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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여러 목표 중 가장 우선순위였다. 결혼 초기 단독주택 2층에서 전세 살다가 우연하게(?) 25평 아파트에 당첨되어 입주하여 살아보니 별 천지가 따로 없었다. 이후 아파트를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그 속에서 살고 있다. 비용적인 측면이나 관리적인 측면에서 입주 민이 편리하고 효율적인데 어찌하여 저자는 아파트 단지가 우리의 삶을 망친 것으로 묘사하였을까? 의아하고 저자의 의도가 궁금하여 꼼꼼하게 읽어 보니 아파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도대체 아파트 단지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코멘트로 달아 보았다.
첫째. 도시 공간 자산을 왜곡 시켰다. 아파트가 획일화 되어 도시경관이 삭막해지고 폐쇄적인 담장이 도시 공동체의 삶을 제약하는 문제점을 야기 시켰다. 저자의 주장을 듣고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옥마을이 있는데 똑 같은 방식의 한옥이 존재 한다고 해서 이것이 획일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한옥의 담장이 도시 공동체를 활성화 시키는지? 또한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 측면에서도 단층의 한옥보다는 여러 층의 아파트가 훨씬 효율적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대해 동의 할 수 없다. 물론 아파트가 폐쇄되어 시골과 같은 공동체 구성이 어렵긴 하지만 사실 요즘 시골 또한 과거와 판이하게 다르다. 기존 구성원들과의 공동체 형성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신규 편입이나 외지인에 대해서 배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개개인의 개성이나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것이지 아파트 단지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대형주택들이 즐비하고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도시 미관상 좋을지는 모르지만 조성단계에서부터 관리 그리고 방범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디에서 충당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둘째. 소 필지가 줄어들고 도시 생태계가 파괴되고 도시 기능의 자율조정 능력이 약화된다. 저자의 주장은 단독주택이 다 가구 주택이나 상가주택으로 바뀌고, 4~5층 소규모 사무실 건물로 바뀌는 자율조정 능력이 있는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변신이 불 가능하여 자율조정능력이 사라진다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이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를 아파트 단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논이 밭으로 바뀌고 밭이 대지로 바뀌고, 임야가 공장용지 등으로 바뀌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자본의 효율적 측면에서 이모든 개발들이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닐까? 개발단계에서 가급적 친환경적으로 개발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길이 없어졌고 공공공간과 개인공간이 격리 되었다. 단독주택은 길과 접해있어서 공공공간과 개인영역이 대문을 통해 접속이 되는데 아파트 단지는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본인 또한 일방통행만 가능하고 공공접속이 어렵고, 가급적 기존 도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무엇 때문에 길을 언급 했는지 안다. 하지만 그런 몰 상식한 아파트 단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를 가로 질러 가면 5분거리인데 우회하여 가면 20분이 소요되는데 이를 막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좀 허름한 지역에 거주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빡빡하게 출입을 통제하는 단지는 아직 못 봤다. 설령 그런 단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허가를 내준 관청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아파트 단지 뿐 아니라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곳도 가로 질러 갈 수 없다.
넷째. 담장을 친다. 단독주택은 사생활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담장을 치지만 아파트는 사유재산을 경계하려는 표시이다. 요즘 단독주택에 가면 집 앞에 그 집 차량 번호가 적혀있다. 외부 차량이 주차를 하면 견인해 가버린다. 녹지와 공원, 주차장이 부족한 것이 아파트 단지의 문제인가? 이 또한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남는 공간을 공유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나무랄 수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다.
다섯. 아파트의 브랜드 현상, 특정 브랜드 선호 현상이 마케팅 전략의 아니라 공공공간을 상표 붙여 판매하고 이를 소득 수준에 따라 구입해야 하는 살벌한 사회가 되었다. 모든 상품은 소비자가 선택하게 되어 있고, 자신의 소득 구분에 따라 선택하게 되어 있는 것이 자본주의라고 생각한다.
여섯. 한국 아파트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다 똑 같다. 주택청약제도와 분양가격 규제 때문이란다. 다양성을 추구하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혹시 동일성이 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동일성을 추구하는 편이 자본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나을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일곱. 실패한 아파트 공동체 운동, 실패이유는 아파트 단지가 일반적인 도시 공간보다 공간 환경 측면에서 월등하고 이로 인해 입 주민들의 공간 이기주의적 속성이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공동체 운동이 지향하는 점은 건강한 이웃관계 형성과 공동육아, 공동봉사, 이타적인 사회 관계를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백 번 타당한 이야기 이긴 하지만 만약 아파트 단지가 없어지면 이런 공동체가 형성이 될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은 불가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해 학교를 보내지 않은 체 대안교육으로 대체하고 시골에 모여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렇게 바뀌지 않는 한 그 아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도태되는데 뻔한 결과를 가만히 보고 있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이 잘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잘못 되었기 때문에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고 공동체나 대안 교육 같은 것은 그 다음 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흙탕물이 계속 내려 오는데 아래에서 아무리 정화작용을 해봐야 무용지물이다. 내가 봤을 땐 아파트 단지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비판하고 동조세력을 확보하여 정부 정책이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꿈꾸는 사회에 대해 충분히 공감은 가지만 과연 아파트 단지가 없어진다고 해도 이 모든 것들이 해결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우리 아파트 단지 세대수가 2001세대이다. 우리 고향의 면 전체가 40km²에 1,700세대 정도가 살고 있다. 과연 아파트 단지가 아닌 곳에서 이를 수용할만한 땅이 있겠는가? 아파트 단지를 이분법을 적용하여 호불호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 기능이 악 기능 보다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축학이나 생태학에 문외한 이긴 하지만 국토 구조나 사회 구조상 저자의 주장에 대해 동의가 어렵다. 또한 문제를 도출했으면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저자가 내 놓은 대안은 최선의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는 건축학이나 생태학의 전문가 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아파트 단지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할 수 있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어떻게 움직일 수 가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지 않은가? 그렇다고 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인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사회문제를 다른 시야로 접근하니 이런 한 문제점도 있구나 정도로 인식하고 아파트 단지 건설관련자들이나 정책관련자들이 가급적 저자가 지적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쪽으로 움직이면 서로 상생하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