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5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성경책을 체계적으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수 많은 곳에서 인용한 글귀는 많이 보았다. 그런데 인용한 글귀가 실제 성경의 내용인지 아님 해석과정에서 본인이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독교가 여러 종파로 나뉘는 걸로 봐서는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 구절은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참고로 해석의 오류로 원래는 밧줄이라는 뜻이었는데 낙타로 잘못 해석되었다는 설이 있다.

악하게 부자가 되지 말라는 의미인지 아님 부자인 채로는 천국으로 갈 수 없으니 죽기 전에 전 재산을 기부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모든 종교의 시발점이 대부분 약자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약자들을 위한 논리를 펴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웃사이더들은 대대손손 아웃사이더로 살아가야 하는 논리였다면 아무도 종교에 귀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예수님 교리에 따르지 않는 것일까? 마태복음에 땅에 재물을 쌓아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재벌들처럼 문어발식 확장을 가져와 결국 이 세상 모든 재산이 기독교 재산이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된다.

이 책의 좁은 문 또한 그리스도의 교리였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 이런 종교적 색채가 들어간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고전이기 때문에 읽는다.

여기서 소개된 좁은 문이란 뜻이 위의 예문처럼 물질이 될 수도 있고 주인공 알리사처럼 정신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알리사가 해석한 좁은 문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만약 맞으면 인간사회에 큰 파장이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이 함께 갈 수 없으니 한 사람이 희생해야 하는 논리라면 결국 사랑의 대상은 신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억지스러운 논리일 수도 있지만 알리사의 행동으로 보아 개인적으로 이렇게 해석했다.

요즘의 사랑이야기처럼 불같이 타올랐다가 금방 식는 사랑이야기는 아니었기에 박진감 있는 전개는 아니었지만 잘근잘근 씹는 맛이 있는 사랑이야기다.

이종사촌간 사랑도 낯설지만 이들의 태도 또한 그다기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인간이 종교를 가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내가 행복해 지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알리사는 '우리가 사랑을 통해 사랑보다 더 훌륭한 것을 서로에게서 엿보게 된 그날부터 이미 때는 늦었던 거야..... 꿈이 아무리 높아졌다 한들 인간적인 만족 앞에서는 전락해 버리기 마련이야....우리의 사랑이 완전함을 잃는 그 순간부터 나는 우리 사랑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을 거야.....' 마지막으로 제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제롬은 이게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9 20일자 일기를 보면 왜 그녀가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아름답고, 울음을 참는 것이 더 슬프듯 이 책이 사랑 받는 이유도 아마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략 줄거리는 파리에 사는 제롬이 사촌 알리사와 사랑에 빠지는데, 알리사 동생 줄리에트 또한 제롬을 사랑 한다는 사실을 알고 알리사가 발을 빼는데 이를 눈치 챈 줄리에트는 전혀 사랑하지도 않는 이에게 도망가듯 결혼을 해서 행복한 척 언니를 기만한다. 하지만 알리사는 종교교리의 잘못된 해석으로 제롬과의 사랑을 억누른 채 신에게 자신을 바친다.

결국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피해자다. 제롬, 알리사, 줄이에트, 테시에르, 아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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