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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9 (무선) - 제4부 전쟁과 분단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백정, 무당, 소작농 등 소외계층들이 왜 공산주의를 지지하고 빨치산이 되어 목숨 걸고 투쟁 했을까? 아마도 이유는 딱 한가지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일 것이다. 공산당이 아닌 누구라도 그들을 사람답게 대해 주었다면 신명을 다 해 충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세력들의 착취가 투쟁을 부추겨 산으로 내 몬 것이다.
태백산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염상구다. 비열한 듯 하지만 의리도 있고, 멍청한 듯 하지만 실리에 밝고, 잔인한 듯 하지만 인정도 있고 팔색조의 성격을 가진 자로 자본주의에서 성공 하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윤씨네 큰 재산을 얻기 위해 전 재산을 예물로 내 놓는 결단력으로 윤옥자와 결혼한 것이며, 자신의 부하들을 토벌대로 보내려는 권서장과 대립하는 의리와 배포며, 최익달 양조장 개업식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던 상이용사(재건대) 4명을 말 한마디로 제압하는 말 솜씨며, 조합장 유주상이 명의신탁 한 논을 날로 먹는 자신감을 보면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힘과 머리를 골고루 갖춘 인물이라고 본다. 그가 소작농이나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이익을 얻었다면 지탄 받겠지만 국가에서도 하지 못하는 기득권세력들의 기득권을 농락하는 행동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충돌이 이 전쟁을 발생시켰지만 각 이념 안에서도 대립 각이 형성되었다. 자본주의에서는 지배계층과 피 지배계층간의 대립이, 공산주의는 북로당과 남로당원 간의 대립이 해결과제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북쪽에서는 ‘남조선을 해방시키려 왔다’라는 우월감으로 남쪽 당원들의 불만을 야기시켰기 때문에 같은 사상을 가졌지만 다른 생각을 가지고 힘든 빨치산 활동을 하며 대립하니 염상진 같은 지도자들의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미군과 한국군의 대립 또한 문제이다. 장군이 버릇없이 구는 일개 사병을 혼낸 것에 대해 항의하며 지휘관을 인사조치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미군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권리만 찾으려는 미국이 과연 합리주의 국가인지가 의심스럽다. 이 소설 속에서만 자행된 일이라면 픽션이라 그러려니 하겠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되니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소화는 정하섭의 아들을 감옥에서 낳아 민승이란 이름을 지었고, 최서학은 송경희와 결혼을 약속하고, 김범우는 파편을 맞아 부상당한 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는데 우연히 신문기자 민기홍을 만나 치료 받는데 도움을 받았으나 결국 발을 절게 되고, 정하섭이 김범우를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훗날을 도모한다.
중인계급의 생리가 묘하고 고약하다. 지배계급과 기본계급 중간에 끼어 중간착취를 일삼는 것이 중간착취 계급으로 관리로서는 아전이, 도시에서는 상인이, 농촌에서는 마름이 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배계급에 대한 열등감과 기본계급에 대한 우월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보수집단인 반면에 정치세력의 변동에 따라 언제나 민감하게 변신하는 교활한 기회주의자들이다. 지리산에서 박두병이 손승호에게 한 말이다.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 선거 때 마다 국가나 다수의 국민들의 안위보다는 자신들의 위치가 훨씬 우선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불합리를 보고 공분하지 않는 자는 민주주의에 무임으로 편승해가는 자들이다. 불의를 보고 분노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