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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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바디의 와인을 마신 듯한 느낌이다. 와인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풀 바디 와인을 선호하지 않겠지만 와인 마니아라면 풀 바디 와인의 매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고전이 그러하고 이 책이 또한 그러 하다. 올해 목표가 고전 100권 읽기 도전하고 있는데 벌써 10권째 이니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다. 고전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고전은 본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책의 두께에 질려 버린다. 높은 산의 정상을 밟아 본 사람만이 등산의 참 맛을 알듯이, 책의 두께에 겁먹지 않고 읽은 자만이 고전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예술작품이나 기업에서 부르짖는 혁신, 심지어는 일상에서도 똑 같으면 주목 받지 못한다. 뭔가가 달라야 그 속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각광받는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참신성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 당시가 봉건사회였기 때문에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이나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 이를 들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의 두께 만큼이나 많은 이슈와 심리 그리고 메시지가 들어 있다. 1, 2권 읽을 때는 이야기의 전개나 사람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읽었는데 3권에서는 작가가 비판한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첫째 제정 러시아 시대 도시 환락을 비판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빛 좋은 개살구로 묘사된 스테판 오블론스키는 가족 부양조차 어려운 상황임에도 바람을 피우고, 빚을 내어 파티를 즐기고, 사냥을 하는 등 그 당시 귀족들의 허례허식에 경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에게도 장점은 있다. 정직한 관리이며 무난한 평을 받고 있는 행정가로 좋은 가문과 뛰어난 사교성으로 인맥구성이 잘 되어있다.

둘째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인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물들이 생산해 놓은 모든 것을 가져가고 심지어는 모든 동물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처럼, 친척집을 돌며 식객으로 있는 바르바라공작의 영애 바센카 베슬로프스키의 무위도식과 귀족들의 비 생산적인 파티문화와 말싸움을 비난 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상류 사회의 결혼은 일반인들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요즘 연속극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끼리끼리 사돈 맺기, 사실 연속극 소재가 아니라 대한민국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가문을 위해 사랑 없는 결혼에 대한 경종도 숨어 있는 듯 하다. 안나의 불륜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의 눈총과 자신의 위신 때문 이지만 종교적인 이유를 내세워 아내를 용서한다는 취지에서 이혼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세운 카레닌 (물론 안나가 바람나기 전까지는 사랑했을 수도 있고 사랑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을 내세워 그 당시 결혼문화를 비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넷째 레닌이 참석한 음악회를 통해 귀족들의 음악에 대한 위선을 거짓과 허위의 예술이라고 비꼬아 놓은 듯 싶다.

이외에도 많은 메시지가 있겠지만 언뜻 떠오른 것들이다.

많은 등장 인물 중 인간성을 느낄 수 있고 솔직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레빈이다. 안나가 관능적 유혹에 넘어가 주기도 하고, 아내가 불편해 하는 손님을 면전에 대고 쫓아 내기도 하고, 농부들과 풀을 베기도 하는 등 자기 주장만 내세우던 고집 불통에서 서서히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

안나와 브론스키, 레빈과 키티에 이어 바센카와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가 약간 서운하다.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한데 속마음을 표출하지 못해 사랑이 이루어 지지 않은 걸 보면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안나와 키티가 좋아했던 남자가 브론스키와 레빈인데 이들은 도시와 시골, 세련미와 마초 등 서로 상반 되지만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재력과 외모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을 덮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었는데 조금 지난 후 리뷰를 쓰려니 그 당시 상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내용이 너무 길어서 인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제 각각이어서 좀 혼란스러웠다. 어느 곳에서는 성만 쓰고, 어느 곳에는 풀 네임을 쓰고, 어느 곳에선 애칭만 쓰고, 어느 곳에선 이름만 쓰기도 하고, 이름도 약간씩 다르게 쓰이고...... 개인적인 바램은 문맥상 큰 의미가 없다면 가급적 이름을 하나로 통일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러시아 이름인지라 입에 붙지도 않는데 각기 다른 이름을 쓰다 보니 같은 인물인지 다른 인물인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이나 숨은 의도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감히 이러 저러한 의견을 쓰고 있지만 머리 속의 지식 창고가 점점 쌓여가는 느낌이다. 좀더 욕심을 내어 속도를 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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