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2 황석영 대하소설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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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이 양반을 능멸한 죄만도 큰데 사람까지 죽인 길산은 살아남지 못할 운명이다. 그러나 국문장에서 그는 '양반이 그 구실을 못하고 사람 같지 않을 때는 관에서 다스려야 하온데 관이 방임하니 무지한 백성이라도 어찌 참겠습니다. 신생원은 저자에서 완력으로 모리를 취하는 간상배올시다,'라고 말 하고 죽도록 태형을 맞고, 인두 지짐까지 당했다.

작가의 꼼꼼함이 길상의 옥 중에서 잘 나타난다.

제일칸은 전과자, 제이칸은 살인 도형수, 세번째 칸은 관리로서 중죄를 지은 자들이 들어가는 곳이었다.

형벌 중 가장 강력한 형벌은 참형이고 다음은 중형인데 세인들이 가장 경계한 벌이 다음 5가지 형벌이라고 한다.

쪄서 죽이든, 사지를 토막내든, 목을 치는 것을 대벽이라고 하였고, 불알을 까는 궁형, 발꿈치를 베어내는 월형, 코와 귀를 베어내는 의괵형, 그리고 바늘 수십개를 묶어서 이마와 얼굴을 꾹꾹 찌른 뒤에 먹물을 넣어 면상에 벌표를 한 자자형이었다.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형벌이다. 오리려 부관참시가 훨씬 낫은 형벌인 듯 싶다.

감옥 안에서도 죄수들끼리 정한 자리가 있었다. 남쪽이 일칸 북쪽이 이칸, 동쪽이 삼칸이었고 감옥 안에는 맨땅 바닥에 널빤지를 깔아 놓은 청이 있는데 연장자와 고참은 청 위에서 생활을 하고 신참자와 연소자는 청 아래를 쓰게 되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색장, 간장 같은 것을 두어 감방 안에서 규율을 잡았던 모양이다. 얼마 전 지인이 도로 교통법 위반으로 구치소에 30일정도 있다 나왔는데 5평 정도에서 10여명의 성인들이 생활을 하며 들어온 순서대로 고참대우를 받는다고 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감옥 생활 조차도 변함이 없는 모습을 보니 씁쓸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용이와 길산이 만나는 대목에서 정진인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조선 예언서 정감록이 등장한다. 정감록이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정감록은 정몽주의 조상 정감과 이성계의 조상인 이심과 이연 세 사람이 금강산에서 한 이야기로 가상 대화록 형태를 띠고 있으며 저자도 없다. 국가에서는 불온한 서적이라 하여 금서로 정했다. 내용은 조선 이후 전쟁, 흉년, 전염병이 덮쳐 왕조는 망하게 되어 있고, 이 재앙에서 살아남으려면 십승지로 통칭되는 길지를 피하라고 하였고, 환란의 끝에는 정씨 성을 가진 진인이 계룡산에 도읍을 마련하고 새로운 왕조를 열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와 6.25 동란 때 십승지에서는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 십승지는 안전한 곳 10곳의 지방을 말함. - 강원도 영월의 정동 상류지역, 경북 봉화군 춘양일대, 충북 보은군 난증항, 충난 공주군 유구면 마곡마을, 경북 풍기군 차암금계촌, 경북 예천의 금당동 북쪽, 경남 합천의 가야산에 있는 만수동, 전북 무주군 덕유산근처 방음, 전북 부안군 변산 동쪽, 전북 남원군 운봉 동점촌을 말한다.

혹세무민과 예언의 적중 여부를 떠나서 백성 30% 이상이 노비인 세상에서 정감록은 해방구로 보였을 것이다. 정감록의 예언 중 알만한 이야기 몇 개를 발췌했다.

1. 호랑이와 토끼해를 당하여 남북이 서로 솥의 발갈이 대치 하리라 => 6.25 동란이 1950년으로 호랑이 해였고, 1951년 군사분계선 설정에 합의한 연도가 1951년 토끼해였다.

2. 8월경 인천과 부평 사이에 배 천척이 들어오고 경기도엔 시체가 산처럼 쌓을 것이다. 한강 이남 100리에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끊어지고 인적도 사라질 것이다. =>

1950.09.15(음력 8) 맥아더가 연합군을 이끌고 인천으로 기습 상륙하여 2만 명의 인민군을 사살했다.

3. 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면 평안도와 황해도 하늘에 원한 맺힌 피가 넘칠 것이다. 금강산 서쪽과 오대산 북쪽은 모두 도둑의 소굴이 된다. => 30만명의 중공군이 전쟁에 개입하며, 흥남 철수로 평안도와 황해도가 불바다가 되었고, 휴전이 되면서 북한이 차지한 금강산 서쪽과 오대산 북쪽 땅을 의미하는 것 같다.

4. 정씨 진인이 올 때가 되면 계룡산 아래 초포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들락거린다.

=> 초포는 통행이 불가능한 곳이었는데 금강하구 제방공사로 작은 배의 통행은 가능 하다고 한다.

5. 곤륜산의 내맥이 백두산에 이르고, 그 원기가 평양이 이르렀다. 그러나 평양은 이미 천년이 운수가 지나 그것이 개성으로 옮겨졌다. 송악이 쇠하고 천운이 막히면 다시 한양으로 넘어간다. 이후 도읍은 계룡산, 가야산으로 옮겨 간다. => 고조선 평양, 고려는 개성, 조선은 한양, 다음은 정씨의 계룡산, 다음은 조씨의 가야산, 다음은 범씨의 완산, 다음은 왕씨의 재차 송악으로 옮겨지고 순차적으로 재난과 화변이 있을 것이라 예언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세종시에 신 행정수도를 옮기려 하고 있다. 그렇담 다음 대통령은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나올까?

금서로 묶어 놓고 좋다고 하는 것은 지배계층들이 다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조선시대의 혁명운동은 정감록의 예언에 의해 자행되었다. 때문에 민중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였다. 국가를 신뢰하지 못한 백성이 환상을 찾아 간 것이다.

2권이 대략적인 줄거리는 장길산은 감옥에서 우대용을 만나고, 박대근의 노력으로 편안한 옥생활은 하지만 우울한 생활을 하고 있던 차에 이학선의 금부도사 연기로 옥에서 나오게 된다. 조선시대의 경우 충분히 그런 연기가 가능 했을 것 같다. 1분이면 알 수 있는 지금도 청와대나 안기부 사칭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

2권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 이학선, 김기, 옥여스님, 풍열스님, 강선흥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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