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양약고구(良藥苦口)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역이(忠言逆耳) 충성된 말은 귀에 거슬린 다는 말이 있듯이 지식에 보탬이 되는 책은 읽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나 7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양에 기가 질려 접근하기가 녹녹한 책은 아니다. 지은이는 생리학 박사이며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 인데 조류학, 진화 생물학, 생물 지리학의 학문에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까지 구사하는 인물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지식을 갖춘 실력자로 평가 받는 분인데 개인적으로 이분의 책은 처음 접한다. 본문의 내용은 지구인이라면 관심 가질만한 부분에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답변의 형식이 구체적이고 과학적이라 지식을 갈망하는 이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 

저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현대 세계의 불평등은 어디에서 기원되었고, 원인은 무엇인지 서술하였지만, 나는 관심 있는 3가지 이슈에 대해 리뷰 하였다. 세계 불평등은 인류의 탄생과 동시에 시작 되었고, 인류 출현 당시에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먼저 꽃을 피웠으나 12,000~20,000년전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유라시아에 역전을 당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역전 당한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야생 동물의 가축화 실패 때문이다. 야생동물을 가축화 하기 위해서는 온순 해야 하고, 사람의 말에 복종해야 하고, 먹이가 저렴해야 하고, 질병에 면역성이 있어야 하고, 성장이 빨라야 하고, 감금 상태에서도 번식이 잘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에는 있는 동물들은 아프리카들소, 얼룩말, 강돼지, 코뿔소, 코끼리, 하마 등으로 가축화에 적합하지 않는 동물들이 많았고 유라시아에는 소, , 염소, , 돼지 등 가축화에 적합한 동물들이 많았다. 특히 말 같은 경우 농경사회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기마병에 합류되면서 168명의 스페인 병사가 80,000명의 잉카제국 군사를 제압하는데 일조 하였다. 9장에 재미있는 법칙이 하나 소개되었는데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다. 출전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인데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표현이다. 이는 결혼이나 인생에도 적용이 되지만 저자는 가축화에 적용시켜 '가축화 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 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 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라는 문구를 넣어 독자에게 잔잔한 재미를 주는 wit가 돋보인다. 그러나 동물들을 가축화로 유익한 부분이 훨씬 많지만 사악한 부분도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병균이다. 동물에게만 있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에이즈 같은 질병들이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되어, 현재는 인간들에게만 감염되는 전염병이 되어 인간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균이 생겨 나면서 면역력이 없는 원주민을 말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페인이 아스텍 문명을 몰살시키는데 천연두가  일등 공신으로 나선 결과 2000만명 이었던 멕시코 인구가 16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둘째 식물의 작물화 불균형 때문이다. 유라시아에 비해 작물화할 야생 식물이 제한되어 있어 농작물의 수가 훨씬 적었다.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인구수도 늘지 않아 자연스럽게 패군이 유라시아로 넘어 간 것 이다. 단순하게 작물화 불균형만 이라면 큰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이것으로 인하여 농업과 야금술이 발달하고, 그를 기반으로 복잡한 기술과 중앙 집권적 정치 체제가 등장했으며, 체계적인 통치와 계몽을 위해 법률과 문자의 발전까지 가져와 불균형을 더욱 가속 시켰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야금술의 발달로 쇠가 발견되고 이어 쇠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 많은 발명품들이 등장 한 끝에 총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구도 많고, 기술도 발달되고, 식량도 풍부하고, 무기도 좋아서 현재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셋째 면적이 작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면적이 유라시아 면적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인구 수는 유라시아가 40억 아프리카는 7억 명 밖에 되지 않아 모든 면에서 위축되고 늦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인구 구성이었다면 유라시아와 비슷한 국가 구조를 가졌을 수도 있지만 인구가 적다 보니 수십 명이 무리를 지어 살거나, 수백 명이 부족을 이루거나, 수 천명이 추장 사회를 이루는데 그쳤고 소규모 사회는 외부 세력에 의해 융합 되거나 합병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넷째 유라시아의 축은 동서 방향인 것에 비해 아프리카는 남북방향 이었기 때문이다. 남북 축이면 기후, 생식지, 강우량, 낮의 길이, 농작물과 가축의 질병이 크게 달라지는 반면 동서인 경우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위도가 동일하기 때문에 기후와 낮의 길이만 비슷하면 농작물이나 가축이 쉽게 자란다고 한다.

이것이 이 책 대부분의 요약이고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동북아 즉 중국, 일본, 우리나라가 언급된 부분이다.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려 한다. 먼저 중국은 전 세계의 기술을 선도하며 주철,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 중앙집권 정치 형태, 항해술, 제해권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유럽보다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도자의 지위를 빼앗겼는가? 첫째 정치적 통일성 때문이다. 강력한 중앙집권제가 다양성을 가져 오지 못했기 때문인데 중국의 경우 BC221년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고 몇 차례 분열이 있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언제나 재 통일 된 반면 유럽의 경우 샤를 마뉴 대제, 나폴레옹, 히틀러 등 강력한 정복자들의 노력에도 유럽은 통일되지 않았다. 이 말을 단순화 해보면 무능한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정된 사항이 국가에 큰 위기를 맞게 한 것이다. . 결국 통일되는 것 보다는 분열되어 있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 획일적 사고 보다는 다양성이 관용과 용기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전형적인 정치적 착오 즉 권력 투쟁 때문이었다. 요즘 회자되는 반대를 위한 반대. 국가나 국민의 이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정당과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기득권층들의 기생적 사고 때문이다.

다음 궁금증은 과연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첫 번째 학설 일본인들의 기원은 BC 20,000년 전 빙하기에 일본으로 유입된 사람들이 진화한 것이다. 두 번째 학설 중앙 아시아에서 유목하던 기마민족이 AD 4세기 경 한국을 거쳐 일본을 정복했을 것이다. 세 번째 학설 BC 400년 전후 한국에서 벼농사와 함께 이주한 자의 후손이다. 마지막 학설은 이 세 개의 이론이 뒤섞여 오늘날의 일본인이 되었다는 견해이다. 저자는 일본의 반발을 우려하여 조심스럽게 서술했지만 세 번째 학설이 유력하다는 견해이다. 일본어는 고구려어가 변화된 것이며, 기원전 4세기경 벼농사 기술을 갖고 건너 갔으며, 체질 인류학, 고고학, 그리고 고고학적 연구 성과를 종합 분석한 실증적 연구 결과인데 일본과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한 핏줄 쌍둥이 형제론을 내세워 일본에게는 과거 청산 촉구를 한국에게 과거 용서를 주문하며 우호관계를 유지하라고 하며 글을 맺었다.

뉴기니인이며 저자의 친구인 얄리의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백인이 원시적으로 똑똑한 것은 아니고 환경의 차이에 불과 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저자의 표현처럼 수 만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흐름을 700페이지에 담기는 작은 양이지만 개략적은 흐름을 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한편으로 지구촌에 국한된 얘기 이긴 하지만 만약 지구 촌 밖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