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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1부 2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의 주인공 중 비중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최치수가 귀녀에게 사주 받은 개 다리
양반 평산에게 허무하게 삼끈으로 살해 되었다. 식솔이었던 귀녀의 허황된 탐욕이 몰고 온 비극이다. 최치수의 비중은 10%밖에 안 되다니 좀 허무하다. 최치수의 죽음을 보니 얼마 전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이건희 회장 생각이 난다.
향후 회복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재산의 대소유무와 관계없이 죽을 때는 모두가 빈손이라는 것이다. 귀녀도 평산도 칠성도 월선도 강청댁도 임이네도 용이도 ....... 불행의
시작은 모두 사소한 욕심에서부터 비롯된다.
최참판댁이 배경인데 이 벼슬이 누구의 벼슬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시대 종2품의 벼슬로 지금으로 치면 차관보 정도 되는 직위라 하니 꽤 높은 벼슬인건 확실하다. 벼슬이 높으면 재산도 많은가? 이 정도 벼슬을 한 사람은 많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부자는 아니었다. 소작인들이
비판했듯이 소작농에게 돌아가야 할 부분을 착취해서 취한 부당이익도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시대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부자가 좀 풀어서 소작농들을 부양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나라 현재 경제상황을 보면 대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넘쳐나고 정부와 가계의 부채는 목까지 차 있다고 한다. 혹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돌아갈 이익금과 종업원들에게 배분되어야 할 인건비,
국가에 납부하여야 할 세금을 기업에 유보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해 본다.
평산리에서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김훈장, 문의원, 이동진, 우관스님, 최치수정도로
꼽을 수 있다. 김훈장은 유교교리에 맞춰 구 지식을 갈구 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진사댁에 신경을 쓰는
등 인간의 도리는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잘못 짚는 부분이 있어 트집을 잡고자 한다. '오합지졸이 난을 일으켰기 때문에 남의 군대가 들어오고 청국이 왜국에 당하고 우리 국운도 기울게 되었다.' 라는 말이다. 김훈장은 동학운동을 이렇게 해석하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탓을 리더 세력인 벼슬아치와 왕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살려고 발버둥 친 농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이다. 김훈장에게 동학운동을 설명해 주려고 한다.
동학농민운동은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농민들의 분노 표출이다.
민란의 불씨는 고부군수 조병갑이 첫째 농민에게 면세를 약속하고 황무지 개간 허가를 해주고
추수기에 강제로 세금을 징수 하였고, 둘째 재산이 있는 자들을 체포하여 불효 불목 음행 잡기 등의 죄명을
씌워 그들의 재물을 강제로 빼앗았고, 셋째 자신의 아버지 공덕비를 세운다고 강제로 세금을 징수 하였으며, 넷째 대동미를 정미로 받는 대신 돈으로 거두고 저질의 쌀을 사서 상납하고 그 차액을 착복하였다. 이외에도 많은 악행을 저질렀기에 농민들은 동학접주 전봉준을 장두로 삼아 민소의 형식으로 군수에게 진정하였으나
이가 받아 들여지지 않았기에 봉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조병갑은 난을 피해 전라감사 김문현에게 보고하자
김문현은 조병갑을 체포하여 파면하고 새로 박원명을 고부군수로 임명하고 이용태를 안핵사로 삼아 사태를 수습하게 하였다. 그러나 안핵사 이용태는 사후처리를 동학교도 탄압의 기회로 삼아 온갖 악행을 자행하였다. 이에 그들은 탐관오리의 숙청과 보국안민을 천명하며 재 봉기 한 것이다. 전봉준은
동도대장에 손화중, 김개남은 총관령으로 봉기에 앞장섰다. 윤씨
부인을 겁탈한 김개주가 김개남을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본다. 전봉준은 4대 행동강령을 내렸는데 첫째 사람을 죽이거나 재물을 손상하지 말 것, 둘째
충효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히 할 것, 셋째 일본 오랑캐를 내 쫓아 성도를 밝힐 것, 넷째 군사를 거느리고 입경하여 권귀를 모두 죽일 것을 선포하여 외세와 집권층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어 개혁운동을
전개하고자 하였다. 이에 정부는 여러 차례 군사를 보내 토벌하려 하였으나 농민들의 저항을 저지할 수
없었다. 이에 청군이 출동하고 이어 일본군도 출동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일본군의 의해 동학군이 와해되었지만 한일의병항쟁의 중심세력이 동학군 출신이며 이들의 정신은 3.1 운동을
계승하였다. 이렇게 된 상황을 밑도 끝도 없이 그들의 잘못이라고 하니 구 지식은 우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의원은 중인 출신이지만 양반보다 더 양반 같은 인물로 돈 벌이에 연연하지 않고 아픈
사람이면 누구나 돌보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행동하는 지식인 이다.
이동진은 신분제 폐지 등 꽤 진취적인 인물로 비춰지나 가정을 등한시 하고 악행을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 이론가로 만족하는 듯 하다. 후편에 어떤 일을 도모할지 모르겠지만
우관스님은 고승임에도 불구하고 동생 김개주가 윤씨 부인 겁탈하는 것을 용서하였으며 조카
구천을 살리려 하는 등 속세와의 연결고리를 남겨 존경 받는 종교인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최치수는 엘리트코스를 밝아 사리를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행하지 않고 공분하기 보다는 사분 때문에 결국 개 죽음을 당하는 초라한 인물로
기록되었다. 불가항력으로 진행된 일을 되 돌릴 수도 없으면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 가는 인물은 윤보이다. 몇
달 동안 돈을 벌어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나눠주고 자신은 결국 주머니털이가 되어 얻어 먹는 신세가 되어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만족해 한다. 가족이 있었으면 무책임하다고 나한테 혼났을 텐데 혁명을 하려면 이런 자세로 이런 사람이 해야 한다. 가질 것 다 갖는 혁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혁명에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성공한 혁명 그 자체로 만족하여 사심 없이 그 곳에서 떠나야 한다. 견물생심은 인지상정인지라
토지의 묘미는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보다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알아가며 주인공들에게 딴전
거는 재미가 깨알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