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10 (무선) - 제4부 전쟁과 분단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피아골 하면 왠지 스산하면서 억울함과 한이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피를 흘리고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 임진왜란 때 왜놈들을 맞아 싸운 수 많은 의병들의 시체가 쌓이는 것부터 시작하여, 갑오년 농민운동 때는 수 많은 농민들의 피가 계곡에 넘쳐났으며,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때는 인간의 권리를 주장하던 수 많은 빨치산들이 피아골까지 쫓겨와 피를 뿌렸다. 피를 많이 머금어 피아골 인줄 알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벼 농사 때 필요 없는 피가 많아서 생긴 이름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전자 쪽의 무게가 두고 싶은데 저자의 말을 빌리면 왜 피아골이라고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빨치산 활동을 하던 강대진이, 박난희가, 송승호가, 천첨바구가, 김혜자가, 김동혁이, 강동기가, 유만복이, 김범준이, 이태식이, 이현상이, 이해룡이, 염상진이 지리산에서 마지막으로 죽으며 남한에서의 빨치산 활동이 마감된다. 대하소설의 특징은 많은 등장인물인데 10권까지 등장인물이 27명인데 주인공 격으로 기억에 남는 이름은 염상구, 염상진 형제와 김범우, 손승호, 안창민, 서민영, 심재모, 하대치, 외서댁, 소화, 이지숙 등이다. 인물들의 평을 해보자면 먼저

염상진은 뚜렷한 가치관과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 보다는 인민해방에 목적을 둔 진정한 지식인으로 빨치산활동의 축이 된 인물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격이 있는 리더의 표상이다. 자기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흠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서번트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

염상구는 불량하고 자본주의와 전혀 무관한 인물로 보이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자본주의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이 소설 주인공 중 최고의 승자라고 본다. 외서댁을 강간하고 사람을 함 부러 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적당히 의리도 있고 제법 머리도 굴릴 줄 알면서 전형적인 자본주의에서 성공할 수 있는 타입이다.

손승호는 염상진과 같은 노선을 걷다가 전향한 후 다시 전향하여 결국 같은 길을 걷는 지식인으로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가감 없이 비판해 버리는 다혈질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었지만 소설 내에서는 꽤 비중 있는 인물 있었는데 위장 전향을 하기 위해 마을로 가다가 개울에서 물 마시다가 총에 맞는 죽는 대목이 약간 성의 없어 보인다.

김범우는 이 책의 주인공으로 중간자적 입장에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며 조율하는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공산주의로 전향하며 끝까지 살아남아 어색하게 조연으로 추락해 버린 느낌을 받았다.

안창민, 서민영은 젊은 지식인과 원로 지식인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인도하였다.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듯 개인의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다수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지식인이 걸어야 할 길이다. 안창민 같이 젊은 지식인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 목숨을 걸 줄 알아야 하고 서민영 같은 원로는 후방에서 무지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을 해야 한다. 꼭 필요한 욕심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심재모 또한 이 시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리더상이다. 불합리를 보고 분노할 줄도 알고 대를 위해 자존심을 굳힐 줄도 아는 훌륭한 인물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리더들이 많을 수록 좋은 세상이 된다. 우리나라 리더들을 보면 의무는 하나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모순된 리더상만 보여주고 있다. 경제수준과 국민수준이 이 정도 높아 졌으면 리더들 또한 일정 수준까지는 올라가 줘야 하는데 격이 떨어 져도 너무 떨어진다. 안창민의 빨치산 교육처럼 많이 배웠다고 해서 유식한 것이 아니듯이 높은 위치와 학력 그리고 높은 지식을 가졌다고 하여 격이 결코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리더다운 행동을 할 때 격이 맞다 고 한다.

하대치는 우리사회가 원하는 참모상이다. 대의를 위해서 사적 감정은 조용히 잠재울 수 있는 정신력, 한번 보스는 영원한 보스로 모시고 절대 배신하지 않는 의리,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 뛰어난 체력 등 뭐하나 나무랄 데 없이 참모로 배울 점이 많았던 인물이었다.

외서댁은 이 소설에서 나타내는 활약상 보다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수 많은 남정네들이 그녀를 탐내 했을까라는 생각에 외모가 궁금했다.

소화는 무당인데 신이 내리면 일반인들과 같은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던데 입산하여 투쟁을 하고, 염상구의 고문으로 정하섭 모르게 혼자 유산을 하고,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활동하는 정하섭조차 모르게 임신을 하고, 그가 돌아 올 기약도 없는데 헌신적으로 기다리는 상사화 같은 사랑을 한 가엾은 여인이지만 모순되게 이런 내조를 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빨치산 활동을 하던 여성가운데 그나마 가장 행복한 여인은 이지숙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했던 연인 안창민과 결혼을 2번이나 하고 무기징역은 받았지만 결국 살아 남았으니까 

영화나 영상으로 태백산맥을 봤더라면 많은 것을 놓쳤을 것이다. 등장인물 270면의 성격묘사에서부터 사물 묘사, 그리고 과거 역사 기록까지(사실 역사책에 나오는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라고 보기에는 좀 어렵다고 본다.) 왜 저자가 글 감옥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저자의 노고에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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