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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1 - 3부 3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삼만은 사이비 종교 청일교를 만들어 교주가 되어 곳곳에 심복을 심어놓고 위험요소를
막고자 하던 중 심복 한가가 김환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하자 지체 없이 왜경에 신고하여 김환과 석포가 체포된다. 석포는
고문에 못 이겨 송관수 이름을 대고 죽고, 김환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역시 예상대로 석포와 같은 비중이 없는 인물도 김환과 같이 비중이 있는 인물도 죽음은 딱 한 줄로 묘사되었다. 행동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시대가 많이 지나고 민주주의를 거론 하지만 그 당시나 지금이나 민초들의 힘은 여전히 미약하고 권력자들은 여전히
민초들의 함성이 귀를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환국은 박외과 의원에서 흠모했던 양소림을 만나는데 그녀의 손에 난 혹을 보고 놀라 공포를
느낀 후 흠모하는 마음을 거둔다. 이에 의기소침해진 양소림 신랑감을 환국에서 박내과 조수 허정윤으로
변경하고 양재문은 박원장에게 중매를 부탁한다. 그러나 박원장은 숙희와 정윤의 관계를 알기에 정윤을 불러
향후 계획을 물어 보는데 숙희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다. 사람 마음이 한결 같을 수 없겠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모른다고 하더니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한 것 같다. 내가 허정윤 이었더라면 숙희와
결혼 했을까? 자신할 수 없지만 숙희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면 그녀의 도움은 받지 않았을 것 같고, 정윤과 비슷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양소림의 이모 성악가 홍성숙은 허영심이 많은 여자인 듯 보인다. 솔직히 먹고 사는데 급급한 마당에 국민들이 성악에 얼마나 관심이 있다고 미개한 나라, 우매한 백성들을 들 먹이며 잘난 체 하는 꼴이 보기 싫다. 일본에
동조하는 것만이 친일파가 아니라 일본에 동조하는 것을 묵인하는 것도 결국 묵시적 동의로 보아 친일파로 분류할 수 있다. 돈 좀 있고 예술을 좀 했다고 하여 거들먹거리는 꼴이 소위 된장 녀와 흡사하다.
상해 임정의 약화로 여러 단체들이 조직되었는데 길상은 계명회라는 사회과학 연구단체에
가입되어 서의돈, 성상대, 선우일, 선우신, 유인성, 유인실, 김길상, 일본인 오가타 지로가 체포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주의 사상과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단체였지만 길상은 김환의 죽음 후 형평사운동이 유야무야 되자
관수와 연결고리를 잇고자 가입한 비밀조직이었다. 이것으로 길상은 2년
형을 언도 받는다.
형평사 운동이란 1923년 일본의 평등운동의
영향을 받아 1923년 04월 24일 진주에서 시작된 백정 계급 해방 운동을 말한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백정들을 차별이 끊이지 않자 백정출신 사회운동가 장지필과 경제력을 갖춘 이학찬을 주축으로 전개된 운동인데 봉건사회의
신분의식과 일제의 탄압으로 이합집산들 거듭하면서 당초 취지와 어긋난 친일단체로 변절하였지만 사회운동을 점화한 취지만은 재조명 되어야 한다. 사회운동이 결국은 독립운동과 결부되어 있으므로 일제의 탄압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마을의 해결사 역할을 하던 석이는 기화의 출연으로 양을례가 도망가는 바람에 노모와 아이들이
곤란에 빠진다. 양을례의 밀고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석이는 관수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 사회운동을 전개한다.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들 뒤에는 언제나 내조가 한 몫을 하는데, 석이의
태도도 전혀 문제 없는 건 아니지만 남편을 믿지 못하고 집을 뛰어 나가고 그것도 모자라 직업을 잃게 하고 왜경의 끄나풀이 되는 것은 좀 심한 처사로
보이고 석이의 배필로 맞지 않은 여자라 생각한다.
땅은 터키어로 이브이고 사람은 아담이라고 한다. 이브와
아담이 터키어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땅이나 대지, 토지가
주는 이미지는 상당하다. 모든 것을 아울릴 수 있는 생명의 근원이고,
인간으로 치면 모성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최 참판 댁 지주와 소작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서 소작인들은 토지이고 서희는 토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강인한 생명체로 묘사된 듯 하다.
레오나르드 다빈치나 김홍도가 화가로 각광 받는 이유는 평면에 그린 그림이지만 전후좌우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그림에 오류가 없다는 점이듯 토지가 각광받는 이유 또한 800여명이 인물이 등장하지만
똑 같은 성격을 가진 인물이 없는 점이 아닌가 싶다. 800명이 인류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800 유형으로 분류하면 아주 디테일하게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평생
동안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다 만나기 어려운데 토지를 통해 800 여 유형의 인간을 만날 수 있는 점이
이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