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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은교는 영화로 먼저 보았다. 칠십 대 노인과 십대 소녀와의 외설스러운
스토리 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영화 내용이 좋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두 개가 있는
데 첫 번째는 이적요 시인이 대학에서 강의 할 때 ‘별은 아름다운 것도 추한 것도 아니고 그냥 별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별은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배고픈 자에게 별은 쌀로 보일 수도 있다.’ 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해석하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인간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운문선사의 가르침처럼
똥 막대기를 똥 막대기로 볼 수도 있고 부처로 볼 수도 있다. 자기 중심적 선악판단을 버리고 사물을
평등하게 본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귀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문학관에서 인사말을 할 때 ‘늙은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기형도 아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독자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젊음이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데 아무런 노력 없이 얻어 졌다고 해서 헛되이
보낸다면 인간으로 직무 유기가 아닐까? 젊음이 노인으로 가는 자연현상을 지켜만 보는 것은 젊음에 대한
모독인 것이다. 또한 작가의 말처럼 노인이 그 들의 과오로 노인이 된 것이 아니기에 젊은이 들이 노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 들의 노고를 치하해야 하며 편승해 가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해야 하는 것이다.
70살 노인이 17살 소녀의 사랑을 갈망하는 것이 외설스러운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모르겠지만 생물학적으로만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인 이성이 있기 때문에 생리적인 욕구인 성욕을 참는 것뿐이다. 이들의 사랑을 이분법에 적용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면 모순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이적요의 심리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은교와의 육체적 접촉을 한 것도 아니고 그녀의 젊음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자아를 찾으려고 한 것뿐이다. 이에 비해 서지우는 이적요 보다 훨씬 부정한 사람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으로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육체관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스토리상 그렇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약간 거슬렸다.
영화와 소설을 같이 봤지만 영화의 전개가 좀 더 부드러운 것 같다. 이유는
이적요가 정신적으로 은교와의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소설에서는 육체적인 관계를 갈망하는 것처럼 표현되어 부자연스러웠다. 이적요 한테 은교는 사랑하는 여인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였던 것이다. 자신의
상징적인 것을 훼손한 서지우를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자연적인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