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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9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종국, 완결 ㅣ 미생 9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회사의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여기서
의미하는 자아는 승진이나 높은 급여 수준 내지는 회사 내 입지나 복지혜택을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똑똑하고 성실하기만 하면 자아가 실현될까? never
절대 그렇지 않다.
사실 조직에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색을 띠어야 한다. 소위 줄이다.
구태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청와대를 보라.
나이, 능력, 외모 상관없이 내 수첩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이면 기용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튼튼한 동아줄을 잡으려 한다.
이 동아줄을 잡으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비선라인의 실세, 십상시, 문고리, 기춘 대원군 등 이들은 죄가 있어도 없고, 없으면 당연이 없다.
정치와는 거리를 멀리하고 오로지 몸으로 때웠던 오팀장에게 달콤한 유혹이 들어왔다. 실세 전무가 자기 라인에 오팀장을 태운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익숙하지
않는 오팀장은 고민하던 중 조직의 매너리즘과는 거리가 먼 장그래가 던진 말에 정신을 차리고 라인에 의문을 갖게 된다.
무심코 가진 의문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결국 전무가 퇴출까지 당하게 된다.
물론 전무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중국 정부에 로비 한 것이 아니라 더 큰 뭔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감사팀에서는 이를 도덕적 해이로 보고 정리 당한 것이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오팀장에게 과거 거래처를 돌려 달라던 김선배가 오팀장에게
동업 제안을 한다. 고민하다가 김선배가 답답해 하던 김부련 부장을 대표로 추대 하면 합류 하겠다고 약속하고
사직을 하게 된다.
이어 영업 3팀은 오팀장의 퇴사로 팀장자리는
공석이 되어 여기 저기 치이는 신세가 되었으며, 장그래는 2년
계약기간이 종료되었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백수가 된다.
하지만 얼마 후 오팀장의 제의로 오팀장 회사에 입사 한다.
실루엣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천과장과 김대리가 원 인터내셔날을 그만 두고 오팀장과 합류하는
것이 마지막 반전이다.
회사가 있기에 직원들도 존재 하지만, 직원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owner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인권 위에 공권력이 있다는 위험한 생각 같은 건 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내가 아프면 상대방도 아프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고, 많이 배우고
돈 많은 사람에게만 너그럽고,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의 삶에는 관심 조차 가지지 않는 경영자가 이 사회에
존재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기본만 이라도 해라.
9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은 '내 인프라는
나 자신이었다.' 이고, 뇌리에 남는 시는 브레히트의 <살아 남은 자의 슬픔> 이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생존은
생명을 유지해
살아남는 일이다.
살아남는 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자와 맞물려
있다
살아남지 못하는 자가 없으면
살아남는 자도 없게 된다
살아남지 못하는 자가 있어야
살아남는 자가 있을 수 있다
운이 좋아서 오래 살아남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운이 좋고
강한 것이다
살아남은 자는
뒤이어 살아남는 자를 위해
살아남지 못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살아 남음과
살아 남지 못함이
함께 맞물려야
생명을 유지해 생존이 이어지는
것이니
살아남은 자여
자신을 미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