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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평점 :
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 너무 늦게 접해서 책에 제시된 경제 통계들이 너무 오래되어 책의 왜곡을 염려 했는데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책의 왜곡은 없어 보인다. 저자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유시민이란 사람 참 글을 잘 쓴다. 저술가로서 독자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가 어느 순간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한 마디로 단정 내리기는 어렵지만 고개는 갸우뚱 해지는 건 사실이다. 자신이 서울대 학생회장을 하고 학생운동을 할 때는 그가 그것을 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었지만 사실 그가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한 당위성을 잘 모르겠다. 유시민이란 사람을 진보로 보는 사람이 있지만 이 책의 내용으로 봤을 때나 그의 평소 행동으로 봤을 땐 진보 보다는 liberalist쪽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무한한 물질적 욕구를 희소한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학문이다.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다 보다 보니 인간은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사회주의라면 n/1로 나눠서 그나마 공평하게 나눌 수는 있지만 불만을 가질 것이고 자본주의라면 불공평하게 많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생겨 서로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경제학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고 단정지은 것 같다.
경제학에는 합리적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합리적이라 함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일련의 모든 경제활동을 말한다. 합리적인 경제인으로 구성되어야 경제이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저자는 경제인은 이기적이다 라고 표현 하였다. 맞는 말이지만 너무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들린다. 이런 표현들이 유시민 다운 표현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기여의 원리를 적용한다. 개인의 소득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만약 이에 위배된다면 사회주의 시장 실패에서 볼 수 있었던 하향 평준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여에 대한 소득의 분배의 불균형이 자본주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불균형의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재능의 불균형, 둘째 상속, 셋째 각종 차별, 넷째 기회의 불균형, 다섯째는 우연이다. 만약 자본주의 분배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한다. 첫째는 모든 사람이 경쟁에 참여할 기회와 출발선이 같아야 하고, 둘째는 모든 사람이 규칙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이론에만 있는 말이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헌법과 법률이 있는 한 완전하게 평등한 조건에서 출발하는 공정한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다소나마 이를 해소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정부의 개입이다. 공교육의 의무화, 사회보장 보험등이다.
자본주의의 소득 불균형이 항상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직장인들은 유리지갑을 가지고 있어서 원천징수가 가능하지만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 파악률이 30%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도덕적 해이이다. 소위 자타가 공인하는 기득권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의무는 다하지 못한 채 권리만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행정도시 이전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이다. 물론 기고 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타당성 검토를 했겠지만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걷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가 정의해 놓은 국가가 채무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위의 토목사업에 대입해 보면 명확하게 답이 도출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수익이 생기는 사업인가? 미래세대들의 어떤 혜택을 보게 되는가? 사회적 통합을 유지하는가? 이 물음에 유효한 답이 나온다면 그 사업은 꼭 해야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보류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경제를 시장에만 맡겨 놓은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제인들이 합리적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개입이 심하면 사회주의가 돼 버리기 때문에 위기 시 적절하게 개입하여 위험에서 꺼내주는 역할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 사민주의??
책을 덮고 나니 경제학 관련 책을 읽은 것인지 아님 신문 사설을 읽은 것인지 뭔가 명쾌하지 않음이 있다. 책의 내용에 상당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동조를 했건만 저자가 무엇을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한 것이다. 나무만 쳐다보다 숲을 보지 못한 느낌이랄까? 좀 찜찜하지만 어쩜 저자가 이걸 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색깔을 감춘 채 변화를 시도하는 본인처럼…….ㅋ
꽤 흥미로운 가십거리로 내용이 채워져 있는데 경제에 관련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 보다는 이야기 책을 읽듯이 죽 읽어 내려가면 될 듯싶다. 읽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읽고 나니 남는 게 없네.. 제목처럼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신 느낌이다. 마실 때는 달달한 느낌이 좋았는데 마시고 나니 입안에 남은 텁텁한 느낌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