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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만우절 ㅣ 나남창작선 113
양선희 지음 / 나남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소설이란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꾸며지는 이야기 라고 생각했는데 도입부에 민은아 작가의 약력 등이 보도자료로 나와 그녀가 실존 인물인줄 알고 책을 덮고 인터넷을 뒤지는 웃음 거리를 만들었다.
작가가 현직 기자출신이다 보니 fact를 소설로 옮긴 줄 알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일반적인 소설에서 접할 수 없었던 구조, 둘째는 이야기가 왠지 신문기사처럼 사실적이고 딱딱한 느낌, 셋째는 주인공들이 (민은아 나 한승애) 침착하지만 너무 차갑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중학생 시절 이발관 액자에서 처음 본 것으로 기억한다. 철이 든 후 생각해 보니 그것은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였다. 창피하게도 지아 울프의 작품을 접한 적도 없고, 여자였고 자살했다는 사실을 안지가 몇 년 되지 않았다. 이 소설과 상관 없는 버지니아 울프를 서술하는 이유는 이 소설이 버지니아 울프의 생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자살. 천재. 지적. 미모. 새 어머니. 성적 불평등. 사랑 …….
지덕을 겸비한 미모의 어머니 윤세린과 대학 3학년때 사법고시에 합격한 아버지 민중기 사이에서 태어나 행복한 생활이 예상되었지만, 한국의 버지니아 울프라고 불리는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방치 속에서 홀로서기를 꿈꾸었으나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기자와 취재원 관계였던 한승애는 민은아와 주변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삶과 죽음 그리고 주변에 널려있는 위선자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소설 속에 등나오는 글인데 작가가 나한테 던지는 메시지인 것으로 인식하고 발췌하였다.
자신이 슬프거나 서글프면 울어라. 우는 걸 두려워하면 안돼. 그러나 밖에 나가선 늘 웃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널 좋아하고 네가 더 불쌍해지지 않는다. 민은아 외할머니의 말처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유리한 것 같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마음을 연 만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힘은 미약하다. 특별한 장비가 없는 한 우리는 상대의 속 마음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보이는 액면을 보면서 전체를 아는 체한다. 위선자들에게 이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입 크고 목소리 높은 사람들이 떠들어 대고 만들어 낸 이야기만을 사실로 믿고 있기 때문에 말을 할 수도 할 루트도 없다.
손 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그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려니 구역질이 난다. 왜 대중들은 우매할까? 하기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남에 대해서 더 모르는 게 당연하다. 과연 작가의 표현처럼 각자 보이는 대로 보는 게 답이니, 남의 말이나 평가에 귀 기울이지 말고 자기가 느끼는 것, 자기가 아는 것이 중요한가?
일반적인 진리란 보통 타당성을 가진 것이 맞는 것 같은데 과연 덜 익은 과일을 판매하는 게 옳은가?
우매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 대하소설이나 추리소설, 역사소설에 무게를 두다 보니 칙닛 소설을 가볍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모두에도 적었듯이 소설이 아니라 신문기사인줄 알았다. 소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인팩트가 없어서 읽어난 후 여운이 남지 않는다. 밥 먹을 때 물 말아 먹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만우절이란 단어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거짓말 속에서 살면서 거짓말을 인정해주기로 한 날, 장자의 호접몽이 생각난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꿈인지, 나의 행동이 바른 길인지, 진실되게 살고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