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용사전 - 국민과 인민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적 인민 실용사전
박남일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5월
평점 :
어용(御用)은
임금이 사용하거나 쓰는 사람이나 사물을 말한다. 그런데 과거의 극 존칭이 오늘날에 와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전락하였는지 궁금하다. 임금이 이것들을 자신에게만 사용했던 것처럼 어떤 이가 자신만의 이익 때문에 권력의
시녀 노릇한 것에 대한 비아냥거림인 모양이다. 그렇담 책의 제목을 왜 어용사전이라 붙였을까? 비아냥을 한번 더 꼬겠다는 작가의 의도인 것 같다.
세상은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만 보이고 들린다. 관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세상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하여 그것만이 진리라고 확정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보인다고 하여 그것을 거짓으로 단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분법으로 나눠 시비를 가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시비를
누가 가릴 것인가? 신이 아닌 이상 이 시비를 공정하게 가릴 순 없다.
때문에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고 조정하여 조화를 이루면 되는 것이다.
저자가 자신 있게 기득권과 권력, 자본가들을
깠지만 이것 또한 옳은 것도 옳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분법으로 결정할 수 없다. 대신에 이 글을 옹호하는 사람과 비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일방통행은 자연법칙을 거슬리는 행위이므로 쌍방통행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자의 주장처럼 재벌을 갈기갈기 찢어 해체하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낫아 질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재벌들이 두려워 하는 것도 무서워
하는 것도 없이 천상천하유아독존 하는 것도 좌시해서는 안 된다. 저자가 이와 같은 표현을 보면 기회주의자로
낙인 찍을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분명하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며칠 전 지인이 최대호라는 사람하고 하상욱 이라는 사람이 쓴 글을 보내 왔는데 너무
공감이 가서 빵 터졌는데 이런 말 장난이 사람의 마음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는 구나 라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자의 주장인 것인지 아님 실제 내막이 그러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획일적 교육을 받은 문외한 독자로 저자의 표현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반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받아 들이니
이런 저자의 비아냥이 누군가 에게는 큰 힘으로 작용 하겠구나 라고 생각 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에서는
대인관계에서 말의 중요성과 적절한 어휘 사용을 주문하는 것 같지만, 어용사전은 불의에 분노하라는 묵시적
강요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분명 눈에 보이는 불의에는 분노할 수 있지만 이처럼 기득권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만들어
서민을 농락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 우리는 눈뜬 장님의 형국을 하고 있다. 눈뜬 장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좀더 똑똑해져야 한다.
조중동을 위시한 무책임한 언론도,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다 고 허풍 치는 정치인도, 국민에게 봉사한다고 하면서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관료들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재벌들도 우리가 똑똑해 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좀더 공부하여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스스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를 보살펴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선거 때만 되면
망각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