는 이미 마감동의 사람됨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재주를 아까워 하며 설득하려 하자 오히려 마감동이 최형기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하며 오히려 설득하려 한다.

'이 나라는 근본부터 썩어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사민이 있다 하나 글 읽고 벼슬하거나 전장이 많고 권력 있는 자들만이 나라의 주인이요, 나머지 백성들은 낫고 살고 죽기가 금수보다도 못하다. 임진왜란과 병자 호란 때에도 약한 백성들에게는 야차와 같이 굴던 것들이 바깥 도적들에게는 기도 못 펴고 꿈쩍도 못하면서 온 나라를 내 주고 말았다.

그러고도 조정의 귀하고 높은 자리는 저희끼리 다투어 들어 않고 내려오고 하면서, 입만으로 백성이요, 실상은 대롱을 꽂아 고혈을 빠는 먹이로 여길 뿐이다. 어찌 하늘이라 편안하게 머리를 쳐들어 살아갈 수 있으랴.'

금수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백성들이 보는 세상은 이러 했으니, 어찌 태평성대를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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