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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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허수아비 춤 ...... 조정래 선생의 작품을 필독서로 생각하고 있는 마니아 중 1인이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첫째 스토리가 탄탄하다. 둘째 재미있다. 셋째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스토리가 전개된다. 넷째 교훈이 있다. 다섯 시대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등등 일반 소설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저자를 비판하는 이도 있지만 그 사람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와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할 뿐이다.

소설이란 현실에 있음직한 이야기를 상상하여 쓴 글이다. 이 글이 허구라 하여 죽은 지식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나는 소설이란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사람 살아가는 것을 학문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와인에 김치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나름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정글만리는 지구촌의 공장이 되어버린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 주재원들이 벌이는 비즈니스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굴지 회사의 주재원도 등장하고 라이벌인 일본 주재원도 등장하고 프랑스 명품 회사도 등장한다.

저자가 정글만리를 쓰기 위해 20년을 준비했다고 했는데 허언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주재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른 도시는 모르겠지만 상하이에 대해 서술한 부분은 취재가 detail하게 이루어 졌음을 느꼈다. 100%라고 자신할 순 없지만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가 현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본문에 보면 공항에서 휴대폰 소리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데 중국인들은 정말로 시끄럽다. 믿지 못하겠으면 중국은 못 가더라도 제주도에 가보라. 중국인들이 무 비자로 왕래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관광객이 가는 곳마다 만원이다. 이들은 대화는 소음에 가깝다.

 

조정래 선생의 대하소설을 자주 접한 탓인지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을 노트에 쓰면서 읽는 버릇이 있는데 정글만리는 대하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등장 인물은 많지 않아 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정글만리 1분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대광은 중국 주재원으로 세관 실무자 샹신원주임을 꽌시로 잡고 있으며, 김현곤과는 한국 사업 파트너이고, 전유숙은 그의 친 누나이고 송재형은 누나의 아들이고, 리옌링은 송재형의 중국 여자 친구이고 이지선은 그의 아내이다.

서하원은 한국에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였으나 수술 중 사망사고가 있는 바람에 실력은 있지만 한국에서는 더 이상 자신을 찾아주지 않아 전대광의 소개로 샹신원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중국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한국 상사원이 전대광과 김현곤이라면 일본의 상사원은 이토히데오, 토요토미 아라키, 이시하라 시로 이렇게 3인방이다. 이들은 일본의 프리미엄을 얻어 거만하고 건방으로 일관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술집에서 보내고 한국이나 중국을 스스럼 없이 비하한다. 일본 아베 정권을 그대로 닮았다. 저자는 이를 비꼬고 싶었던 것 같다.

왕링링은 동양계 미국인으로 1977년생으로 젊고 아름답고 섹시하기 까지만 해도 되는데 골드그룹의 회장으로 재력에 버클리 MBA를 마친 뛰어난 두뇌까지 갖췄다.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

우치추는 일본 회사에서 과장으로 재직하다가 이토 히데오가 멘쯔를 깎는 바람에 퇴사하여 이토 히데오에게 테러를 가한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 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재량권이 매우 큰 모양이다. 그래서 비즈니스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꽌시라는 관계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한다. 더군다나 상사면 통관업무가 대부분인데 세관 주임의 배경은 총리 배경보다 낫은 듯 싶다.

 

정글만리는 GUNGLE이라는 영어와 萬里라는 한자의 합성이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밀림이 4,000킬로나 된다는 뜻으로 복잡하고 각박한 중국 비즈니스 시장을 표현한 듯 하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회장들이 신년인사를 통해 위기를 강조 하였다. 삼성전자 이건희, 현대 정몽구, 엘지전자 구본무 회장들의 일관된 멘트다. 삼성전자 같은 경우 글로벌 선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정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 가는 동물의 세계와 별단 다르지 않음을 감지할 수 있다.

중국이란 나라는 알면 알수록 대단한 나라이다. 우리나라와 가깝기도 하지만 역사상 무척 관계가 깊은 나라이다. 저자의 서술처럼 중국은 산업혁명 전까지 명실공히 세계 TOP 이었다. 미국의 출현으로 G2에 있지만 머지않아 G1이 될 것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도자들의 슬기로운 외교술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글만리 2부 배경은 시안, 광저우, 칭다오 이다. 시안에는 시안 성이 있는데 이 성은 14세기 명나라에 의해 조성된 성벽이 있는데 현존하는 중국의 성벽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한다. 또한 진시황의 병마용, 산시 역사 박물관 등이 있는 공업도시 이다. 중국의 과거는 시안에 있고, 현재는 베이징에 있고, 미래는 상하이에 있다. 라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사업 파트너 김현곤이 지난번 비즈니스 실패로 시안으로 발령이 나고 이에 전대광은 다른 비즈니스로 설욕한다.

본문에 중국 고위직 관리들이 얼나이()들을 거느리는 묘사가 있는데 어느 나라든 고위층에 올라가면 견물생심 수컷들의 본능이 나오는 모양이다. 미국 대통령도 프랑스 대통령도 이탈리아 총리도 우리나라 검찰총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문 중 재미있는 표현이 있어 옮겨 보았다. '아무리 똑똑한 년도 이쁜 년 못 당하고, 아무리 이쁜 년도 젊은 년 못 당한다.' 거슬리는 것 같으면서 남자의 심리를 제대로 담은 것 같다.

 

1부에서 등장했던 골드그룹 회장 왕링링의 베일은 베트남 출신 엄마와 미국인 출신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에게 버림 받아 고생하던 차에 샌프란시스코의 거부 왕이싼 사장의 양녀로 들어가 사업가가 되었다. 그녀는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그룹으로 성장시켰으나 중국에서는 뇌물과 몸을 고위직 간부에게 제공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즈니스를 선택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큰 소용돌이가 칠 복선이 숨어 있는 듯 하다.

이어 리완싱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는 리옌링의 아버지로 무식하지만 수완 좋은 사업가로 많은 돈을 벌어 돈을 내고 공산당원이 되고 싶어한다. 또한 프랑스 명품회사와 합작으로 엄청난 비즈니스를 꿈꾼다.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리가 있어 보이는 제안이다.

고위 관리직들만 얼나이를 거느리는 줄 알았는데 재력가도 여지 없이 얼나이를 거느린다. 특히 중국의 경우 가장 좋아하는 것이 돈이라고 하니, 자본주의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김현곤의 꽌시 검찰과장 최상호가 등장한다. 비즈니스 마다 등장하는 꽌시, 중국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이 꽌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묘사된 점은 과장되어 보이지만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약간 불편한 점은 필요이상으로 선정적인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 부분이다. 그 부분까지 묘사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추천 했는데 이 책은 좀 더 큰 다음 추천해야 겠다.

 

프랑스 회사 까르띠에가 등장한다. 명품시계, 쥬얼리, 악세사리로 유명한 회사다. 리완싱은 까르띠에 대리인 카방에게 중국에서 판매할 '중국인만을 위한 특별 명품 돈 지갑' 비즈니스를 제안한다.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업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 화류계에 몸 담은 여자들이 1억 명이 넘고 이들은 돈을 최고로 생각하고 그 다음 서양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동양 여자들은 모두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에도 서양 남자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신분 상승을 꿈꾸는 것인지 아님 언제나 보던 사람들과 달라서 관심을 갖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서양 여자보다는 우리나라 여자가 훨씬 더 좋다.

프랑스 대리인 카방도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있어 별로 호감 가는 인물은 아니다.

 

골드그룹의 왕링링이 토머스와 쿠퍼와 함께 예상대로 큰 사고를 쳤다. 10억 위안을 계획부도를 내고 중국을 탈출해 버린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10 여명의 중국 공산당 고위직들이 관련되어 있었다. 때문에 앤디 박이 공안의 조사를 받게 되고 관련 없음이 증명되어 풀려 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비즈니스는 세렝게티와 너무나 닮았다.

 

3권에서는 하경만이 등장하는데 그는 광바오라는 회사의 사장이다. 이는 온정주의에 입각하여 동네 어른들을 공경하고, 공장 앞 도로를 시작으로 동네 청소를 하고, 장학금을 주고, 마을잔치를 벌이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한 결과 칭다오 시에서 감사장을 받고 명예 시민증을 주며 꽌시가 저절로 생겼다. 기업이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긴 하지만 그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기업가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이다.

 

3권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옮겨 보았다. 바로 사람 보는 방법이다. 왕링링의 양아버지 가르침을 들어 묘사했는데 사람을 볼 때 능력만을 보지 말고 능력 반 사람 됨됨이 반을 봐라. 그러기 위해서는 술을 마셔보고, 노름도 해보고, 등산도 해보고, 여행도 같이 해서, 이기적인 자, 언행이 맞지 않는 자, 마음이 가벼운 자, 인내심이 약한 자, 불평이 많은 자, 협동이 안 되는 자, 뒷말을 하는 자,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자를 골라내라. 과연 이런 시험에 통과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통과한 사람이 있다면 나라를 맡겨도 될만한 인물일 것이라 생각한다.

 

샹신원은 천웨이와 이혼하고 서하원이 2년 동안 번 돈까지 몽땅 챙겨서 도주해 버렸다.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는 줄 알았는데 천웨이 어버지가 상하이방 핵심 인물이어서 그의 후광으로 출세했는데 본인이 잘나서 그런 줄 알고 기고만장하다가 결국 이혼까지 당한 것이다. 이에 서하원은 천웨이와 계약을 체결한다.

전대광은 후임자 강정규에게 상사의 모든 것을 인수 인계를 하고 퇴직한 후 사업을 하게 되고, 송재형과 리옌링은 결혼 승낙을 받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 책에서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역사 과목이 대입시험에서 빠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넣겠다는 말도 있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에 대해 조정래 선생이 일침을 가했다. 세계 선진국들은 일주일에 역사 시간이 3~4시간인데 우리나라는 1시간이라는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라는 말을 왜 우리나라 정부 모르는지를 꾸짖었다.

혹자는 태백산맥이 공산주의를 대변한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내가 봤을 땐 그건 우리의 과거이고 역사인 것이다. 이를 부정하자면 조선시대도 고려시대도 삼국시대도 없는 것이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는 시야이다.

내가 가진 생각이 절대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고 나와 다른 생각도 존중해 줄 때 비로소 지식인이 되는 것이다. 지식인기 별건가 나의 주관을 가지고 남의 얘기 잘 들어 주면 되는 것이지....

기존에 읽었던 대하소설보다는 떨어지지만 충분히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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