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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 - 1부 4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라가 가난하면 가장 힘든 사람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민초들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은 생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은 자연에서 얻는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들의 삶이 이렇게 처참할 수 있는가? 작가가 표현을 잘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님 실제가 그러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다. 후자 쪽일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자랐던 70년대 촌 생활 역시 그리 녹록지 않았는데 그보다
60년 전이니 책에 묘사된 것이 액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4부의 배경은 청일전쟁이 끝나고 러일전쟁도 일본의 승리로 끝날 즘으로 보인다. 일본은 청일전쟁의 승리로 미국의 중재 하에 중국의 이홍장과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가 시모노세키조약을 맺었다. 청일전쟁의 배경은 서로 이해관계 속에서 동학운동이 빌미를 제공 하였다. 이
조약에서 청국은 조선국이 완전한 자주독립국임을 인정하고, 요동반도와 타이완 및 팽호도를 일본에 할양하고, 배상금 2억 냥을 지불하다. 그리고
사스, 충칭, 쑤저우, 항저우를
개항하고 일본 선박의 양쯔강 및 그 부속 하천의 자유로운 통행과 일본인의 거주, 영업, 무역의 자유를 승인 받아 한반도를 손에 넣고 중국까지 넘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에 러시아는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러청동맹을 체결하고 동청철도부설권을 획득하고, 독일의 자오저우만과 여순, 대련,
그리고 만주까지 세력화 하고 우리나라 까지 야욕을 뻗었다. 결국 일본의 북진정책과 러시아의
남하정책의 요충지가 우리나라가 되었던 것이다. 이에 일본은 인천에 정박했던 러시아 군함 2척을 격침시키고 선전 포고를 하였으나 전쟁은 장기화 되고, 양국모두
전력을 상실하고 종전을 해야 할 입장이었다. 이에 일본은 대마도 해전의 승리로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후 미국에 중재를 의뢰하였다. 일본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과 미국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랑이 새끼를 키운 셈이다. 루스벨트의 동창색인 가네코를 미국특사로
파견하여 친일 여론을 주도 하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주도 면밀한 계획이 적중 하였던 것이다. 결국 일본의 요청대로 포츠머스 강화조약으로 한국에서 일본의 이익을 보장하고,
요동반도 조차권, 장춘~여순 간 동청철도 양도, 사할린 남부를 받는 것으로 합의 하였다.
야금야금 우리나라를 갈아 먹는 일본의 모습이 최 참판 댁 재산을 슬그머니 자기 것으로
돌려놓는 조준구의 모습과 똑 같다.
4부의 가장 핫 이슈는 윤보를 주축으로 구성된 마을 청년들이 최 참판 댁을 기습하여 재물을
탈취하고 의병활동에 동참한 사건이다. 볼수록 매력 있는 인물이 '윤보'다. 많은 사람들은 부조리에 대해 행동하지 못하지만 윤보는 그것을
참지 못하고 즉시 실행한다. 그런데 이런 인물을 더 볼 수 없다니 아쉽다. 개인적으로 윤보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그가 좀더 비중 있는 인물로 다뤄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 참판 댁 난리 때 조준구 일행을 없애 버렸으면 서희나 마을 사람들이 타국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배신자 삼수 때문에 망쳐버렸다.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말이 있듯 조준구 보다 삼수 놈이
더 미운 짓을 골라서 한다. 조준구야 종인 삼월이를 겁탈할 수 있는 처지였지만, 머슴 놈 주재에 그것도 결혼까지 한 놈이 여염집 규수 두리를 겁탈하고, 조준구를
등에 업고 동네사람에게 해코지 한 개 망나니 짓을 서슴지 않는 걸 보면 악의 화신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조준구를 잡지 못한 것도 삼수 때문이었다. 삼수 놈이 조준구에 딜을 하는 바람에 놓치고 결국 자기가
놓은 덫에 자기가 걸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악은 악을 싫어한다고 하더니 조준구의 밀고로 삼수는 왜경에
맞아 죽은 것이다.
그 다음으로 얄밉게 묘사된 인물이 임이네다. 용이가
의병으로 떠나자 아무 연고도 없는 월선이 집에 들어가 강짜를 부리고 간도에서는 월선이가 힘들게 번 돈을 몰래 빼내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 라는 옛말이
꼭 들어 맞는 것 같다. 물론 아이 셋을 데리고 살길이 막막하겠지만 최소한 미안한 감정은 가졌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동진은 간도에 와서 의병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아들 상현 역시 대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연로하신 모친과 젊은 아내를 남겨놓고 길상 일행과 함께 간도로 건너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서희를
사모하면서 길상을 떠 보았다. 어수선한 시국이긴 하지만 인본주의적 윤리를 교리로 삼고 있는 양반으로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 향후 나라를 위해 어떤 활약을 할지 모르기에 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도록 하겠다.
용이나 병수, 길상, 환, 봉순이가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4권까지 그들의 상태는 이렇다. 용이는 윤보와 의병활동에 참가했다가
마음 사람들을 데리고 간도로 간다. 평산리의 리더 중 한명인 셈이다.
그러나 그의 성격 파악이 어렵다. 어떨 땐 의리의 사나이로, 지고지순 한 순정 남으로, 측은지심을 아는 이로, 우유부단한 이로, 실행력 있는 행동가로 도대체 어떤 것이 그의 정체인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내면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중간자적 입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과부 사정은 홀 아비가 잘 안다고 했던가? 조준구의
아들 병수는 자신이 장애를 갖고 있기에 삼월이나 서희 등 고통 받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려 애쓴다. 신체적
장애를 가졌다 하여 정신도 없는 건 아닐 텐데 부모를 닮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나름 애 쓰는 모습을 보면 애처롭긴 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기지 않으니
길상이 또한 정확한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리야 삼수에게 몸을 빼앗기고 꼬마 신랑에게 시집을 갔지만, 봉순이도 나이가 들어가고, 송애 또한 그를 사모하고 있다. 길상은 예의 바르고, 반듯하게 잘 생기고 학식까지 갖췄다고 하니 따르는 여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봉순에게 간도에 가서 혼인 하자고 하지만 봉순이는 이를 믿지 못하고 간도에 가지 않았다. 가솔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서희에게도 길상에게도 몸을 위탁하기 싫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암시된 것으로 봐서
봉순이는 필시 기생이 되었을 것이다.
환이는 별당아씨가 죽고 나서 거지행색으로 윤씨 부인 묘소에 성묘하고 길상에게 별당아씨의
소식을 전하고 본인은 큰 아버지인 우관스님을 찾아 간다. 향후 이도 독립운동에 뛰어 들것으로 보인다.
평산리 사람들 대부분이 간도로 옮겨 갔다. 한복이의
형 거복이 까지 나타났다. 그래도 평산리에서 있던 계급이 그대로 유지된 걸 보면 계급제도 타파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2부에서 민초들의 삶이 좀 여유로워질지 더 빡빡해 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