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탐욕의 종말 - 한 권으로 읽는 세계 금융 위기의 모든 것
폴 메이슨 지음, 김병순 옮김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경기침체 이후 내놓으라는 전문가들이 침체에 대한 원인과 분석 내지는 향후 대안까지 제시하는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은 10권도 넘게 읽을 것 같다. 그렇다고 원인과 대안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이 책 또한 다른 책들과 내용은 별단 다르지 않다. 하지만 좀 특이한 점은 저자가 경제학자나 미래학자가 아닌 BBC 경제 담당 기자라는 사실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매우 중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 경기침체를 학자의 입장에서 보는 학문적인 접근이 아닌 기자로써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고 느낀 사실에 입각하여 볼 수 있다는 점이 높이 살만하다는 것이다.
책 도입부에 리먼브러더스가 한국의 산업은행으로 매각될 뻔 했다가 리먼브라더스 회장인 딕 풀드의 허세 내지는 탐욕 때문에 무산되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한국이란 나라가 처음부터 등장하니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며 많은 흥미를 느꼈다.
책은 총 3단계로 전개가 되는데, 일 단계는 숨가쁘게 돌아가는 위기의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카메라 앵글에 담듯이 세밀하게 묘사 하였고, 이 단계는 위기 상황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들어 대며 서술하였고, 마지막 삼 단계에서는 위기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대안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적어 놓았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에 많은 공감을 느끼며 다른 나라에서 촉발된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가 요동치지 않기 위해선 저자의 대안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엄청난 풍요와 편리함을 느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사악한 국제금융들은 사익을 위해 엄청난 음모를 숨긴 채 전 세계를 기망하고 있으며 지구는 점점 황폐해 지고 있다.
물론 영원한 생명을 가지는 동물도 영원한 법칙도 영원한 법률도 존재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금융위기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예견된 일이었다.
대공황 이후 1933년에 제정된 글래스 스티걸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합병을 막아 투자은행들이 무제한으로 공급되는 예금자들의 돈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만들었으나 기득권들(국제금융)의 끈질긴 로비로 인하여 글래스 스티걸 법은 1999년 11월에 폐기되면서 세계 금융위기의 전초전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은행의 고유 업무를 떠나 보험업은 물론이고 수 많은 파생상품들을 만들어 거품기가 거품을 만들 듯 거품을 양산하고 있다가 서브 프라임모기지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거품이 일시에 꺼지면서 세계 자금의 4/1이 날아가 버린 상태가 되어 전 세계가 침체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얼어붙은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저자는 민스키의 처방을 역설하였다.
경기가 좋을 때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안은 채 투자를 늘리게 되는데 이것은 또 다른 리스크를 낳아 금융시장의 전반을 위협한다. 그러다 보면 투자자들은 자산을 담보로 현금조달이 불가능한 시점을 맞이 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 지고, 이에 은행에서 상환을 요구하게 되면 시장에서 가치가 있는 자산이라도 제 값을 받기 어려워 지는 것을 민스키 모멘트라 한다. 이 모멘트가 지금의 금융위기와 비슷하며 대안은 금융위기로 야기되기 전에 금융 부분의 국영화, 투기금융에 대한 엄격한 제한, 대기업의 영향력을 제한 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신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영국이 맥없이 무너지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순으로 국가 디폴트 사태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서유럽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가 요동을 치고 있다. 그렇다면 신 자유주의는 결국 실패한 정책인 것이다. 우연찮게도 예전에 경제 패권을 쥐락펴락 했던 나라들이다. 영원한 롱런은 없다는 말이 정답인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민스키의 처방이 대안이라면 우리나라도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책 입안자들을 보면 반대로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언론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살아 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일시적인 상황은 아닌지 그 자금이 떠났을 때 내성은 있는지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옮긴이의 말이 인상 깊게 남는다.