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4 황석영 대하소설 4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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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들 끓는다는 것은 가렴주구가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소설 자체가 그런 이야기를 소재로 하였기 때문이겠지만 등장인물 대부분이 도둑이고 관리는 탐관오리이고 상인들은 관리들과 결탁하여 제 배 불리기에만 급급하니 불쌍한 민초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오직 했으면 산으로 들어 갔을까 하는 생각에 측은지심이 든다.

 

첫봉이는 중국 상인과의 밀무역으로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배는 골치 않았는데 불타산의 심백의 훼방으로 큰 손해는 물론이거니와 함께 어머니와 셋째 동생까지 잃고 넷째는 다리에 총상을 입는다.

소금장수 강선흥은 장산곶에서 형 대신 재목 베는 부역을 하다가 내수사 노비들과 시비 끝에 그 들을 패대기 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친구 첫봉이 집에 들려 심백의 악행에 치를 떨며, 집에 다녀온 후 복수 하기로 했는데,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형이 곤경에 빠지자 자수하여 죽지 않을 만큼 맞고 앓아 눕는 바람에 복수도 못하고, 자신의 나약한 힘으로는 어찌 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다 결국 산으로 들어 가기로 한다.

장길산 패거리와 의형제를 맺으면서도 도둑이 되고 싶지 않았던 선흥은 첫봉, 둘봉 형제와 함께 수놀이네 달마산 패거리를 장악하고 두령이 된 후, 고만이의 미인계를 이용하여 불타산의 심백이 까지 몰아내지만, 첫봉이는 고만이의 치마폭에 쌓여 불타산에 남에 두령이 되고, 선흥은 달마산의 두령이 된다.

길상은 운부도사를 만났으나 아무런 말도 없고, 없는 사람 취급하자, 안창골로 내려가 설유학이라는 의원을 만나 꽃재말의 염병을 다스리고 다시 운부에게 돌아가 제자가 된다.

설유학은 설유징이란 이름을 가진 양반이었으나, 스승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속세를 떠나자, 관직에 출사하지 않고 의원의 길을 걷는데, 길상에게 운부 이야기를 듣고 스승과 안면이 있던 운부를 만난다.

여기서 반계 유형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유형원이 누구이며 반계수록이란 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조선시대의 학문은 성리학이었으나 유형원은 남인이며 정통 양반 가문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한 부친의 참화 때문에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출사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실학을 연구하였다. 경세학에서는 율곡과 반계가 쌍벽을 이뤘으나 율곡이 기호학파의 우두머리로 추앙 받는 반면 반계나 다산 등 실학자들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성리학은 기득권들의 학문이었고, 실학은 아웃사이더들의 학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계는 토지, 교육, 관료, 국가. 정치제도 등 각종제도의 모순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반계수록을 저술했다. 이 학문을 토대로 이익과 정약용 등 중농주의 실학자를 탄생 시켰다.

 

반계수록은 첫째 현재 토지소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둘째 법제가 개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제정되었기 때문에 개혁되어야 하고, 셋째 학자와 관료들의 학문태도와 세태를 지적하고 개혁을 주장하였다.

결국 현실 법제의 모순을 제거하여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살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지역 불균형, 기득권의 신분적 특권 등에 대한 개혁을 요구 하였으니 실현 불가능한 이상안 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학이라는 학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과거의 문제점이지만 여전히 현재도 똑 같은 문제점 때문에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기득권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으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절대 놓지 않으려고 하니 문제점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의 진영논리 때문인 것 같지는 않고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계급이 생기고 그 계급을 이용하여 기득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이 고민거리는 영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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