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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 -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만들기
아니트라 넬슨 & 프란스 티머만 엮음, 유나영 옮김 / 서해문집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가능해 지면서 무분별한 소비로 인하여 엄청난 에너지사용으로 지구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까지는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화폐가치와 시장구조를 철폐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떤 주장인지 선뜩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막스의 자본론을 한달 내내 읽다가 실패했는데 그 자본론이 여기서도 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결국 자본론을 그 때 마스터 했었어야 하는데 후회가 된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여전히 이 책에서 소개된 글도 역시나 어렵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시장에 기반한 공산주의까지 비판하면서 비 화폐 사회주의 건립을 주장하였는데 과연 시장도 임금도 계급도 국가도 없는 사회가 가능할지 개인적으로 의문을 가져본다.
화폐가 시장을 구성하여 무 분별한 개발과 소비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되면서 지구가 심각하게 될 것이라는 문제에 대해선 잘 인지하고 있다. 이 문제로 인하여 투발루는 나라가 점점 바다 속으로 가라 않아 2001년 국토를 포기 선언한 상태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문제들이 화폐가 가져온 부작용인지 국가 이기주의가 가져온 재앙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1997년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교토의정서에서 지구 온난화에 국가별로 노력하자는 자리였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인 미국, 중국, 인도는 동참하지 않았고 세계의 맏형 격인 미국의 이런 행동으로 2011년 캐나다가 거부하고 나섰고 2012년에는 러시아, 일본까지 거부하고 있다. 과연 이런 것들이 화폐가 가져온 부작용으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현재 지구에 무정부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는 스페인 스쿼터들의 공동체의 예를 들어 가며 비 화폐적 자치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소수 마음에 맞는 사람들(아나키스트, 프리건 등)의 공동체 에서 짧은 시간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고 시간이 길어졌을 때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덴마크 코펜하겐 근처에 크리스티아니아라는 마을(?) 지역이 있는데 이곳은 스페인 스쿼터 공동체보다 많은 인원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구성원들을 보면 스쿼터의 구성원들과 비슷한 히피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지역 공통체를 만들어 자치 원리에 의해 민주적 결정을 하면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연성마약을 허용 하고 경성마약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연성마약은 대마초 정도이고 그 이상은 경성마약인 듯 보인다. 스페인 스쿼터들과 마찬가지로 자연 환경을 위해 자동차 없이 자전거만 통행이 가능 하다고 한다. 그런데 2005년 갱단이 이 마을에 들어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었다. 물론 공동체에서 맞섰지만 덴마크 정부(좌파세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과연 공동체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저자는 화폐 없는 세계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과 대안을 내세워 이상 사회 건설을 주장하지만 이것은 소규모 집단이나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상태이므로 70억이 넘는 지구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세링게티에서 가젤은 평화롭게 살고 싶은데 배고픈 사자가 이를 가만히 두지 않듯이 무정부주의가 이상적으로 보일지라도 다른 집단과 대립 시 과연 그 공동체가 지속가능 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전쟁의 연속이었는데 과연 평화가 얼마만큼 지속될 수 있으며 인간이 가진 게으르고 사악한 특성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듯이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젤을 보고 군침 흘리지 않을 맹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나 신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사회가 유지되는데 화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론적인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화폐의 기능에는 교환수단, 지불수단, 저장수단, 가치척도가 있다. 이것들이 없어도 사회구성은 되겠지만 이중 어느 기능 하나라도 빠진다면 사회는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만약 화폐가 없어졌을 때 지구 환경은 좋아 지겠지만 자급자족 시대나 물물교환 시대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런 삶이 만족스럽다면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부족국가로 들어가 사는 것을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이 판단은 순전히 개인의 몫이지만 수 만년 전에 살았던 인간들과 현재의 인간들의 삶 중 어느 쪽이 나은 삶인지……. 과거로의 회기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화폐를 없애자는 의견은 똘레랑스처럼 여러 의견 중 하나로 받아 들었으면 좋겠고 이를 제도화 하려는 노력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극단으로 가자는 것 보다는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실천운동 내지는 범 지구촌에서 개입하는 정책을 펼치자는 의견으로 변경 되었으면 좋겠다. 풀 바디의 와인 한 병을 다 마신듯한 느낌이다.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잘 전달 받았는지 모르겠다. 괘 어려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